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노개런티 출연했다가 '생애 최고' 출연료 받은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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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은 2011년 새로운 영화 제작에 나선다.
정 감독은 독립영화 제작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감독님이 안성기 배우와 친하니 출연 가능한지 한 번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안성기의 합류로 '부러진 화살' 제작에 가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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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 몰랐던 배우 안성기<6>
정지영 감독은 2011년 새로운 영화 제작에 나선다. ‘부러진 화살’(2012)이다. 8년 가량 추진해 왔던 ‘아리랑’의 제작이 무산된 뒤였다. ‘아리랑’은 독립운동가 김산(1905~1938)의 삶을 다룬 대작이라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았다. ‘아리랑’을 미루는 대신 선택한 ‘부러진 화살’은 논쟁적인 영화였다. 2007년 발생한 판사 석궁 사건을 소재로 했다.
정 감독은 ‘아리랑’ 제작을 함께 준비했던 이은 명필름 대표에게 투자배급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자문 변호사가 ‘부러진 화살’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따를 수 있고, 중간다리 역할을 한 이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부러진 화살’은 한국 사법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으니 제작과 개봉 과정에 여러 난관이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정 감독은 독립영화 제작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작비는 2억 원으로 초저예산이었다.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 무명 연극배우들을 출연시키는 식으로 제작비 절감에 나섰다. 하지만 무명 연극배우라고 공짜로 연기할 수는 없는 일. 식대와 교통비 등은 당연히 제공해야 하고, 부족한 출연료는 인센티브 계약으로 보충해야 했다. 연극배우들도 선뜻 나서지 않을 상황에서 한 스태프가 회의 중 아이디어를 냈다. “감독님이 안성기 배우와 친하니 출연 가능한지 한 번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정 감독은 “안 배우가 출연하겠어?”라고 반문했으나 곧 나쁘지 않은 발상이라는 판단을 했다. 물어보는 것만으로 손해 볼 일은 없을 테니까.

정 감독은 안성기를 찾아갔다. 시나리오를 건네며 “염두해야 될 게 두 가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예전 함께 했던 ‘남부군’(1990)과 ‘하얀 전쟁’(1992)이 잘 된 걸 생각해 보라”가 첫 번째였고, “제작비가 워낙 적어 출연료를 당장 줄 수 없다”가 두 번째였다. 정 감독은 “안 배우가 출연하면 성공할 듯하다”며 “출연료는 흥행 성과에 따라 정해진 비율로 주겠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사실상 노개런티 출연을 고려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생애 최고 출연료 선사한 ‘부러진 화살’

이튿날 정 감독은 안성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출연하겠다”고. 정 감독과 안성기는 ‘하얀 전쟁’ 이후 20년 만에 호흡을 다시 맞추게 됐다.
안성기의 합류로 ‘부러진 화살’ 제작에 가속도가 붙었다. 배우 김지호와 박원상, 문성근, 이경영, 나영희 등이 가세하며 출연진이 갖춰졌다. 제작비는 5억 원으로 불어났다. 여전히 저예산이었으나 대중영화의 틀을 제법 갖추게 됐다. 안성기의 출연 결정은 ‘부러진 화살’에 큰 힘이 됐고, 결과적으로는 안성기 본인에게 큰 복으로 돌아왔다.
안성기는 전 대학교수 김경호를 연기했다. 재임용에 탈락했다가 법정 다툼 끝에 패소한 후 석궁을 들고 판사를 찾아갔다가 더 큰 곤경에 처하는 인물이다. 김경호는 법을 독학해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한다. 김경호의 독설이 묘한 쾌감을 불러내고, 경직된 사법부의 행태가 쓴웃음을 자아낸다. 안성기는 당시 개봉을 앞두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적 가치가 충분해 출연을 결정했다”며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얇았는데 그만큼 이야기가 잘 정리돼 있었다”고 밝혔다.
‘부러진 화살’은 2012년 1월 18일 개봉했다. 흥행 뒷심을 발휘하더니 극장에서만 346만 명이 봤다. 제작비 5억 원 영화로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흥행 성적이었다. 극장 매출은 259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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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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