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중심의 미래사회,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제주의소리 2026. 2. 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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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승의 중국통신] 농업-산업-AI...장밋빛 전망은 금물
중국이 무서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 바로 옆 이웃인 중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의소리>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 글로벌 리더이자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바로 알기 위해, 중국 경제전문가인 고현승 박사가 쓰는 '고현승의 중국통신'을 다시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아틀라스 로봇 [현대차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월 초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9년 만의 일이다. 사드배치, 코로나19와 전 정부의 미국편향외교 이후 끊겼던 한중외교와 비즈니스 교류를 다시 이어붙이고자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했다. 중국언론은 한국기업의 중국시장 권토중래라고 표현했다. 1%대에 그친 한국경제 성장율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한국정부의 노력으로 해석했다. 

다만 그동안 중국기업이 이미 한국과 대등한 기술경쟁력을 갖추어 새로운 협력 모델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000억 달러에 달하는 교역규모를 가진 한중관계를 더 이상 한국정부가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만큼이나 중국도 한중관계 복원을 바라고 있다. 중국이 새해 첫 손님으로 모신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으로서는 일본과의 외교갈등, 타이완과의 긴장, 미국의 견제에 숨통을 틔워 줄 우군이 절실하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한일 정상회담보다 먼저, 그것도 1월 초에 한국 대통령을 초대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상하이 임시정부를 방문했다. 이어서 한중벤처스타트업 서밋을 열었다. 한국과 중국의 청년창업가들과 교민들이 함께한 일종의 간담회였다. 필자도 초청받아서 관객석에 앉았다. 무대 위에서 한국과 중국의 창업기업 대표들이 창업경험과 사업을 소개하고 정부의 관심을 요청했다. 모두 한국이나 중국과 인연이 있는 청년기업가들이었다. 사업분야는 AI를 적용한 드론, 의료시스템, 로봇 등이었다.

행사를 정리하면서 이 대통령은 한중관계를 경쟁적 협력관계라고 했다. 양국은 시너지를 내는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한중간 창업분야 협력도 중요해졌다며 청년기업가들을 응원했다. 과기부장관, 중기부장관, 정책수석까지 배석시켜 기업가들의 목소리를 받아 적게 했다. 한국과 중국간의 네트워크가 있는 창업자를 초청하여 그동안 잃어버린 인적 연결고리를 복원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았다. 기업들의 면면으로 보아, AI 산업에 집중투자를 하겠다는 메시지도 분명히 전달했다. 

2026년 정부는 15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AI, 로봇, 반도체, 모빌리티, 에너지, 바이오를 중심으로 산업재편을 유도한다고 한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슈퍼사이클과 미⋅중⋅일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한국자본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5000을 찍었다. 주가는 미래의 기대를 선반영한다. 

하지만 주가, 경제성장률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쏟아내는 데 정작 중요한 질문이 빠졌다. 하이닉스가 HBM를,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와 로봇을, 한화가 핵잠수함을, 한수원이 핵발전소를, 네이버가 국대 AI 알고리즘을 만들면 어떤 사회가 오는가? 이에 대해 일부 인문학자들의 목소리는 들리는데, 정부의 목소리는 없다. 아니 모른다가 정답일 것이다.  

최근 미래산업의 예언자이자 도전자인 일론 머스크의 인터뷰가 화제이다.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또 다른 미래도전자인 피터 디아만디스의 팟캐스트에서 3시간 가량 진행됐다. 머스크는 AI, 로봇, 전기, 우주 등 미래사회를 기대에 차서 묘사했다. 다만, 그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오너라는 점을 감안하고 들어야 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범용 인공지능(AGI)은 2026년에 도달한다. 2030년이 되면 AI 한 대의 지능이 전 인류의 지능을 모두 합친 것보다 수만 배 더 똑똑해진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류보다 많은 100억 대 이상 보급될 것이다.
∙의사가 되려 하지 마라. 3~4년 내에 옵티머스 로봇이 인간 외과 의사를 능가한다. 
∙로봇이 물리적 노동을 전담하면 인간은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된다. 
∙추론 전용 칩과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AI와 로봇 기술 확보에 실패한 국가는 미래 경제에서 파산할 위험이 크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넘어선 보편적 고소득 시대가 온다.
∙기업의 막대한 수익을 국민에게 직접 배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래의 실질적 가치 저장 수단은 달러가 아닌 전력량이다.
∙중국은 에너지 인프라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으며, 서구는 이를 따라 잡아야 한다.
∙저렴한 에너지 확보 여부가 인공지능 학습과 반도체 제조의 성패를 가른다.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곳에서 가장 강력한 지능이 탄생하며, 이는 곧 국가의 지식 안보와 직결된다.
∙화석 연료의 종말은 필연적이며 전기 문명으로의 전환은 필수 생존 전략이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 급감은 인류 문명의 미래에 매우 위험한 징후이다.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더라도, 문명을 이어갈 의식 있는 주체가 사라지는 것은 문명 전체의 회복 불가능한 타격이다.

