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잉글리시] 버버리 아닌 버버리

여행자들이 흔히 맞닥뜨리는 혼란 가운데 하나는 특정 지역에서 브랜드명이 브랜드가 나타내는 사물 그 자체를 뜻하게 되는 경우다. 언어학자들은 이를 ‘보통명사가 된 상표(genericized trademarks)’라고 부른다.
한국에도 이런 사례는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금속 부품(스테이플)을 이용해 종이나 이와 유사한 재료를 고정하는 사무용품인 스테이플러는 미국 브랜드명인 ‘Hotchkiss(호치키스)’에서 유래됐다. ‘버버리’ 역시 마찬가지다. 버버리 로고를 단 적이 한 번도 없어도 트렌치코트라면 ‘버버리 코트’라고 불린다. ‘스카치테이프’는 원래 3M 거지만 이젠 제조사가 어디든 테이프 자체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영어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Google(구글)’이라는 단어는 구글에서 검색을 하지 않더라도 ‘검색하다’라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Photoshop(포토샵)’ 역시 어도비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는지와 무관하게 ‘이미지를 디지털로 조작하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영어권에선 때론 지역 간 거리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더 복잡해지기도 한다. 특정 브랜드들이 특정 지역에서만 보통명사화하곤 해서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진공 청소기를 ‘vacuum(배큐엄·진공)’ 대신 ‘hoover(후버)’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영국의 오래된 진공청소기 브랜드였던 후버가 동사로 굳어진 것이다. 미국인은 후버의 뜻을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역으로 미국에서는 휴지가 필요할 때 ‘클리넥스(Kleenex)’를 달라고 하는데 영국에서는 이런 표현을 전혀 쓰지 않는다. 미국인이 런던에서 ‘타이레놀(Tylenol)’을 달라고 해도, 바로 얻기 어려울 것이다.
호주로 가면 캠핑에 가져가는 쿨러는 거의 예외 없이 ‘에스키(Esky)’라고 불리고, 남성용 수영 삼각팬티는 ‘스피도(Speedos)’로 통한다. 두 표현 모두 원래는 특정 브랜드 이름이었다.
이처럼 브랜드명이 단어처럼 쓰이는 표현들은 여행자들에게 두 가지 혼란을 안긴다. 하나는 오가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 영어권 국가에서 익힌 표현이 다른 영어권에서도 그대로 통할 것이라 무심코 가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이 지뢰밭을 깔끔하게 피해 갈 방법은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최선은 가끔은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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