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는 아줌마'로 불렸던 급식실 노동자…제 이름을 얻는 데 28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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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하지만 6만여 명에 이르는 급식실 노동자에게는 그동안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었다.
그리고 급식실이라는 이름의 공적 공간에서 누군가가 '밥을 하는 노동'을 하지 않는 한 학생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자명한 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 노동을 여성들이 한다는 이유로 '죽음의 급식실'이라고도 불리는 곳에서 그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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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노동의 탈여성화를 향해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젠더, 공간, 권력' 등을 쓴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의 글도 기고로 함께 합니다.

흰 위생복 위에다 분홍색, 연두색 앞치마를 두른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눈물을 머금은 채로 두 팔을 위로 번쩍 들어올려 기뻐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내게도 그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하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학교급식종사자의 정의를 명문화하고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방청석에서 표결 결과를 기다리던 20여 명의 급식실 노동자들이 환호하는 그 짧은 순간이 있기까지, '학교 급식 종사자의 정의'를 향한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밥하는 아줌마'에서 '학교 급식 종사자'로

학교 급식의 역사는 1998년 초등학교에 처음 도입되고 2003년에 중·고등학교로 확대된 이후 올해로 어느새 28년을 맞았다. 하지만 6만여 명에 이르는 급식실 노동자에게는 그동안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었다. 여성 비율이 99%까지 이르기도 한다는 한 조사 결과에서처럼, 성별로는 여성이 절대다수를 이루고 연령으로는 4050 중년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이 노동자들은 그저 '밥하는 아줌마'로 불렸다.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밥하는 아줌마'라는 호칭은 여성이 사적 공간인 집을 떠나 공적 공간인 일터로 향한다고 하더라도, 한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여성으로만 인식된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급식실이라는 이름의 공적 공간에서 누군가가 '밥을 하는 노동'을 하지 않는 한 학생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자명한 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 노동을 여성들이 한다는 이유로 '죽음의 급식실'이라고도 불리는 곳에서 그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공적 부엌'에서 밥을 하는 노동의 탈여성화를 향해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의 결과, 적어도 이들은 이제 '급식 시설을 이용해 조리 업무 등에 종사하는 조리사·실무조리사'라는 제 이름을 얻었다. 다만 최근 5년간 178명의 노동자가 폐암으로 진단받고, 그중 15명이 이미 세상을 떠난 뒤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정 식수 인원, 즉 조리사 1명이 담당하는 밥을 먹는 사람 수의 기준 확립 등을 비롯해 이번 개정안 가결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많은 이들이 강조해 왔듯이, 밥을 하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확산이 필수적이다. 또, 이 중요한 노동을 여성의 일로만 남겨두지 말고 남성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일로 새롭게 인식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밥을 하는 노동의 여성화라는 오래된 성별 노동 분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밥을 먹는 우리 누구나가 밥을 짓는 노동의 의미에 대해 숙고해 봐야 한다.
급식실이라는 '공적 부엌'에서 조리사라는 이름의 여성들이 음식을 준비하기 전에는 집에 있는 '사적 부엌'에서 주로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성들이 아이들의 점심 식사를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고는 했다. 즉 어떤 부엌에서든 여성들이 여전히 그 일을 하고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을 계기로 밥을 하는 노동의 탈여성화를 향한 노력의 필요성을 다시 상기하면 좋겠다.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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