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모교도 폐교, 행정통합이 답일까?

장슬기 기자 2026. 2. 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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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서평생활] 한권으로 이해하는 읍면자치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농촌 풍경. 사진=pixabay

이재명 대통령의 모교인 경북 안동시 예안면 삼계초등학교(현 월곡초 삼계분교)가 지난해 9월 폐교됐다. 지난해 7월 말 언론에서는 이 학교에 1명 남은 재학생의 마지막 수업 소식을 보도했다. 이 대통령이 집에서 6km나 떨어졌지만 걸어서 다녔다는 이 곳의 마지막 풍경이다. 면 지역의 인구 감소는 최고 권력자를 배출한 학교조차 지키지 못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이 대통령의 고향인 예안면 인구는 1642명으로 대도시에서 수만명이 '동'을 이루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중요한 건 읍·면 지역의 합계 출산율은 서울 등 대도시보다 높지만 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0년 전국의 '면' 지역의 인구는 1146만 명이었지만 2024년 439만 명으로 반 이상 줄었다. 이러한 현상을 '지방(지역)소멸'이란 말로 요약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엇을 호명하는 일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의 문제다. 지방, 즉 비수도권 지역은 사람이 살만한 매력이 떨어져서 소멸되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원인이 지방에 있으니 해결책도 지방에서 찾아야 한다. 당장의 인구감소를 만회해보려 지자체들을 통합해 덩치를 키우는 방식이다. 현재 추진되는 행정통합이다.

행정통합은 가보지 않은 길인가

행정통합에 대해 아직 가보지 않은 길, 그래서 해볼 만한 방법이라고만 보긴 어렵다. 마산·진해·창원을 합쳐 만든 창원특례시는 통합 당시 인구 108만 명이었지만 현재 인구는 특례시 요건인 100만 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 2023년 7월 대구광역시에 통합된 군위군에는 기피 시설인 소형모듈원전(SMR) 설치를 시도하고 있고, 전주시와 완주시의 통합은 1997년부터 세 차례나 시도됐지만 주민들(특히 완주 주민)의 반대에 막혔다. 그럼에도 세가 더 강한 전주 지역 정치권에서 여전히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비수도권 국토 곳곳에 주민들 반발을 눌러가며 송전망을 설치하는 일만큼이나 행정통합도 거세게 반발하는 주민이 양산되는 비효율적인 정책이다. 행정통합 논의로 이전에 없던 지역균형발전 담론이 퍼지긴 했지만 행정통합만으로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질 순 없다.

문제의 원인을 '서울 중심주의', '수도권 중심 성장'으로 보면 해법이 달라진다. 수도권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방식을 고민하게 된다. 특정 지역 안에서도 권한을 잘게 나눠 작은 단위로 배분하게 된다. 시민들이 직접 내 손으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내 지역을 살기 좋게 바꿀 수 있다면 그 지역을 떠나지 않을 수 있다. '읍면 자치권 확보를 위한 풀뿌리 공동행동(읍면자치공동행동)'이 지난달 31일 출간한 책 <한권으로 이해하는 읍면자치>에는 읍면, 혹은 더 작은 단위의 주민자치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담았다.

▲ 한권으로 이해하는 읍면자치/ 읍면자치 공동행동 지음/ 그물코 펴냄

읍면자치공동행동은 지난해 3월14일 전국 각지 풀뿌리 활동가와 조직, 연구자들이 모여 만든 네트워크형 연대 단체로 언론사 중엔 월간옥이네와 화성시민신문이 참여하고 있다. 공동사무국은 충남 홍성군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법률센터 농본'과 '마을학회 일소공도'가 맡아 학습 모임을 포함해 읍면 자치권 확보와 관련 법제도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읍면자치를 회복하지 못한 민주화

1949년 7월 한국 최초의 지방자치법에선 읍과 면을 자치단체로 규정하고 읍의회와 면의회를 뒀으며 동장과 이장도 주민이 직접 선거로 선출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이 시읍면장, 동장·이장을 임명제로 전환했다. 4·19혁명 이후 다시 주민직선제가 부활했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읍면은 자치권을 잃고 읍장과 면장은 군수가 임명하게 됐다. 독재와 민주주의 전선에 읍면자치가 있었지만 오랜 군사독재 이후 읍면자치는 잊혔고 1987년 민주화에도 부활하지 못했다. 이미 수도권 중심 경제성장을 이룬 뒤였다.

