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자유의 몸”…대구희망원 피해자 13억 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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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전봉수 씨는 35살이던 1998년, 천안역에서 "국밥을 사주겠다"는 한 스님의 말을 듣고 따라갔습니다.
스님이 준 죽을 먹고 승합차에 탄 뒤 정신을 잃은 전 씨는 부랑자 등을 한데 모아 생활하는 대구 희망원에서 눈을 떴습니다.
전 씨의 소송을 지원했던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대구 희망원의 강제수용 피해를 인정한 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대구시도 시립 시설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인권 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다른 피해자들을 위한 전수 조사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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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전봉수 씨는 35살이던 1998년, 천안역에서 "국밥을 사주겠다"는 한 스님의 말을 듣고 따라갔습니다. 스님이 준 죽을 먹고 승합차에 탄 뒤 정신을 잃은 전 씨는 부랑자 등을 한데 모아 생활하는 대구 희망원에서 눈을 떴습니다.
"이유는 없었는데 때려가지고. 자고 있는데 주먹으로 때려가지고 죽고…."
'대구 희망원'은 한 해에 많게는 1000여 명이 수용된 노숙인 복지시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씨는 그곳에서 폭행은 물론 강제 노동, 감금 등에 시달렸습니다. 전 씨는 희망원에서 축구공을 바느질로 일일이 꿰맸고, 밥 당번 등 각종 잔심부름도 해야 했습니다. 가족들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였습니다. 그러다 24년이 지난 2022년에서야 대구희망원을 나온 전봉수 씨. 사회 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그제서야 가족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한 여정…. 국가는 2차 가해 반복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전 씨는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먼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 정리위원회에 대구 희망원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청했습니다. 2024년 9월, 위원회는 조사 결과 대구희망원을 비롯한 전국 성인 부랑자 시설 4곳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며 국가가 이에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 안에서 내 청춘 다 뺏긴 것. 부모님 못 만나게 한 것. 형제들이 나 찾다가 돌아가시고…."
하지만 '권고'는 '권고'였을 뿐. 사과는 제대로 받지 못했고,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전 씨와 가족들이 결국 국가를 상대로 18억 8천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낸 이유입니다. 소송 과정에서라도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만을 바랐을 뿐입니다.
■"강제 입소 아니다"라며 오히려 2차 가해
재판 과정에서 국가는 '2차 가해'를 반복했습니다. 법무부가 선임한 소송대리인은 전 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깎아내리기 바빴습니다. "전 씨가 당시 어린이도 아닌데 강제수용할 이유가 없다"며 "자유의사에 따라서 희망원에 입소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강제 입소가 아니라고 주장한 겁니다.
또, "군대 시절 훈련 기간에 나와야 하는 경우가 생겨서 혼자 방에서 고립된 적이 있었지만 그게 인권 침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한 뒤 '독방 감금'이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도 하면서 방청석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국가가 전 씨에게 13억 원 배상해야"

그리고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이 전봉수 씨에게 13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강제 수용 여부 ▲강제 노동 ▲상시적인 감시 통제 ▲독방 격리 등 희망원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 모두 인정했습니다. 또 ▲국가가 만든 훈령에 따라 희망원이 만들어진 점 ▲희망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국가 사무임에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통해 권리 구제에 나선 점 등을 들어 청구 금액인 18억 8천여만 원의 70% 수준인 13억 원만 배상 결정을 내렸습니다.
■"기쁩니다. 농사지으러 갈 거예요"

재판이 끝난 뒤 마련된 전 씨는 "이겼습니다"를 외치면서 모처럼 만에 웃어 보였습니다. 뒤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씨는 "기쁩니다" 라고 말하면서 "누나와 함께 벼농사를 짓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전 씨의 소송을 지원했던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대구 희망원의 강제수용 피해를 인정한 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대구시도 시립 시설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인권 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다른 피해자들을 위한 전수 조사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제 관심은 피고 대한민국이 1심 선고 결과에 항소할지 여부입니다. 그동안 국가 배상 소송에 대해 '기계적 항소'를 반복했던 정부는 지난해 8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선감학원 사건' 등 국가의 불법 행위로 인한 배상 판결에 항소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추가적인 사실 관계가 확인되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소를 포기하겠다"라고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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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기자 (joon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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