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켜서 했다? "언론의 자유 지키는 게 방미통위 직원들 역할"

박서연, 박재령 기자 2026. 2. 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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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효재·이상인 주도로 해임된 권태선 이사장, 해임취소 확정
"강규형 승소 때 사과하자고 한 김효재, 제게 사과하는 게 마땅"
방미통위 직원들, 방문진 방문해 사과… 권태선 "윗사람 때문? 변명"

[미디어오늘 박서연, 박재령 기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방문진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박재령 기자

2023년 김효재·이상인 2인 주도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해임돼 법원에서 해임 취소 판결을 받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MBC 대주주) 이사장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방문진에서 진행한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김효재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 해임된 강규형 전 KBS 이사가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직후인 2021년 10월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재량권을 남용한 방통위가 강규형 이사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논리로 이제는 김효재 전 위원이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다.

2023년 5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면직된 후, 그해 8월 김효재 부위원장, 이상인 상임위원, 김현 상임위원 체제에서 김효재·이상인 당시 위원들의 주도로 권태선 이사장이 해임됐다. 해임 사유로 △과도한 MBC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MBC 및 관계사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경영손실 방치 △MBC 부당노동행위 방치 △MBC 사장에 대한 부실한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부실 검증 등 무려 10가지를 가져왔다.

그러나 법원은 해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1심부터 3심까지 권태선 이사장 손을 들어줬고, 2024년 12월 1심에서도 10가지 해임사유가 모두 무효라며 해임처분을 취소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진숙 방통위는 항소했지만 2심도 권태선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7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위원장이 방미통위 직원들을 보내 “상고 포기” 내용과 함께 사과와 진상조사 진행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효재 전 방통위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2심에서도 윤석열 방통위 때 해임처분이 부당하다고 결론났다.

“2023년 8월21일 해임 조치 당했다. 윤석열 정권에서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로 해임했다. 당연히 소송하면 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전에는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진 적이 없어 걱정했다. 하지만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방통위가 계속 항고, 재항고를 했다. 본안 1심에서 이긴 후에는 방통위에 사과하고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또 항소하더라. 당시 방통위는 승소 가능성을 믿었다기보다 당사자를 괴롭히려는 것에 무게를 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해임 과정에서 경찰에 피의자 신분에 놓이기까지 했다. 저의 해임사유를 만들어낸 감사원이 감사 방해랑 공공기록물법 위반이라며 저뿐 아니라 방문진 직원들, MBC 사장까지 피의자를 만들었다.”

-소송이 아직 안 끝난 것도 있다. 금전적 부담도 컸다고 들었다.

“저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1심부터 3심. 저의 보궐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1심부터 3심, 각각 본안소송 2개. 보궐 이사 임명처분 취소는 본안 소송이 안 끝났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취임 후 2024년 7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했는데, 이들 후임 이사 임명 정지 소송을 냈다. 집행정지 1심부터 3심, 본안 소송까지 진행했다. 재판만 총 13번 한 거다. 저 개인만 1억 원 이상 소송 비용을 썼다. 김기중 이사도 소송을 진행해서 그분도 집행정지 3건, 본안 소송 항소심까지. 상당한 금전적 지출이 이뤄졌을 것 같다.”

▲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항소심 승소 후 김효재·이상인 전 위원들을 향해 사과하라고 입장문을 냈다.

“그분들이 한 조처가 굉장히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행정법 요건에 따라 (해임에 필요한) 청문을 공개해달라든지 필요한 자료를 달라든지 요구를 여러 차례 했는데, 아무 것도 들어주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도 않고, 해임 조처를 한 거다. 당시 김현 위원한테 물어봤더니. 갑자기 이상인 위원이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으면 한다고 하니까 김효재 위원이 동조하면서 해임절차가 진행됐다고 하더라. 정상적인 심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고, 그런 논의를 했다면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기록도 없다며 안 주더라.”

