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콜레스테롤 낮추는 스타틴, 부작용 우려 근거 없다
설명서의 부작용 62건 근거 없어, 4건도 미미
“약품 설명서의 부작용 부분 업데이트해야”

고지혈증 치료제 스타틴의 부작용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크게 과장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스타틴은 심장마비와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크게 줄이는 저렴한 약물이지만 부작용에 대한 경고 탓에 복용을 꺼리는 사람도 많았다. 심혈관 질환은 매년 전 세계에서 2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영국 옥스퍼드대 크리스티나 라이스(Christina Reith)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스타틴 약품 설명서에 기재된 66가지 부작용 중 4가지만 근거가 있으며, 그조차 위험성이 매우 낮다”고 지난 4일(국제 학술지)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이번 논문은 따로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스타틴의 부작용을 발표한 논문을 다시 분석한 결과이다.
◇15만명 이상 참여한 임상시험 23건 분석
스타틴은 인체에 나쁜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물로, 전 세계에서 23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다.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이 가장 많이 약값을 보조하는 급여 의약품이다. 그만큼 많이 처방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가장 흔히 처방되는 5가지 스타틴 계열 약물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23건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가짜약(위약)과 스타틴을 비교한 임상시험 19건은 12만3940명을 평균 4.5년 추적 관찰했으며, 임상시험 4건은 3만724명을 대상으로 스타틴 투여량을 달리한 결과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약품 설명서에 기재된 거의 모든 부작용 항목에 대해 스타틴 복용군과 위약 복용군 간의 부작용 보고 건수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인지 기능이나 기억력 저하 보고 건수는 매년 스타틴 복용군에서 0.2% 나왔는데, 위약 복용군도 같은 수치였다. 스타틴 복용자 중 소수가 이런 부작용을 겪을 수 있지만 스타틴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의미이다.
분석 결과, 약품 설명서에 있는 부작용 66가지 중 간 기능 검사 변화, 경미한 간 기능 이상, 소변 변화, 조직·발목 부종 등 4가지만이 스타틴 복용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역시 극히 일부 환자에서만 나타났고 위험성도 낮았다.
혈액 검사에서 간 기능 이상 위험이 스타틴 복용군에서 0.1% 증가했으나, 간염이나 간부전 같은 간 질환 발생률은 늘지 않았다. 간 기능 수치 변화가 일반적으로 더 심각한 간 문제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앞서 2022년 랜싯에 근육통이나 근육 약화 같은 근육 관련 부작용 대부분이 스타틴에 기인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치료 첫해에 환자 1%에서만 근육 관련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후 추가 증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스 교수는 “스타틴은 지난 30년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사용했지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심장마비나 뇌졸중 환자들이 복용을 꺼렸다”며 “이번 연구는 대다수 환자에게 부작용 위험보다 스타틴의 혜택이 훨씬 크다는 점을 확신시켜준다”고 말했다.
◇약품 설명서의 부작용 표기 바꿔야
이번 연구는 옥스퍼드대와 호주 시드니대가 공동 주관한 ‘콜레스테롤 치료 연구자 협의회(CTT)’가 수행했다. 영국 심장재단과 연구혁신기구(UKRI) 의학연구위원회, 호주 국립보건의학연구위원회(NHMRC)의 지원을 받았다.
영국 심장재단의 최고 과학·의료 책임자인 브라이언 윌리엄스(Bryan Williams)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증거에 기반해 환자를 확실하게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환자가 안심하고 스타틴을 복용하도록 약품 설명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문 공동 교신 저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로리 콜린스 경(Sir Rory Collins)은 “이제 스타틴이 약품 설명서에 기재된 대부분의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환자와 의사가 더 나은 건강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스타틴 정보는 신속히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여성심혈관센터 소장인 캐럴 왓슨(Karol Watson) 교수도 “이제 의약품 규제 당국이 스타틴 약품 설명서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설명서에 어떤 부작용이 실제로 스타틴에 의해 유발되는지, 어떤 부작용이 위약을 복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발생하는지 명확히 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김휘승 중앙대광명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스타틴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노시보(환자의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약효가 떨어지는 역플라시보) 효과가 임상 현장에서 실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며 “규제 당국과 공공 보건 정보는 최신 근거에 맞게 반드시 업데이트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건강 정보 콘텐츠에 대해 제도적 관리와 제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日 학자 발견한 ‘콜레스테롤계의 페니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스타틴 발견자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도 됐다. 스타틴은 일본의 생화학자인 엔도 아키라 박사가 곰팡이에서 처음 발견해 1973년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에서 메바스타틴이란 이름으로 상용화됐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개에게 고용량을 투여한 동물실험에서 장관 종양 발생 우려가 제기돼 산쿄가 개발을 중단했다.
스타틴이 본격적으로 고지혈증 치료에 사용된 것은 1987년 미국 머크(MSD)가 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로바스타틴 판매 승인을 받으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그동안 로바스타틴이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스타틴 의약품으로 알려졌다.
아키라 박사의 공로가 재조명된 것은 노벨상 덕분이다. 1985년 스타틴 관련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 텍사스대 마이클 브라운 박사와 조셉 골드스타인 박사는 수상 소감에서 “콜레스테롤계의 페니실린을 개발한 엔도 아키라에게 영광을 바친다”고 말했다.
영국의 세균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은 1928년 푸른곰팡이에서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아키라 박사도 곰팡이에서 첫 콜레스테롤 치료 약물을 찾았다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참고 자료
The Lancet(2026), DOI: https://doi.org/10.1016/S0140-6736(25)01578-8
The Lancet(2022), DOI: https://doi.org/10.1016/S0140-6736(22)01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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