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 줄어드는데 개발 길 터주나…“농지보전 인센티브 마련을”

김소진 기자 2026. 2. 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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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특별법’ 농업계 우려
진흥지역 해제·부담금 감면 등
주요 권한 지방정부 이양 논란
상업·공업 용지로 전용 걱정 커
농지 관리 제도적 틀 선행돼야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발의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 등을 상정하며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경지면적이 식량안보의 마지노선인 150만㏊ 아래로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급물살을 타는 행정통합특별법에 경지면적 감소를 부추길 ‘독소조항’이 다수 포함돼 농업계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농업진흥지역 해제부터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농지전용 허가 기준 설정까지 모든 권한이 통합특별시장에게 집중되면서 농지보전을 위한 통제 장치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관 승인 사라지는 진흥지역 해제=여야가 발의한 제정법안에는 농지전용 허가 등 주요 권한을 지방정부로 넘기는 내용이 공히 담겼다.

현행법상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승인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특별법이 통과되면 이러한 중앙정부의 견제 장치가 사라지고 지방정부가 단독으로 해제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일부 법안은 개발사업 승인과 연계해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인허가 의제로 한꺼번에 처리하도록 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현실화하면 우량농지가 쉽게 훼손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어서다.

윤석환 GSn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일본은 전체 농지(약 434만∼450만㏊)의 90%를 농용지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경지면적(2023년 기준 약 151만㏊)의 약 50%만을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합시장에게 농업진흥지역 해제 권한까지 넘기면 단순한 면적 축소를 넘어 농지전용 압력 증가, 농지 가격 상승, 농민의 농지 확보 어려움,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생산성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석두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는 “정부가 행정통합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남발하는데 다른 토지도 아닌 우량농지를 해체해가며 개발을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작 그 필요성과 근거는 전혀 설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6일 성명을 내고 “통합특별시장의 농지전용 권한 부여는 ‘농지 보존 포기’ 선언”이라며 “‘전남·광주광역시통합특별법’이라는 이름의 ‘농지 강탈’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용 부담금 빗장 풀리나…“지가 상승 노린 난개발 우려”=행정통합특별법안이 공통으로 담고 있는 또 다른 쟁점은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조항이다. 농지보전부담금은 농지전용을 억제하고 대체 농지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제도지만, 특별법안은 이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는 폭넓은 감면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농지가 도시·주거·상업·공업 용지로 전용되면 통상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가격이 뛴다”며 “이같은 상승 기대 때문에 개발사업을 명분으로 농지전용을 추진하는 예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럴수록 농지전용 부담금을 부과해 최소한의 농업분야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부담금 감면은 타당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더 엄격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지보전 인센티브 설계해야”=전문가들은 농지보전과 관리 체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특별법이 통과되면 국가 농지 관리망에 회복 불가능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현재 통합법안에는 농지보전과 관리에 대한 구상이 빠져 있다”며 “중앙정부의 기본방침 아래 광역과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정착시켜온 농지 총량 관리 및 보전 체계가 특별법으로 인해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짚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지역 활성화를 최우선하는 지방정부의 장은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와 결이 다른 목표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경지정리가 완료된 우량농지는 개발 비용이 적게 들어 지방정부에는 가장 매력적인 대상이자, 사실상 개발의 ‘1순위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단순히 권한만 이양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농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선행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정부가 농지보전에 힘을 쏟을 때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지보전부담금의 주된 지출을 농지 관리·보전 사업에 두게 하거나, 농지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방정부에 지방양여금 등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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