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첫 세대, 과목 선택은 시작됐는데···대학 권장과목은 ‘안갯속’[뉴스 물음표]

올해 고교 2학년 학생들은 ‘선택과목’을 듣게 됩니다. 원하는 1학기 수강 과목을 지난해 하반기에 정했고, 수업을 들으러 교실을 옮겨 다니게 됩니다. 마치 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을 찾아다니듯이 말이죠.
이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변화입니다. 올해 고2는 고교학점제를 처음 적용받는 학생들입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선택과목은 일반선택·진로선택·융합선택으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미적분1, 확률과 통계는 일반선택이고, 미적분2·경제수학·인공지능수학 등은 진로선택으로 분류됩니다. 조금 더 세분화된 실용 통계나 수학과제 탐구는 융합선택으로 묶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은 대입 수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대학들은 지금까지 대학입학전형(대입전형) 시행계획과 함께 제시하는 ‘핵심 권장과목’과 ‘권장과목’이 “지원자격과는 무관하지만 수시모집 서류평가에 반영된다”(2027학년도 서울대 대입전형 시행계획)고 밝혀왔습니다.
고교학점제 이후 선택과목을 고를 수 있게 되면서 학생들은 대학의 권장과목 목록을 더욱 예의주시하게 됐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더라도, 학생들 입장에선 희망 대학의 권장과목을 참고 삼아 과목 선택을 하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군다나 고2가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은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첫 입시인 만큼 학생과 학부모 모두 여러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들의 대응은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종로학원에 의뢰해 의대를 둔 39개 대학을 기준으로 핵심 권장과목·권장과목 공개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 2일 기준 의대 권장과목을 공개하지 않은 대학은 17곳으로 전체의 43.6%에 달했습니다. 의대가 있는 대학 중 절반가량이 의대 권장과목을 공개하지 않은 셈입니다. 서울에서는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권장과목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한림대·계명대·경상국립대·순천향대·울산대도 권장과목 미발표 대학입니다.
권장과목을 발표한 대학들 가운데서도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사례가 눈에 띕니다. 충북대는 의약학계열의 ‘관련 교과’로 ‘영어, 과학’만을 제시했습니다. 충북대는 자료에서 ‘2028학년도 충북대 모집단위별 관련 교과 안내는 고교 학생들의 이수과목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참고 자료’라고 설명했습니다.
권장과목을 공개하지 않은 복수의 대학에 ‘권장과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너무 구체적으로 권장과목을 제시하면 오히려 학생들의 학과 선택 여지를 없애버린다’는 우려 때문에 대학들이 공개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대학 입장에선 “기존 일정을 지키는 것”이라는 명분도 있습니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입학연도 1년 10개월 전, 즉 고2의 4월 말까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수립해 공개합니다. 올해 고2가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의 경우, 해당 시점은 올해 4월입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입시 환경도 변화하는 만큼 교육부는 지난해 8월까지 권장과목을 발표해달라고 대학들에 요청했습니다. 고2 학생들의 선택과목 결정에 미리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교육부 요청에 미진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학들이 그간 핵심 권장과목과 권장과목을 두고 ‘대입의 절대적 변수는 아니지만 노력해달라’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표명해왔다는 점입니다. 수험생 입장에선 목표 대학의 권장과목이 최선을 다해 맞춰야 하는 기준인지 아닌지 헷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가령 연세대는 지난해 고3이 치른 2026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서에서 질의응답 형태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대학이 제시한 핵심과목·권장과목 가운데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은 과목이 있는데, 이를 이수하지 않으면 평가에 불이익이 있는지’라는 질문에 대해 “이수 권장 과목 중 일부 과목을 듣지 않은 경우, 평가에 크게 영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단서도 달았습니다.
연세대는 “학교가 개설하지 않아 이수하지 못한 학생과, 학교가 개설했음에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은 다르게 평가한다. 학생이 처한 상황도 고려하겠지만 추가적인 노력도 기대한다. 학교가 개설하지 않았다면 외부 공동교육과정으로 이수하길 추천한다”고 밝혔습니다.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타고 각종 입시 컨설팅 업체가 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서, 대학의 모호한 태도가 혼란을 ‘한 스푼’ 더하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됩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10600051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6060003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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