과연 2026년에 AGI 시대가 올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언제 올지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지금 기술발전 추세라면 그가 예언하는 세상은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다. AI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생산하고, 석유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시대의 변화, 눈에 많이 익다. 20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19세기 유럽은 한참 산업혁명 중이었다. 증기기관이 면방직 생산현장에 도입돼 생산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당시 가장 큰 산업은 면직업이었다. 산업혁명 전 전세계 면생산은 인도가 주도했다. 수공업이었다. 증기기관이 도입되면서 인도 면산업은 급격히 몰락했다. 전기의 정체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전등이 발명돼 우리의 삶으로 들어왔다. 하루의 시간이 길어졌다. 에너지 전환도 따라왔다. 산업혁명 전후 네덜란드의 갈탄과 영국의 석탄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됐다. 네덜란드와 영국이 산업강국이 됐다. 미국에서 석유가 발견되더니 석유가 주요 에너지원이 됐다. 1, 2차 세계대전에 석유기반의 군함이 전쟁의 주력이 됐고 자동차가 마차를 대신했다. 미국은 석유인프라를 갖추고 석유시대를 먼저 맞이했다. 

기계들은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의 입지를 좁혔다. 일자리가 사라졌다. 노동자들이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러다이트 운동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추지 못했다. 기계문명과 화석연료에서 소외된 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역은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대서양 너머 미국은 반짝이는 도금시대를 즐겼다. 석유왕 록펠러, 철강왕 카네기, 이들에게 자금을 대 준 은행가 JP 모건의 시대였다.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이 그림자처럼 길게 드리웠다.        

태어나면서 신분이 주어지던 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 학교교육을 받고 공장에서 벌어들인 자본을 축적한 자본가가 시대의 승리자가 되었고 대부분의 부를 가져갔다. 해가 뜨면 농장으로 나가 해가 지면 귀가하던 농부들이 공장의 시계에 맞춰 쉴 틈 없이 일하는 공장노동자가 되었다. 기차가 등장하더니 모든 역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표준시가 등장했고 우리는 시간의 노예가 되었다. 시간단위가 반나절에서 시간, 분, 초로 세분되어 삶을 옥죄었다.

이 시대의 한 가운데를 살았던 철학자가 칼 맑스였다. 그는 세계를 자본가계급과 생산수단에서 소외된 노동자계급으로 나누고 계급투쟁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동력이라고 갈파했다. 노동자계급이 자본가계급을 뒤엎고 생산수단을 공유해서 높은 노동생산성으로 노동해방을 이룩하자며 공산주의 깃발을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산성이 가장 낙후된 농업국가인 러시아가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다. 석유에너지를 확보해 생산성을 높이고 유럽의 이민을 받아 저렴한 노동력과 지식인을 확보한 미국은 패권국가가 됐다.

불과 100여년 전 일이다. 그런데 가장 자본주의가 발전한 미국에서, 가장 사업에 성공한 기업가 머스크가 맑스가 추구했던 노동해방을 말하고 있다. 당시 라이징 스타였던 미국이 영국을 대신했듯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수도 있다고 경고까지 하면서 말이다. 

중국은 AI분야에서 미국를 바짝 뒤쫓고 있다. 그들의 가공할만한 제조력은 로봇분야에서 테슬라 옵티머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가성비와 신뢰성에서 앞서 달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전기차 분야는 글로벌 넘버 1이다. 매해 출시되는 자동차의 40% 이상이 전기차다. 태양광패널은 압도적인 글로벌 1위, 풍력, 수소발전도 그렇다. 자율주행차가 우한에서 도로운행 중이다.

그 뒤를 멀리서나마 한국이 뒤쫓고 있다. 얼마 전 CES에서 가장 각광받았던 부스는 현대차였다. 아틀라스 로봇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드러운 관절동작과 덤블링은 기술력을 충분히 시연했다. 반도체는 삼성과 하이닉스가 공급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중국을 찾아 AI와 로봇, 자본시장이 발달한 상하이 지역 AI분야 창업자들을 초청해 포럼을 열었다.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다음 시대의 핵심기술인 AI와 로봇을 육성하겠다는 메세지다. 머스크의 예언이 언제 실현될지, 인류에게 희극이 될지 비극이 될지는 모르지만 시대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각오가 읽힌다.

