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오바마 부부’ 올린 트럼프, 논란 일자 “직원 실수”
여론 역풍에 12시간 만에 삭제, 사과 거부
2020 대선 음모론 재유포·인종 혐오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원숭이로 묘사한 인공지능(AI) 합성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삭제했다. 백악관은 이번 사태를 실무진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현직 미국 대통령이 인종 혐오의 상징적 금기를 넘어섰다는 비판과 함께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음모론을 다시 유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각 5일 밤 11시 44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 계정에 1분 2초 분량의 영상을 게시했다. 트루스소셜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X와 페이스북에서 계정을 차단당하자 직접 만든 플랫폼으로, 현재 그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의 영상 말미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의 얼굴을 원숭이 몸에 합성한 1~2초 분량의 클립이 포함됐다. 정글 배경 속에서 만화 영화 ‘라이온 킹’의 삽입곡 ‘The Lion Sleeps Tonight’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부부가 몸을 흔드는 모습이 담겼다. 한편 트럼프 본인은 사자로 묘사했다.
이번 영상은 단순 희화화를 넘어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트럼프 진영의 음모론을 다시금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상에는 투·개표 시스템 업체인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이 선거 결과를 조작했으며 오바마 부부가 그 배후에 있다는 암시가 담겼다.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은 미국 내 여러 주에서 사용하는 전자 개표기 업체로,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측으로부터 ‘표 바꿔치기’ 의혹을 받았으나 관련 주장은 법원과 선거 당국에 의해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된 바 있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백악관은 고압적 태도로 사태를 키웠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당초 “가짜 분노(fake outrage)”라며 영상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이 영상이 가짜이기를 기도한다”는 팀 스콧 상원의원의 비판 등 성토가 쏟아지자, 게시 약 12시간 만인 6일 오전 영상을 삭제하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백악관은 영상 삭제 후 “계정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의 실수로 게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은 본인이 직접 글을 올리기도 하지만, 대선 캠프 출신이나 백악관 디지털 전략팀 소속 실무자들이 선거 운동이나 정책 홍보를 위해 관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레빗 대변인의 초기 반응과 삭제 시점 사이의 간극을 볼 때, 실제 실수라기보다는 여론의 강력한 역풍을 확인한 뒤 내놓은 ‘후퇴용 명분’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을 원숭이에 비유하는 것은 노예제 시대부터 이어진 극도의 인종차별적 금기를 깨는 행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의 미국 태생 의혹을 제기하거나, 그가 철창에 갇힌 AI 영상을 올리는 등 지속적으로 공격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금기를 파괴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정치적 노림수’가 투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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