“특히나 김효재씨 경우에는 2021년에 강규형 전 KBS 이사 해임 취소 판결이 났을 때 방통위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카드 사용을 떠나) 이사 해임은 지나치다는 판결이 났으니까 방통위에서 사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임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법과 절차라도 지키려고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그가 나를 해임하는데는 법도 원칙도 없었다. 강규형 이사를 해임할 당시에는 최소한 절차는 지켜서 했다. 김효재씨의 행위는 이율배반 그 자체다. 김효재씨는 저에게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결국 지난달 27일 방미통위 직원들이 위원장 명의의 입장문을 들고 직접 방문진을 찾아 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나.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의 서한을 들고 왔더라. 이 입장문을 보면 구 방통위의 잘못을 현 위원장이 인정한 건데, 행정 절차를 지원했던 당시 사무처 직원들도 해임 절차 관련해서 숙의가 이뤄지도록 지원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소송 대응 등으로 정신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저와 관련 이사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효재부터 이상인, 이동관, 김홍일, 이진숙, 김태규에 이르기까지 위원장과 위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그들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했던 공무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공무원들은 윗사람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나. 내란 사태를 보면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를 따라 수많은 고위 관료도 단죄받고 있다. 내란이 결국은 성공하지 못한 건 시민들의 노력과 더불어 군인 중에 위법한 지시에 대해서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상명하복을 중요한 가치로 교육받아서 괜찮다는 식,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는데 그 생각은 잘못됐다.”

▲ 유시춘 EBS 이사장(왼쪽부터),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을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 등이 2023년 8월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직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영방송 장악 중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미통위 직원들이 공무원이라서 어쩔 수 없는 점이 있을까.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결단이 필요하지만 위법한 지시를 따를 때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에 커다란 폐해를 입힌다. 특히나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나 독립,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게 사명이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기본적 가치다. 그런 가치를 지키는 게 방미통위의 책임인데, 방미통위 소속 공무원들은 다른 기관들에 있는 공무원보다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윗사람이 명령했기에 어쩔 수 없다는 건 변명이다. 공무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거라고도 생각한다. 한 개인이 공무원이라고 할지라도 주체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윗사람의 명령이 올바를 땐 따르지만 위법한 명령을 따르는 건 한 사회, 우리나라의 헌법적 가치에 해악을 끼치는 거란 걸 엄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이 사과한 걸 보고 마음이 조금 풀리셨나.

“그럼요. 김종철 위원장은 헌법학자로서 방통위 설립의 기본적인 헌법적 가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다. 그런데 저는 그 개인에게 사과받은 건 아니다. 방미통위 전신인 방통위가 헌법적 가치를 위배했던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기관이 사과한 거다. 그 기관이 앞으로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위원장이 오지 않고 직원들이 왔는데, 직원들로 하여금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 직원들은 윗사람 핑계를 대면서 숨을 수 있는데, 자신의 책무가 엄청난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을 거다.”

▲2025년 10월1일 정부과천청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을 철거해 현판이 바닥에 놓여 있다. 전날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방통위를 폐지하고 방미통위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미통위 설치법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진상조사도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그 사람들 하나하나 단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조직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합의제 기관의 위원 과반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도 지키지 않고 막 가는데, 왜 아무런 브레이크도 안 걸렸는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 반성이 있어야 되풀이되지 않는다. 윤석열 방통위 때 2인 체제까지 가서 극단적으로 된 면이 있지만,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직 차원의 숙고가 없으면 안 된다. 조직 내부를 한번 돌아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출범하는 방미통위에 한말씀 해달라.

“본연의 업무를 잘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방송미디어가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에 MBC도 여러 지표가 좋았음에도 적자가 났다. 미디어들이 제 역할을 하게 하려면 불필요한 규제, 차별적 규제를 없애야 하고 공영방송은 사영방송에 비해 공적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한데, 그동안은 마치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만 중요한 것처럼 부각됐다. 방미통위가 진짜 공영방송이 제대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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