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뛰게 할 ‘전고체 배터리’…양산 경쟁 속도전

변상이 기자 2026. 2.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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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고에너지·고안전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차세대 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전고체 배터리'가 핵심 전력원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들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액체 전해질을 쓰는 대신,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차세대 배터리다. / 챗GPT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액체 전해질을 쓰는 대신,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차세대 배터리다. 누액과 화재 위험이 크게 줄어들고, 고에너지 밀도 구현이 가능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드론, 전기차 등 고출력·고안전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 받는다. 

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초기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니켈코발트망간(NCM),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로 탑재되는 분위기라면 향후 반고체 배터리를 거쳐 전고체 배터리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SNE리서치에 따르면 로봇 1대당 전고체 배터리의 탑재량은 2030년 0.04GWh에서 2035년 5.65GWh, 2040년에는 76.1GWh까지 급증하며 휴머노이드 배터리 시장의 핵심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전기차와 비교해 로봇의 경우 큰 부하 조건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배터리 교체 주기가 더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배터리 수요량은 전망치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이 전고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는 이유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로봇용으로 쓰일 전고체 배터리 양산 속도가 가장 빠르다. 삼성SDI는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로봇 전용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과 SK온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이 2029년 전후인 것과 비교하면 1년 이상 앞선 일정이다. 또한 지난해 로봇용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로봇 분야 협력 관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SK온 역시 로봇용 배터리를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고 현대위아와 로봇 구동에 최적화된 배터리 솔루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위아가 개발 중인 물류 로봇 등에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리터당 800와트시(Wh)급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전고체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하고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글로벌 로봇 기업과의 협력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와 협력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적용될 배터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는 테슬라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향후 대량 보급이 이뤄질 경우 배터리 수요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소재 기업도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왔다. 에코프로비엠은 2024년 전고체 배터리 시대에 대비해 고체 전해질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는 고객사별 배터리팩 사양에 최적화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성능 검증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도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팩토리얼과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팩토리얼은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현대자동차, 기아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글로벌 로봇 환경도 국내 기업들의 배터리 수요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 보급 누적 대수는 지난해 2만3000대에서 2030년 69만대, 2035년 679만대를 거쳐 2040년에는 약 53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와 ESS 시장이 중국 기업이 주력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위주로 형성되지만, 로봇은 하이니켈 기반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가 주로 채택되고 있어 국내 배터리 기업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의 로봇 시장 공략은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중장기 산업환경 변화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전기차 이후를 대비한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함께 글로벌 로봇 기업과의 동맹을 강화해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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