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의 시선고정]“이전 없다”에서 “이전 보류”로… 재외동포청 이전 이중잣대 보이는 외교부, 연막전술인가
재외동포청 송도청사 이전 기정사실화 수순 의혹 짙어
혼란만 키우는 외교부의 이중화법 도마 위

재외동포청 서울 이전 논란을 둘러싼 외교부의 입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불과 얼마 전 유정복 인천시장이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의 송도 청사 서울(광화문) 이전 발언에 대해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질문했을 당시, 조현 장관은 “이전은 없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인천사랑 범시민 네트워크가 최근 조 장관에게 보낸 질의 요구서에 대해 외교부는 “보류된 상태”라고 답변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한 재외동포청 송도청사 이전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혼란만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인천사랑 범시민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지난 2일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의 ‘송도 청사 서울 이전’ 발언 등 월권적인 행정행태에 대한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요구서를 조 장관과 이재명 대통령 등에게 전달했다.
네트워크는 지난 5일 외교부로부터 요구서에 대한 회신을 받고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네트워크는 “외교부의 ‘책임 회피성’ 답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유정복 시장은 지난달 전화 통화에서 조 장관으로부터 ‘(재외동포청의) 서울 이전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말 바꾸기인가, 전략적 모호성인가
유 시장의 강력한 항의로 조 장관은 “이전 없다”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외교부 회신은 달랐다.
외교부 영사안전정책과로부터 받은 회신 내용은 “이전 검토를 보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네트워크는 “외교부(장관)의 입장을 요구했으나 산하 외청인 재외동포청의 입장을 앞세워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유 시장과의 통화에서 ‘이전은 없다’고 언급한 조 장관의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없다’와 ‘보류’는 의미상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전 계획이 전혀 없다라면 보류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에서는 외교부가 공식 석상과 비공식·서면 답변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아 논란만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나온다.
외교부의 회신 내용은 유 시장에게는 ‘이전 없다’라고 안심시키고 네트워크 질의에는 ‘보류’라는 표현으로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이는 단순한 표현상의 차이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류’는 통상 정책 검토가 진행 중이거나, 정치·행정적 부담으로 잠시 멈춘 상태를 의미한다. 즉, 이전 논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외교부가 “앞에서는 없다, 뒤에서는 보류”라는 이중잣대의 모습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잦아들 때까지 이전 논의를 수면 아래로 숨겨두되, 필요할 경우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전형적인 관료적 연막전술이라는 의미가 짙다.
특히 재외동포청이 출범 초기부터 서울(광화문) 사무소를 운영하며 ‘반쪽 유치’ 논란을 겪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외교부의 ‘보류’ 표현은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행정 효율성, 외교부와의 물리적 접근성 등을 이유로 서울 이전 필요성이 내부적으로 공유되고 있고 정치적 부담만 해소되면 이전이 기정사실화되는 수순 아니냐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책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다고 하면 ‘없다’면 없다고, ‘추진 중’이면 추진 중이라고 말하면 될 일”이라며 “보류라는 표현은 결국 이전 논의가 살아 있다는 자백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전 논의의 존재 여부와 향후 계획 명확히 밝혀야
결과적으로 외교부의 오락가락한 입장는 인천시와 지역사회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유 시장에게는 ‘이전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민단체 질의에는 ‘보류’라는 표현으로 또 다른 불씨를 던졌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중앙정부를 신뢰해도 되는지, 지역 유치 성과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 불신까지 확산되고 있다.
재외동포청 서울 이전 문제는 단순한 청사 이전 논란이 아니다. 국가기관 유치에 대한 정부의 신뢰,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진정성, 중앙부처의 책임 있는 소통이 걸린 문제다.
외교부가 이 논란을 더 이상 ‘말의 기술’로 관리하려 한다면,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모호한 ‘보류’가 아니라, 이전 논의의 존재 여부와 향후 계획을 조 장관이 직접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재외동포청 송도청사 서울 이전은 이미 물밑에서 정해진 수순이라는 의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원숭이 오바마’ 영상 SNS에 올렸다 삭제한 트럼프…인종차별 논란
- “에어컨 풀설치라더니”…찜통 쿠팡서 2분 쉬었다가 ‘인격 살인’ 당했다
- “아들 출생증명서 받기도 전에 보도”… 엘튼 존, 사생활 침해 소송
- 디톡스 다이어트 대신 이것 드세요 [식탐]
- “틀면 나온다” “너무 식상하다” 최장 시청률 0% 신기록 세우더니…결국
- 빗썸, 이벤트 2000원 지급하려다 비트코인 2000개 전송…초유의 오입금 사태 파장 [크립토360]
- “이수만이 캐스팅 제안, H.O.T 될 뻔”…‘나솔’ 28기 광수, 부친은 3선 국회의원 ‘깜짝’
- “김수현 소아성애자” “더 악랄해져” 비난한 감독…명예훼손 혐의 검찰 송치
- ‘스타강사’ 이지영, 21년전 지식인 답변 노출에 화제 “너무 힘들다” 고3에 전한 말은?
- “이게 1만6000원이라고?”…순대 바가지 논란에 “광장시장 수준” 시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