지금의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보다 더 작은 단위인 읍면에도 자치입법권, 예산편성권 등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지자체 구조로 농촌과 같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서다. 현재는 주민들 모르게 각종 개발이 벌어지고, 주민들이 생계를 접고 투쟁에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면 의료·돌봄, 교통, 교육 등의 문제를 각 마을과 동네에 맞게 설계하지 못하고 있다. 시군 공무원들은 각 읍면의 사정을 알기도 어렵고 그마저도 순환근무 때문에 알 만하면 떠난다.

그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에게 입법·재정 등 권한을 되찾아주고 직접 발전계획을 세우게 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먼 얘기다. 주민들이 읍면장을 직접 뽑고 주민자치회가 실질적 권한을 가지면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비수도권의 작은 마을이 '소멸 지역'이 아닌 '살만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또한 농촌의 읍면은 인구가 적어 서울의 한 자치구보다 면적이 넓은 경우도 있다. 현실적으로도 기초지자체인 시군청이 각 마을에 맞춤형 정책을 펼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주민자치회 활성화 등 주민자치권 강화를 담았고, 현재 국회에는 주민자치회를 법제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행정통합이 정국을 휩쓰는 것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마을 민주주의가 가능하려면 지방자치법의 다른 조항과 지방교육자치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지방분권균형발전법을 비롯해 헌법까지 여러 법·제도를 고쳐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해볼 수 있는 시범사업도 있다.

법제도 개선 이전에 당장 할수 있는 것들

읍면자치공동행동은 책에서 시범사업 10가지를 제안하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농어촌 기본소득이다. 정부는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청양·연천·정선·순창·신안·영양·남해(1차 선정), 옥천·장수·곡성(2차 선정) 등 10개 지자체에 이달 말부터 1인당 15만 원씩 지급한다. 읍면자치공동행동은 개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만 설계된 점을 아쉽다고 평가했다. 개인 지급과 함께 마을과 읍면단위 공동기금 적립을 결합했다면 그 기금으로 읍면자치 역량과 공동체 재정을 강화하는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최근 보수·경제매체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을 받으려 위장전입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비난에 맞대응할 대안이기도 하다.

▲ 태양광 패널 이미지. 사진=pixabay

이렇게 마련한 기금으로 주민들이 주도하는 태양광 사업을 할 수도 있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흔히 타지에서 돈 많은 '업자'가 와서 패널만 잔뜩 설치한 뒤 떠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당위에 힘입어 업자만 돈 벌고 주민들은 배제되는 현실도 주민 주도로 해결할 수 있다. 신안군의 '햇빛연금' '바람연금'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주민법인을 만들어 자체 순환버스를 만드는 방법도 제안한다. 시군청과 민간기업의 합작으로 설계한 현재 대중교통 시스템은 면지역 이동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은 주민조직이 1일 8회 마을 순환버스를 만들어 17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주민자치회나 읍면이 주도해서 정말 소수만 남은 청년정책을 펴거나 귀농·귀촌인 정착 지원을 맡을 수도 있고 로컬푸드 등 안전한 먹거리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함을 말할 때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다. 시민들은 광장에서 주인이었지만 권력이 재배치되면 발언권을 잃고 통제 대상으로 돌아간다. 권력은 중앙에 집중돼 있고 광역과 기초 지자체 역시 지방정부로서 능력이 역부족한 상태에 다다랐다. 중앙이 '지방'에 돈 뿌려주는 방식의 지역균형발전 방식도 마찬가지다. 정부 기관의 크고 투박한 손으로 미세한 연결을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가 왔다는 판단이 든다. 촛불과 응원봉을 들었던 각 지역 주민들이 내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한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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