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대신 퇴직연금, 21년 만에 노후자금 대전환

김아사 기자 2026. 2. 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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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TF, 퇴직연금 의무화 합의
금융사가 법인 만들어 기금 운용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장지연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 실무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노사정TF 공동선언문을 든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앞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을 사내에 적립하는 기존 퇴직금 제도는 사라지고, 외부 금융 기관에 적립하는 ‘퇴직연금’ 방식으로 일원화된다. 퇴직연금 운용도 뿔뿔이 흩어진 연금을 기금 형태로 모아 별도 법인이 맡아 운용하는 ‘기금형 방식’이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근로자가 속한 회사가 금융기관과 계약을 맺는 식으로 이뤄졌다.

고용노동부, 한국노총, 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참여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는 6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적립금 43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제도가 2005년 제도 도입 이래 21년 만에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퇴직연금이 의무화되면 적립금은 더욱 늘어나 2050년쯤 국민연금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연금이 천문학적 규모로 커지면서 운용 주체를 정하는 게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에 맡기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근로의 대가로 형성된 개인 자금이 환율 방어 등에 쓰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노사정은 은행, 증권, 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가 별도의 수탁 법인을 만들어 이를 운용하는 안에 합의했다. 국민연금은 300인 이하 사업장 소속 근로자가 가입 가능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만 다룰 수 있게 했다.

그래픽=김현국

◇개인·기업이 굴리는 퇴직연금 모아서 운용, 수익률 높인다

6일 발표된 노·사·정 합의의 핵심은 ‘퇴직연금 의무화’와 ‘기금형 제도 도입’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퇴직금 제도는 사라지게 되고, 규모의 경제로 운용되는 기금형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퇴직연금 개편 논의를 5문답으로 정리했다.

Q1. 퇴직연금 의무화는 무엇이고 왜 논의하나

퇴직급여는 사내에 적립하는 퇴직금 제도와 금융기관 등 사외에 적립하는 퇴직연금으로 나뉜다. 퇴직연금을 의무화한다는 건 퇴직금 제도를 없애고 퇴직연금으로 일원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늘어난 수명 탓에 노후 소득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퇴직금을 한 번에 수령하는 게 아니라 연금으로 받게 되면 노후의 안전 장치가 강화될 것이란 게 정부 생각이다.

퇴직금은 회사가 사내에 적립하기 때문에 회사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이 돈을 체불하면 근로자가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퇴직연금은 사외 금융기관에 쌓아둬야 해 못 받을 우려가 적다.

Q2.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은 왜 필요한가

현재 퇴직연금은 회사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뒤, 회사나 근로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계약형’ 구조다.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건 DB(확정급여)형, 근로자가 책임지는 건 DC(확정기여)형이라고 부른다.

기금형 논의가 시작된 건 퇴직연금의 낮은 운용 수익률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퇴직연금 연평균 운용 수익률은 2.07%에 그친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5~6% 수준)과 비교해 낮다. 개인과 기업별로 흩어진 퇴직연금을 기금 형태로 모아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게, 기금형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다.

Q3.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뀌나

퇴직금 제도가 없어지기 때문에 근로자는 반드시 퇴직연금을 통해서만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퇴직연금을 해지해 일시금으로 받거나, 중도 인출하는 게 가능하다.

정부 입장에선 퇴직연금을 의무화했는데, 연금 개시 연령이 되기 전 중간에 인출하는 사람이 많으면 제도 도입 의미가 줄어든다. 이에 장기 가입 후 연금을 받은 경우 세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기금형은 근로자가 운용 주체가 되는 DC형에 한해서만 도입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가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모아 운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 회사가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해 근로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Q4. 국민연금 참여도 가능한가

퇴직연금 개편 논의의 쟁점 중 하나는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처럼 환율 방어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노사정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운용 주체를 은행, 증권, 보험 회사 등 민간 금융사로 한정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참여 가능성이 닫힌 건 아니다. 노사정은 국민연금공단 등이 300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가 가입 대상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다룰 수 있게 했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이 기금형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문을 열어준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노사정은 합의문에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 생활을 위한 급여이므로, 이를 기금화해 운영하는 수탁 법인은 오직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Q5. 시행까지 걸림돌은

노사정 합의가 시행되려면 국회가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여당 일각에선 국민연금을 기금형 시장에 진입하게 문을 열어 퇴직연금 역시 공적 연금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규모가 작은 사업체는 현실적으로 퇴직연금 의무화를 따르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경영 위기 등을 이유로 퇴직금을 제대로 쌓지 못하거나, 임의로 써 체불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전체 임금 체불 중 퇴직금 체불은 40%에 달한다. 노동부는 구체적인 실행 단계와 시기는 영세·중소기업 실태 조사를 진행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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