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골머리… ‘문해력 졸업 시험’ 보는 곳도

표태준 기자 2026. 2. 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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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문해력 위기]
성인 되면 사회생활 ‘소통 장벽’
지난해 한 공공기관의 직원 대상 연수에서 문해력 특강 진행되는 모습./오주비 기자

강원도에 있는 한 공공기관은 작년 말 직원 연수에 ‘문해력 강의’를 도입했다. 업무 메일이나 보고서의 요지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원이 많아졌다는 고충이 인사팀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자주 쓰는 ‘재고(再考) 부탁드린다’ 등 기본 어휘를 몰라 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잦아졌다. 특히 새로운 보직을 맡거나 부서에 발령이 났을 때 새 업무를 파악하려면 빠른 시간 내에 문서를 읽고 관련 용어도 익혀야 하는데, 자발적으로 그런 노력을 하는 직원이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보다 못한 회사가 직원들에게 ‘비즈니스 문해력’ 교육을 해달라고 외부에 의뢰한 것이다. 이 강의를 맡았던 이승화 작가는 “지금까지 주로 학생 대상 문해력 교육을 했는데, 1~2년 전부터 기업이나 기관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회사에서 자주 쓰는 어휘 설명부터, 문해력이 직장에서 왜 중요한지 설명해 달라는 의뢰가 많다”고 말했다.

문해력 문제로 업무와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직장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2010년 본격 도입된 스마트폰을 쓰고 자라며 긴 글 읽기를 꺼리게 된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업무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문해력 학원을 찾는 성인도 있다. 작년 6월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연 직장인 대상 ‘1대1 문해력 과외’ 학원에는 현재 수강생이 10명이다. ‘상사 지시를 이해 못 해 실수한다’는 20대 신입 사원부터 ‘어느 순간부터 보고서 요지 파악이 안 된다’는 50대 부장님까지 다양하다. 글을 읽고 핵심 문장을 찾고, 보고서를 만드는 등 업무에 필요한 문해력을 배운다. 이연주 원장은 “보고서나 메일을 읽고도 내용 파악이 힘들다고 고민하는 직장인이 많다”면서 “부끄러워 드러내지 못해서 그렇지, 문해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성인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도 비상이다. 한 전문대학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문해력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60점(100점 만점) 이상을 못 받으면 졸업을 안 시켜주고 있다. 매년 시험을 쉽게 출제하는데도 평균 점수는 떨어지는 추세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은 불만이지만, 기술자도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과 의사소통하면서 일하려면 기본 문해력은 갖춰야 하기 때문에 총장이 의지를 갖고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사립대는 최근 교양 필수 과목이었던 ‘고전 읽기’ 강의를 없앴다. ‘대학생이면 논어나 맹자 같은 고전은 한 번 읽어봐야 한다’는 취지로 10여 년 전 만들어 진행해온 강의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너무 길고 한자어가 많아 도저히 못 읽겠다”는 학생들 불만이 쏟아져 학교가 백기를 든 것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독서에 익숙한 소수와 그렇지 않은 다수의 ‘문해력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대학에서 긴 책을 읽어내고 질문하고 고민하며 보완이 이뤄질 수 있는데, 이제는 책 요약부터 리포트 작성까지 AI가 다 해주니 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 성인들의 문해력 저하는 국제적으로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OECD가 2024년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결과 한국 성인(16~65세)의 언어능력 평균 점수는 249점으로 OECD 평균(260점)보다 11점이나 낮았고, 10년 전 조사와 비교해 24점이 떨어졌다. 하락 폭이 우리나라보다 큰 곳은 폴란드, 리투아니아뿐이었다. 순위도 10년 전 10위에서 22위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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