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하면 쿠팡 대항마? 또다른 쿠팡?

허효진 2026. 2. 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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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일으킨 물결...대형 마트 규제 완화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로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제도가 최근 뜻밖의 상황에 마주쳤습니다.

당정이 갑자기 이 영업시간 제한을 푸는 방향을 논의한 겁니다.

지난해만 해도 여당은 오히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실제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일몰 시한을 2029년으로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지난해 말 촉발된 쿠팡 사태가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지금은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이 제한돼 있습니다. 당연히 새벽 배송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걸 풀면 대형마트도 쿠팡, 컬리처럼 새벽 배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로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쿠팡 배만 불려줬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대형마트 규제를 풀면 '쿠팡 대체제'가 될 수 있을까요? 또 다른 쿠팡만 만들어지는 걸까요?


■ "전국 점포가 이젠 물류센터" 대형마트는 반색

밤 10시, 늦어도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받아보는 일, 이젠 너무 익숙한 일입니다. 영업시간의 규제를 받지 않는 e커머스 업체 쿠팡은 전국 곳곳에 대형 물류센터를 세우고 로켓 배송을 앞세워 성장했습니다.

쿠팡의 폭발적 성장세를 지켜보던 대형마트는 묘책으로 일부 점포에 PP(Pick&Packing)센터를 한편에 마련해 놓고 작은 물류센터처럼 활용해 왔습니다. 오후 2~3시까지 온라인 주문하면 당일 오후 10시쯤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만약 당정이 논의하는 것처럼 온라인 주문에만 영업 제한이 없어진다면 대형마트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도 새벽 배송이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각 점포는 물류센터로 곧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점포는 전국에 460곳이나 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배송 거리도 실질적으로 가까워지고 또 그로 인한 배송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도 더 줄일 수가 있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더 저렴하고 더 빠른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유통업계는 규제가 생긴 뒤 14년 동안 유통 시장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에 ▲영업시간 규제(0시~10시) ▲의무휴업일(매달 이틀)을 넣은 건 골목상권과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건데요. 대형마트가 쉬면 사람들이 전통시장이나 주변 가게로 갈 거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측과는 달리 전통시장보다는 e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오히려 주변 상권이 같이 침체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 가운데 온라인 비중은 59%인 반면 대형마트는 9.8%에 그쳤습니다.

대형마트업계는 일단 논의를 반기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매달 이틀의 의무휴업일 규제도 풀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옵니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언제는 주문이 되고, 언제는 배달을 못 받는다는 식의 제약이 생겨버리면 (주문) 연속성에 대한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 노조·소상공인 "쿠팡 잡자고 쿠팡 확대?...우리가 죽게 생겼다"


반면 논의가 알려진 것만으로도 노동계, 소상공인들은 격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노동계는 대번에 14년 전의 대형마트 노동 실태부터 떠올렸습니다.

당시 주 7일, 24시간 운영하는 대형마트에서 노동자들이 장시간 과로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지금 논의 방향대로 온라인 주문에 한해서라도 영업시간 규제가 없어진다면 심야 배송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방안이 알려지자 하루 만에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배송 허용은 최소한의 휴식권마저 빼앗고, 마트·배송 노동자들을 24시간 쉼 없는 기계 부품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노조와 중소상공인들은 쿠팡을 규제하지 않고 대형마트의 규제부터 풀겠다는 건 제2의 쿠팡, 제3의 쿠팡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과로 등 노동 문제가 대형마트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되풀이될 수 있고, 자영업자들은 대기업의 무한 경쟁 회오리 속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노동자들의 우려대로 심야 배송 허용은 그동안 건강권 보장을 위해 노동자 등의 근로 시간을 줄여 온 사회적 흐름과 배치되기도 합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는 불과 얼마 전 과로사 방지를 위해 야간 배송 노동자의 주당 근로 시간을 46~50시간으로 제한하기로 잠정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은 결정된 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대형마트 규제 해제 카드는 쿠팡의 기세만 꺾을 수 있는 이이제이(以夷制夷)
가 될까요? 아니면 제2, 제3의 쿠팡만 탄생시켜 골목상권과 노동자들을 초토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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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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