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이라던 日 수산물, 갑자기 수입 재개?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국제관계학 교수 2026. 2. 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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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장부승의 海外事情]
국내 정치용으로 악용된
비과학적 거짓 선동의 대가
2023년 일본의 후쿠시마 발전소 오염수 방류 개시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당시 대표는 오염수를 ‘독극물’에 빗대는 등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사진은 2023년 당시 열린 오염수 방류 반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는 이 대통령 모습. /뉴스1

1월 28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를 보는데, 조현 외교부 장관의 답변을 보면서 민망했다. 질문은 김석기 위원장에게서 나왔다. 2023년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방류수를 ‘독극물’이라고 했다. 그랬던 이 대통령이 최근 일본에 가더니 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 의사를 보였다는 것이다. 일본의 처리수 방류는 지금도 진행 중이고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는데, 왜 ‘독극물’을 ‘수입 재개’하겠다는 극적 반전이 나온 것인지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조현 장관의 답변은 기괴했다. 예전에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했는데, 지금은 잘 모니터링하고 있어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철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일일 브리핑도 하고 있다. 조 장관은 처리수 방류가 당시 최선의 대안이 아니었는데, 윤석열 정부가 당당하게 일본에 요구를 못 해서 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 것이었다고도 했다.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다. 조 장관 주장대로라면 이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 방류 방식을 최선으로 개선하라고 요구를 해야지 왜 갑자기 수산물 수입 재개인가?

애당초 이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악용한 것부터가 패착이었다.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과학적 근거가 없다. 이미 2023년 당시에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방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했다. 당시 필자가 캐나다·미국·뉴질랜드·호주 등 우리보다 방류수가 먼저 당도할 나라들에서 해양 안전을 책임진 정부 기관의 홈페이지를 조사해 본 결과, 모두 건강에 위해가 없다고 했다.

둘째, 이재명 정부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 방류수가 ‘독극물’이라면,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일 관광부터 금지해야 했다. 후쿠시마는 연간 3000억엔어치 가까이 농수산물을 생산한다. 이 농수산물 중 일부는 일본을 방문하는 수백만명의 한국인 뱃속으로 들어간다. 우리 국민 몸에 ‘독극물’이 들어가는데 왜 이재명 정부는 이를 좌시하나? 게다가 동해에서 조업하는 우리 어선이 대략 5000~6000척 정도이고, 태평양에서 조업 중인 우리 원양어선이 대략 200척 내외이다. 정부는 왜 이들 어선에 조업금지를 명하지 않나? 일본인이 잡은 물고기는 위험하다고 수입금지를 하면서 같은 물에서 조업하는 우리 어민이 잡은 물고기에서는 마법처럼 방사능이 저절로 제거되나?

셋째, 국제사회의 상식에 어긋난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 여러 나라가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를 했으나 지금은 거의 모두 수입 규제를 철폐했다. 지금 현재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를 하는 나라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뿐이다. 한국은 후쿠시마산 농산물도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후쿠시마현의 농산물 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2011년 사고 직후 90%가 감소했던 농산물 수출은 2017년(213t)부터 급증세로 돌아서서 사고 발생 전인 2010년 수준(153t)을 돌파했으며, 2024년에는 898t을 수출하여 전년(453t) 대비 무려 두 배가량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신나게 수입하는데, 오로지 중국·러시아·한국만 금지다.

넷째, 이 대통령의 ‘독극물’ 언급은 일본이 민주국가라는 점을 무시한 처사였다. 일본이 오염처리수를 부산 앞바다에 방류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네 바다에 방류한다. 그러면 만약 그 물이 ‘독극물’이라면 누가 먼저 피해를 보나? 민주국가의 정부가 자기네 국민들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이렇게 대놓고 한다면 그것은 상대할 가치도 없는 ‘실패 국가’이다. 그런 ‘실패 국가’에 가서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은 뭐 하려 했나?

마지막으로 ‘독극물’ 언급은 일본인들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었다. 후쿠시마는 일본의 대표적인 재해 피해 지역이다. 어느 나라든 재해 피해 지역에 대해 국민들은 애틋한 마음을 갖기 마련이다. 지금도 매년 3월이면 후쿠시마 대지진 다큐멘터리가 방송에 나오고, 이걸 보면서 눈물 흘리는 일본인도 많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독극물’ 운운하며 극언을 날렸다. 남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더니 이제 와서는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우리도 너희 농수산물 좀 먹어보자’고 나서면 뻔뻔스러운 것 아닌가?

조현 장관은 이 대통령의 말 뒤집기가 “대통령으로서 실용 외교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말 잘했다. 그러면 자꾸 이 대통령이 과거 날렸던 ‘국내정치용’ 극언들에 매달려서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지도 않은 건강상 위험성이나 침소봉대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무직 장관으로서 정무 감각을 발휘해서 이 대통령의 과거 극언에서 탈피할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하지 않았을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일본에 가서 고이즈미 방위상과 탁구 치는 모습을 보지 않았나. 한때 화기 관제 레이더까지 들이밀던 한일 양국의 군대는 이제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이 오키나와에 기착하여 중간 급유까지 받는 사이가 됐다.

조 장관더러 고이즈미 방위상이 과거 했던 것처럼 후쿠시마 앞바다에 가서 서핑이라도 타라는 얘기가 아니다. 외교부 장관으로서 일본에 갈 일이 있으면 후쿠시마에도 들러서 생선회라도 한 접시 드셔 보시는 건 어떨까? 더불어민주당 당원 생활도 꽤 하신 조현 장관님께 그 정도의 정무 감각 발휘는 기대해 봐도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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