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 극우집회 잠입 취재기자 "극우도 같은반 친구, 공존·설득해야"

장슬기 기자 2026. 2. 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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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부건 토끼풀 기자, 1월31일자 애국대학 주최 1시간 진행한 로블록스 집회 잠입
"최소한의 팩트체크 하는지 의심"…"군인 민간인 학살 게임 있다는 얘기도, 게임사가 검토해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지난 1월 31일 '로블록스' 에서 열린 극우 집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얼굴을 합성한 참가자들 모습. 사진=토끼풀 제공

지난해 12월 윤석열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로블록스에서 내란을 옹호하고 중국 등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집회가 열려 논란이 됐다. 10대가 중심이 된 온라인 버전 '윤어게인' 집회다. 로블록스는 주로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게임 플랫폼으로 각 이용자가 게임을 직접 만들어 원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

청소년언론 토끼풀의 서부건 기자(사회부장)는 로블록스 극우집회에 잠입 취재를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집회를 주도한 '애국대학' 구성원들이 모인 디스코드(메신저)에 들어가 “멸공”과 같은 '극우 용어'를 쓰면서 분위기를 파악했다. 이미 언론에서 비판이 나왔기 때문에 애국대학 측에서는 은밀하고도 기습적으로 로블록스 집회를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6시, 장소는 로블록스 서울대 정문이었다.

토끼풀에 따르면 애국대학 집행부는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청소년이다. 참석자들이 스스로 나이를 밝히기도 해서 중학생이 많이 참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회가 열리자마자 92명이 접속했고, 총 136명이 참여했다. 애국가 제창, 'WE WANT FREEDOM 행진', 단체 구호 외치기, 단체 사진 촬영 등 집회 형식을 제법 갖췄다. 참가자들은 'ONLY YOON', '윤어게인' 등이 적힌 옷을 입었고 이재명 대통령이나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얼굴을 본떠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집회를 취재한 서 기자는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0대들이지만 극우 집회의 모든 요소를 충족했다”며 미성년자들의 단순 놀이문화라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을 적대시하며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하는 것도 우려했다. 다음달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서 기자는 “우리에게는 같은 반 친구이기 때문에 공존하고 설득하며 혐오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 기자와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 지난해 12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서부건 토끼풀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극우 집회가 로블록스에서 가능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로블록스는 특정 게임을 하는 곳이 아닌 게임 플랫폼으로 누구나 게임을 만들어 올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게임사의 허락 없이 무슨 게임이든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날 집회는 어떤 목적을 위한 게임이었나?

“'애국대학' 관리자 중 코딩할 줄 아는 사람이 직접 만들었는데, 오직 집회만을 위해 만든 게임이다. 게임 이름도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절대 내용을 알 수가 없다. 게임에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애국대학의 디스코드 서버 안에서 인증을 받은 사용자만 이 집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설정해 보안이 철저했다.”

-서 기자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나?

“집회 전부터 그 디스코드 서버에 들어가 대화를 하면서 극우인 척을 했다. 거기에 성공해 인증을 받아 게임에 들어갈 권한을 받았다.”

▲ 지난달 31일 로블록스 극우집회의 채팅 모습. 극우 혐오 메시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토끼풀 제공
▲ 지난달 31일자 로블록스 극우 집회 모습. 사진=토끼풀 제공

-집회 참가자 주 연령층을 알 수 있나?

“로블록스의 원래 주 연령층은 초등학생이지만 이 집회는 조금 더 (연령이) 높았던 것 같다. 디스코드 방에서 대화를 보면 스스로 '중1이다'라고 밝힌 경우도 많은데 거의 다 중·고등학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참가자들은 '멸공', '부정선거 척결', '찢재명 구속',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각에서는 미성년자들이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가벼운 '10대들의 놀이 문화'로 보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가볍게 보기에는 집회의 수위가 심각하다. '짱깨', '북괴송을 튼다' 등 혐오적 발언이 많았다. 10대지만 극우의 모든 요소를 충족한 집회를 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들을 충족했다고 보는 건가?

“음모론을 신봉하고 혐오적 가치를 말했다. 현 정권에 대한 적대감도 강했다. 음모론은 부정선거론을 말하는데 디스코드 방에서는 부정선거 증거물을 따로 수집하는 방도 있었다. 극우매체에서 나온 부정선거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더라. 중국 혐오도 있고, 기성세대애 대한 적대감도 심했다. '뉴스공장 보는 영포티들은 다 세뇌됐다', '좌파의 개가 됐다'며 그 사람들이 공산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애국대학 디스코드에서 부정선거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는 모습. 사진=토끼풀 제공
▲ 지난달 31일자 로블록스 극우 집회 모습. 사진=토끼풀 제공

-민주당 지지자들이 나라를 망친다는 주장인가?