그가 아직 답하지 않은 것은 노동에서 해방된 국민들의 인격적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이다.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액의 기본소득이나 개인적 삶의 질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에서 소외된 국민들이 충분한 소득이 없으면 소비는 줄게 마련이다. 소비가 줄면 경제는 위축된다. 게다가 노동은 성취감과 자아실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개혁, 노동개혁, 산업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신이 아담의 원죄에 내린 형벌이 노동이다. 그렇다면 원죄에서 해방된 인류는 다시 구원받을 수 있을까? 맑스가 꿈꾼 에덴동산은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오늘은 이런 일, 내일은 저런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삶.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에는 소를 치고 밤에는 비평을 하면서도, 사냥꾼도 어부도 목동도 비평가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반면 머스크는 인류의 나태함을 경계하고 호기심을 독려했다. 맑스가 노동해방의 결과물로 목가적인 19세기 낭만주의를 꿈꾸었다면, 머스크는 칼뱅의 엄격한 청교도 공동체를 이상형으로 삼는 것 같다.

둘 다 국가가 혹은 정치공동체가 시민들의 소득을 보장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이해했다. 맑스는 필요한 만큼 소득을 가져가는 세상을, 머스크는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한 소비를 가능케하는 고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맑스는 계급투쟁을 통해 자본가의 생산수단을 사회화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산출물을 나누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머스크는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 방법을 내놓지 않는다. 그가 철학자가 아닌 이상 기대할 수는 없겠다. 

AI라는 기술에서 출발한 문제는 결국은 정치시스템의 문제로 돌아온다. 

미국과 중국의 생산성은 이미 국민을 먹여살리기에 충분하다. 미국은 달러와 AI플랫폼을 넘치게 세계에 뿌려대고 있고 중국은 과잉생산된 재고를 저가로 뿜어대고 있다. 그런데 양국 국민들이 노동해방이나 보편소득을 누리기는 커녕 애궂게도 전세계 금융과 산업생태계만 파괴하고 있다. 미국은 월스트리트와 소수 초거대 기업들이 AI, 로봇과 혁신자원을 독점했고 중국은 국가가 가져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파이를 공평하게 나누는 과정이 정치라면, 나눠가져야 할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공평해진다. 민주적 참여와 통제가 필요하다. 

19세기 산업혁명은 들판의 농민들을 공장의 노동자로 옷을 갈아입혔고 마부를 택시드라이버로 변신시켰다. 새로운 일자리로 수평이동해 자본주의의 위기를 넘겼다. 보편소득은 없었으나 일자리가 경제와 기술발전의 과실을 나누었다. 반면, 사회생산과 분배를 행한다던 사회주의는 무너졌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이동이 아니라 삭제의 위협에 직면했다. 소득배분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미국(기업)과 중국(국가)은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크게 없다.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가 아닌 이상 소득배분을 요구할 수 없고 중국에게 민주제도를 요구할 명분과 수단도 없다. 양국의 고용지표(미국실업률 4.7%, 중국실업률 5.1%)와 지니계수(미국 3.9, 중국 3.8~4.7)를 보면 현 위치를 알 수 있다. 물론 중국의 지니계수는 발표기관마다 다르다. 

전 세계 혁신을 이끄는 미국은 자본시장만 호황이고 제조업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이 트럼프라는 괴물을 낳았고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화풀이를 하고 있다.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중국의 실업률이 미국보다도 높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공식발표가 중단될 정도이다. 참고로 한국의 실업률은 4%, 지니지수는 3.2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도 회계사 등 전문직종에 AI가 도입되면서 사회초년생 실업이 사회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AGI의 세계는 희극보다는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고 부와 권력의 독점이 강화되는 비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많아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국가간 불평등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19세기에 실패한 러다이트 운동을 다시 할 수도 없다. 선의와 요행에 기댈 수도 없다. 

19세기와 함께 생을 마감한 철학자 니체는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주인정신이야말로 우리를 해방시킨다며 신의 죽음과 위버멘쉬의 도래를 노래했다. 신이 죽었으니 구원은 없다. 우리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현승

# 고현승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학교(행정학과)를 졸업, 중국복단대학교 법학원에서 석사(민상법), 화동정법대학교에서 박사학위(경제법)를 땄다.

2009년부터 대광경영자문차이나(삼화회계법인 중국지사) 대표를 맡아, 중국기업의 한국증시 상장과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설계 및 법무 컨설팅,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설계 및 법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