말차 밀어내는 ‘사촌’···호지차가 온다

장회정 기자 2026. 2. 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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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는 더 이상 ‘일본의 전통차’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 뉴욕의 브런치 카페에서, 영국 런던의 베이커리 진열대에서, 서울의 디저트 숍에서도 말차는 낯설지 않다. 초록색은 건강과 취향, 그리고 최신 트렌드를 상징하는 색이 됐다. 그런데 요즘 일본과 해외 카페 업계에서는 이 초록색 열기의 뒤를 이을 다음 주자의 등을 떠밀고 있다. 바로 호지차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26년을 앞두고 주목해야 할 11가지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호지차를 꼽았다. 찻잎을 강한 불로 볶아 만든 호지차(焙じ茶)는 떫은맛의 원인이 되는 카테킨 함량이 줄어들어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볶은 곡물이나 견과류를 연상시키는 향이 더해지면서, 커피의 로스팅 정도를 따지듯 배전도에 따라 풍미의 차이를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호지차(Hojicha)’ 또는 ‘로스티드 그린 티(Roasted Green Tea)’로 불린다.

호지차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말차의 폭발적인 성공이 있다. 지난 1월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음료 체인 ‘타이거 티 & 주스’는 고객들에게 “마침내 호지차가 돌아왔다”며 “최근 말차와 호지차 원료 부족, 관세 조정 문제로 재입고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공지했다. 말차의 인기가 커질수록, 그 이면에서 공급 부담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강한 불로 볶아낸 찻잎
고소하면서 살짝 단맛
말차보다 카페인 적고
항산화 성분은 비슷해
해외 유명한 카페에선
관련 제품들 적극 선봬

시장조사기관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말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41억1000만달러(약 6조원)에 달했다. 글로벌 카페 메뉴 확대와 SNS 트렌드, 젊은 세대의 건강 음료 선호가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일본의 주요 말차 산지인 교토 지역은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며 수확량이 20% 이상 줄었다. 여기에 이상기후, 농가 고령화로 인한 생산 기반 축소, 수요 폭증이 겹치며 말차 원료의 현지 경매가는 지난해 5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70%까지 급등했다. 새로 차밭을 조성해도 본격적인 수확까지는 최소 5년이 걸려, 단기간에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뿐 아니라 해외 카페들 역시 지난 1년 사이 ‘말차의 사촌’ 격인 호지차를 적극적으로 메뉴에 올리고 있다. 미국의 말차 전문 카페 체인 ‘마차마차(MatchaMatcha)’는 교토산 찻잎을 두 번 볶은 호지차를 두고 “에스프레소처럼 깊고 풍부한 풍미”라고 소개한다. 인도의 말차 브랜드 ‘눈(Noon)’은 “말차보다 카페인은 적지만 항산화 성분은 그대로”라며 호지차의 효능을 강조한다. 말차는 카페인 함량이 일반 녹차보다 1.5~2배가량 높은 데 비해, 호지차는 카페인 함량이 낮아 저녁 시간대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차로 알려져 있다.

선명한 초록색의 말차와 달리, 적갈색을 띠는 호지차는 특히 추운 계절에 어울리는 음료로 추천되며 지난해 가을부터 인기가 빠르게 상승했다. “그을린 헤이즐넛, 다크 코코아 껍질, 캐러멜화된 설탕이 겹겹이 쌓인 듯한 맛”이라는 미국 한 카페의 소개 문구처럼, 말차보다 풍미의 결이 다채롭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차로 마셔도 좋지만 우유와의 궁합이 뛰어나 호지차 분말을 넣은 라테 형태로 즐기는 이들이 많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그로스 마켓 리포트는 전 세계 호지차 음료 시장이 2033년까지 연평균 8.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건강과 트렌드에 민감한 유럽 소비자들이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말차의 대안으로 출발했지만, 호지차는 장기적인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어린 찻잎만을 사용하는 말차와 달리, 호지차는 상대적으로 환경 변화에 강하고 찻잎과 줄기, 잎자루 등 다양한 원료를 볶아 만들 수 있어 원료 수급의 유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분말 형태의 호지차는 음료는 물론 제과·제빵,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식품 원료로 활용도가 높다.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국산 호지차를 아마존에 입점시키며 일본산 제품과의 경쟁에도 나섰다.

국내에서도 호지차는 차 애호가를 중심으로 서서히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녹차 산지인 전남 구례의 ‘소식다료’에서는 배전도를 달리한 호지차를 티 마스터의 설명과 함께 맛볼 수 있다. 디저트 카페를 중심으로 호지차 라테와 호지차 음료를 선보이는 곳도 늘고 있다. 동서식품은 ‘마음우린 호지차’ 티백을 선보였고, 웅진식품은 올해 첫 신제품으로 ‘생차 호지차’를 출시했다. 티 브랜드 오설록은 지난해 말 제주 말차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제주 호지차 밀크티’를 함께 내놓았다.

장회정 선임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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