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치료비 3600만원, 우린 1억원까지” 100만 치매 시대 보험경쟁 점입가경

박성준 2026. 2.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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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치료제 ‘레켐비’ 보장 경쟁…최대 3600만원
경증 단계 검사비부터 관리…보장 시기 전후 확대
간병인 일당 한도 20만원 확대…사보험 수요 ‘쑥’
치매·간병 초회보험료 1365억…2년 새 95%↑
치매·간병보험 초회보험료가 2년 새 2배 가까이 불어나며 3조원대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치매 신약 ‘레켐비’ 출시를 계기로 보험 보장도 ‘요양’에서 ‘치료’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치매는 이제 관리하는 질병이 아니라 치료하는 질병입니다.”, “꿈의 치료제 레켐비, 보험 없으면 시작도 못 합니다.”

최근 보험 영업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홍보 문구들이다. ‘100만 치매 환자 시대’를 앞두고 보험업계의 상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단순히 진단비를 주는 수준을 넘어 수천만원의 고가 신약비를 지원하거나, 수술과 재활을 묶어 억 단위 보장을 내걸기도 한다. 진단 전 검사비부터 치료 후 간병까지 보장 범위도 앞다퉈 넓힌다. 의료 기술 발전에 맞춰 보장도 ‘요양’에서 ‘치료’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신약 보장부터 선지급까지 상품 대전환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치매보험의 가장 큰 변화는 치매 신약 ‘레켐비’ 치료비 보장 경쟁이다. 레켐비는 2024년 11월 국내 출시된 치료제로, 기존 약물이 증상 완화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18개월 투여 시 치료비가 3000만~4000만원에 달하는데, 비급여인 데다 건강보험 적용도 불투명해 보험업계가 이 보장 공백을 겨냥하고 나섰다.

손보사들은 ‘표적치매 약물치료비’ 담보를 앞다퉈 신설했다. 초반 치료비 보장 수준은 1000만원에 머물렀지만, 후속 상품들은 2000만원 이상으로 보장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하나손해보험은 업계 최대 수준인 3600만원까지 보장 금액을 키웠다. 메리츠화재는 신약 치료비는 물론 뇌경색 등 합병증 수술, 재활 치료까지 치매 치료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연간 1억원 한도의 ‘치매통합치료비’ 플랜을 선보이며 보장 범위를 대폭 넓혔다.

보장 시점도 앞당겨지고 있다. 기존에는 중증 치매 진단 시 일시금 지급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와 정밀 검사 단계부터 보장을 시작하고 진행 단계별로 보험금을 차등 지급하는 상품이 늘고 있다. 삼성생명은 경도인지장애 진단 시 ‘돌봄로봇’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한 바 있으며, KB라이프는 ▷경증 500만원 ▷중등도 1000만원 ▷중증 2000만원 등 단계별 보장을 세분화했다. KB손해보험이나 삼성화재에서는 MRI, CT는 물론 고가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CT) 검사비를 50만~100만원까지 지원해 조기 발견을 유도한다.

치매는 치료 이후에도 긴 싸움이다. 환자 대부분이 장기간 돌봄이 필요한 만큼, 간병보험 역시 덩달아 진화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도 수준은 15만원이 주류였으나, 이달 DB손해보험 등에서는 20만원까지 한도를 높였다. 요양원보다 집에서 돌봄받길 원하는 수요를 반영해 재가급여 보장도 강화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NH농협생명 등은 재가급여 한도를 월 100만원 이상으로 높이고, 방문요양·병원동행 서비스를 특약으로 결합한 상품을 출시했다.

치매·간병보험 초회보험료 2년새 2배 증가

이런 상품 경쟁은 급격한 고령화와 맞닿아 있다.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한 것은 물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9.25%다. 올해 치매 환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지역사회 거주 시 1734만원, 요양시설 입소 시 3138만원에 달한다. 2008년 3조6000억원 수준에 머물던 국내 사적 간병비 지출 규모는 2018년 8조원을 기록했고, 2024년에는 1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적 장기요양보험이 중증 환자 중심인 데다 재정 고갈 우려까지 있어, 민간 보험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실제로 보험개발원 보험통계조회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기준) 생명보험·손해보험 합산 치매·간병보험 초회보험료(신규 가입)는 1365억원으로, 전년(963억원) 대비 402억원(41.7%) 증가했다. 2년 전(2023년 700억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불어난 수준이다. 업계에선 12월 실적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초회보험료가 1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계속보험료(초회 이후 만기까지 납입하는 보험료)를 포함한 전체 수입보험료 규모는 3조원을 웃돈다.

업계에서는 치매보험이 단순 관리 차원을 넘어 ‘치료 선택권’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고령화 속도와 간병비 부담을 고려하면 민간 치매·간병보험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 기술 발전에 따라 보험도 검사부터 치료, 간병까지 전 과정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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