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확산일로…통상문제 비화 조짐-규제 논쟁도 재점화

김진 2026. 2.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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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법사위, 韓정부 쿠팡 ‘차별 대우’ 조사 착수
韓쿠팡 대표에 증언 요구…관세 문제 영향 촉각
국내선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논의 본격화
與의원, 새벽배송 완화법 발의…중소상공인 반발
6일 오전 서울 도심 내 한 쿠팡 배송 물류센터의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지난해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촉발된 쿠팡 사태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한국 정부의 ‘차별적 대우’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대형마트 규제 개선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논쟁이 재점화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최근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에게 오는 23일 출석해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표적화’에 대해 증언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미 의회는 쿠팡에 한국 대통령실·정부·국회 등과 통신한 기록 전부를 제출할 것 또한 명령했다.

미 의회는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쿠팡의 주장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성명을 통해 “미 하원 법사위원회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소환장에 따라 요구되는 문서 제출과 증인 진술에 모두 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관련 조사 및 무역 구제를 앞서 요청했다. 당시 쿠팡은 “당사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미국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쿠팡 문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김 총리는 현지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저는) 쿠팡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료히 얘기했고, 밴스 부통령은 아마 한국 시스템 아래 법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이해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밴스 부통령은 이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에 오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과열되지 않게 잘 상호 관리를 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미국 일각의 우려에는 쿠팡에 대한 이례적인 규모의 범정부 조사, 정치권의 쿠팡 청문회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관세 문제와 맞물리면서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노력 미진을 문제 삼으며 대한국 관세를 다시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한 바 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국내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담긴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정·청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실무협의회에서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의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코로나19 시기 쿠팡의 급성장을 가능케 한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배송 인프라를 갖춘 쿠팡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몸집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폐지 여론이 고개들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관련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가 수행하는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 행위(포장, 반출, 배송 등 포함)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중소상공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국상인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은 6일 국회에서 ‘전통시장·골목상권 생존을 위협하는 대형마트 온라인·새벽배송 허용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충환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이 자리에서 “십수 년간 쌓아온 유통 규제 안전망을 허무는 방식은 잘못된 해법”이라며 “새벽배송이 허용되는 순간 신선식품, 생필품이라는 마지막 생존권까지 대기업에 넘어가 지역 상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덕현 서울시소상공인연합회장도 “지금 필요한 것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과 불공정행위 등 독점 남용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했다. 회견을 주최한 오세희 민주당 의원도 “대형마트의 온라인·새벽배송 허용은 플랫폼 독점 해소와 무관하며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반대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5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국회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를 즉각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규제가 쿠팡만 키웠다’는 핑계로 대형마트의 족쇄를 풀어주겠다는 것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 치이고 경기 침체에 우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기업의 무한 경쟁 틈바구니로 밀어 넣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골목 상권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마트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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