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 소금 한 꼬집' 성능·안전 모두 잡았다

신동선기자 2026. 2. 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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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알루미늄염 첨가만으로 젤 전해질 형성·이온 통로 확보·보호막 생성
POSTECH 배터리공학과 통합과정 홍서찬.
POSTECH 배터리공학과 석사과정 유재형.
POSTECH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소금 한 꼬집'이 음식 맛을 완전히 바꾸듯, 배터리 속에 아주 적은 양의 물질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안전성과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포스텍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석사과정 유재형 씨, 통합과정 홍서찬 씨 연구팀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금속전지' 내부에 미량의 알루미늄염을 사용해 최대 약점인 폭발 위험과 짧은 수명을 동시에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에너지·재료화학 분야 대표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실렸다.

'리튬금속전지'는 지금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를 훨씬 많이 저장할 수 있다. 전기차 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고,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도 실용화할 수 있는 꿈의 전지다.

그러나 안전성이 문제다. 리튬금속전지는 충전 과정에서 금속 리튬이 표면에 쌓이면서 작은 불균형만 생겨도 뾰족한 가지 모양 결정인 '덴드라이트(dendrite)'가 자라 전지 내부를 찌른다. 마치 고드름처럼 전극 사이를 관통해 폭발 위험이 커지고, 이와 동시에 액체 전해질이 분해되면서 전지 수명도 급격히 줄어든다.

연구팀은 전지 내부 액체 전해질을 스스로 굳는 '젤(gel)' 형태로 바꾸는 전략에 주목했다. 전해질을 구성하는 용매 '1,3-다이옥솔레인(1,3-dioxolane)'에 알루미늄염(AlCl₃)을 소량 첨가하면, 내부에서 고분자 반응이 일어나 '젤' 형태의 전해질로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형성된 젤 전해질은 안정적이면서도 배터리 작동에 필요한 리튬 이온 이동을 원활하게 유지했다.

알루미늄염은 젤 형성을 유도하는 '개시제' 역할을 하고, 형성된 젤 구조를 촘촘하게 만들어 리튬 이온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정리했다. 또한, 리튬 표면에는 '고체 전해질 경계면(solid electrolyte interphase, SEI)'이라는 보호막을 만들어 뾰족한 덴드라이트가 자라는 것을 막았다. 전기화학 분석과 분자 수준 계산을 통해 알루미늄염이 '불화리튬', '염화리튬', '리튬-알루미늄 화합물'이 섞인 하이브리드 보호막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실제 전지 실험 결과, 젤 전해질을 적용한 리튬금속전지는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Li/LFP 풀셀(리튬-인산철 전지)의 경우 0.5C(표준 충전 속도) 조건에서 280사이클 충·방전 후에도 약 93%의 높은 용량 유지율을 보였다. 또한 10C(표준 대비 20배 빠른 고속 충전) 조건에서도 118.2mAh/g의 높은 용량을 확보하며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배 교수는 "미량의 알루미늄염 첨가로도 고분자 젤 전해질 형성과 계면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한 것이 핵심"이라며 "고에너지 리튬금속전지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특성화대학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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