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크가 아니라 테크바이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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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생명공학(바이오테크, Biotechnology)을 연구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이제 생명공학 업체들은 바이오테크가 아니라 테크바이오가 됐다는 말이다.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AI 반도체로 불리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량에 따라 개발속도가 좌우되는 것처럼 DPU 확보 능력이 생명공학 스타트업의 중요 변수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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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생명공학(바이오테크, Biotechnology)을 연구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이제 생명공학 업체들은 바이오테크가 아니라 테크바이오가 됐다는 말이다. 언뜻 보면 앞뒤를 뒤집은 말장난 같지만 여기에 업계의 속 깊은 고민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들어 있다.
이들이 테크바이오라고 한 이유는 생명공학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 특히 기기(하드웨어) 비중이 너무 커졌다는 뜻이다. 그중에서 치명적인 것이 반도체다.
생명공학에서 발생하는 자료(데이터)는 단위가 다르다. 가로, 세로 2㎝ 크기의 작은 생체조직을 분석하면 페타바이트(PB) 단위의 자료가 나온다. PB는 말 그대로 1,000조 바이트다. 1기가바이트(GB) 분량의 고화질 영화를 하루도 쉬지 않고 13년 동안 봐야 하는 분량으로, 1테라바이트(TB) 대용량 저장장치 1,024개가 모여야 1PB가 된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단위가 큰 데이터는 인터넷으로 보낼 수 없다. 한 생명공학 스타트업 대표에 따르면 수PB 분량 자료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저장하려고 인터넷으로 전송하면 4일이 걸린다. 그래서 해외 연구기관과 공조가 필요한 급한 데이터는 사람이 저장장치를 가방에 담아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져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오히려 사람이 들고 이동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 시대의 인터넷 전송보다 빠른 역설적인 현상이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버젓이 일어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구동성으로 원하는 것이 데이터처리전용 반도체(DPU)다. DPU는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압축해 빠르게 전송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처리전문 반도체다. 과거에는 이런 일들을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반도체가 담당했지만 이제 CPU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데이터 용량이 커지면서 DPU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AI 반도체로 불리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량에 따라 개발속도가 좌우되는 것처럼 DPU 확보 능력이 생명공학 스타트업의 중요 변수가 된 셈이다.
그 바람에 요즘 생명공학 업체들은 투자를 받아 DPU와 GPU 등 반도체를 확보하느라 바쁘다. 심지어 아예 전용 반도체를 주문 생산하려고 반도체 업체들을 만나는 스타트업도 있다. 세계 최대 유전자 분석장비업체 일루미나는 반도체 설계업체 드라겐을 1억 달러에 사들였다.
문제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AI 특수다. 정부는 물론이고 반도체 기업들도 AI에 집중하다보니 미처 생명공학 업체들이 원하는 반도체를 확보하기 힘들다. 데이터 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부족 문제가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기업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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