“기억나는 건 애국대학 관계자가 한 말인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좌파인 이유라면서 '돈이 없어서 고기를 먹지 못하니 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좌파가 됐다'는 황당한 주장도 하더라. 디스코드 방에 있는 300명 가량이 다 볼 수 있는데 그런 소리를 하고, 나머지는 동조하고 있었다.”

-근거 없는 주장을 집회 참석자들이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였나?

“그렇다. 디스코드 방에서 대화하는 걸 보니 MBC와 MBN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더라. 누군가 MBN 영상을 세 번이나 올리면서 MBC라고 지칭하는데 아무도 바로잡지 않고 있더라. 최소한의 팩트체크를 하는지, 근거를 대면서 말하는지 의심이 많이 들었다.”

-학교에서도 극우 성향의 친구들을 많이 봤을 텐데, 학교와 다른 온라인 공간 만의 분위기가 있나?

“학교에선 어느 정도 필터를 거치지만 온라인에선 여과하지 않고 감정을 쏟아내더라. 반대 세력에 대해 욕했을 때 모든 사람이 동조해주는 환경이나 보니 혐오나 부적절한 말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집회는 얼마나 진행됐나?

“1시간 정도 진행됐다. 누군가 신고를 해서 게임이 삭제조치 됐다. 관리자나 일반 유저들이랑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이 게임이 공개되면 좌파들이 몰려와 신고하기 때문에 긴급공지 한다는 말을 했다. 카톡으로 링크를 공개하면 게임을 열자마자 바로 정지 당해 디스코드로 링크를 공유하니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고 하더라.”

-집회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 있나?

“청소년다운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주최 측의) 말을 듣지 않아서 행진하는데 오와 열이 안 맞지 않았다. 세 번 정도 다시 (행진을) 진행하는 등 혼란이 있었다.”

▲ 지난달 31일자 로블록스 극우집회 채팅창. 참가자들이 제대로 줄을 서지 않아 행진이 어렵다는 내용의 채팅이 오가고 있다. 사진=토끼풀 제공

-최근 시사IN과 함께 극우 청소년들을 인터뷰해서 기사를 썼는데,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보통 '이들이 세뇌당했으니 훈육해서 되돌려야 한다'고 하면서 또 적으로 칭한다. 그런데 우리한테는 같은 반 친구다. 극우라 하더라도 이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공존하면서 설득해보고 혐오를 줄이며 대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

-성인들은 상대적으로 정치 성향이 결정돼 극우 성향의 사람들을 멀리하면서 쉽게 배제하게 된다. 10대는 소통을 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다.

“문성호 토끼풀 기자(편집장)이 쓴 기사 <'윤어게인' 만나 밥 한끼…희망 보였다>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생각보다 제대로 알고 '윤어게인'을 주장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제대로 된 미디어를 보여주고 토론하고 설득하면 바뀔 수 있는 사람이 태반이 아닐까 생각한다.”

-온인에서는 따로 모이는 게 일상화돼있고 유튜브도 성향에 맞는 영상만 보지 않나. 그래서 일종의 무기력감도 있다.

“모두가 느낄 거다. 나도 극우 성향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설득해보려고 글을 쓰지만 깊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거부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가깝게 다가가도 설득을 시도해야 한다. 문성호 편집장도 실제 3시간 동안 밥을 먹으며 대화를 하지 않았나. 굉장히 친밀한 상태에서 대화를 한 거다. 그렇기 때문에 (설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 지난해 31일 로블록스 극우집회 모습. 윤석열씨 얼굴, 성조기와 태극기, 'ONLY YOON'이 새겨진 상의 등이 보인다. 사진=토끼풀 제공

-로블록스 집회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보자. 윤석열씨와 이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참가자도 있는데 캐릭터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나.

“캐릭터를 직접 꾸밀 수 있다. '스킨'이라고 하는데 직접 윤석열 스킨, 이재명 스킨을 만들어서 돈을 받고 팔 수 있다. 로블록스에서 돈을 벌면 이게 현실 재화로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악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토끼풀에) 제보가 오기도 했는데 '군인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내용의 게임이 있는데 수천만원을 벌었고 다단계식으로 수익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사후 신고만 대응해서 발생하는 문제 같다.

“게임이 나오기 전에 한번 검토를 해야 한다. 스킨은 팔기 전에 검토를 하지만 윤석열 스킨은 물론 드럼통 스킨(이 대통령 주변인 사망 관련 음모론·조롱 밈)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하는 스킨이 나오기도 한다.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게임사의 시정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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