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적정 회원 수 '가성비 방정식' 넣어보면 안다

2026. 2. 7. 0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태환의 세상만사 경제학] 클럽의 이론
지난해 폐업한 체력단련장(피트니스 클럽)이 553곳이라는 보도를 접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영업제한이 한창이던 2020년, 2021년보다도 연간 폐업 건수가 100건 넘게 증가했단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가 대중화하면서 체중 감량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을 찾는 사람이 줄어든 탓이 큰 것 같다.

헬스장 최적 회원 수를 정하는 문제도 경제이론으로 풀 수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피트니스 클럽에서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뭔가 뿌듯하고 기분이 좋지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날에 따라 좀 다르다. 어떤 날은 헬스장에 가 보면 사람이 적어서 쾌적하게 각종 운동기구를 사용할 수 있다. 편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이러다 여기 망하는거 아니야’하는 걱정도 든다. 실제로 폐업하는 헬스장도 많고, 가끔은 의도적으로 ‘먹튀’하는 헬스장들이 종종 문제가 되지 않나. 그런데 어떤 날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운동기구 하나 쓰기 위해 몇 분씩 기다리게 되고, 헐떡거리며 땀흘리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면 왠지 공기가 좀 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월회비를 좀 올리더라도 회원 수를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히 쾌적하면서도 망하지 않을, 딱 알맞은 숫자의 회원들이 이용하는 피트니스 클럽이다.
‘공공경제학 거인’ 제임스 뷰캐넌이 제안
공공경제학에 대한 공로로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 [연합뉴스]
이렇게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어떤 최적의 값을 찾아내는 것은 경제학자의 전문 분야다. 당연히 피트니스 클럽의 적정 회원 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경제이론도 이미 잘 정립되어 있다. 이 ‘클럽의 이론(theory of clubs)’을 처음 제안한 경제학자는 제임스 뷰캐넌(James M. Buchanan)인데, 공공경제학 및 공공선택이론 분야의 ‘거인’이며 요즘 말로는 ‘시조새’에 해당한다. 물론 다른 학자들의 공헌도 크지만, 20세기 중반 공공경제학이라는 분야가 경제학의 주요 부문 중 하나로 자리잡는 데 가장 중요했던 딱 한 사람을 꼽으라면 뷰캐넌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뷰캐넌은 남들하고 같이 쓰는 물건에 관심이 많았다. 그전까지 경제학의 주요 연구 대상은 사용재, 즉 개인이 혼자 소유하면서 혼자 소비하는 재화나 서비스였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18세기 『국부론』을 쓴 이래 150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발전해 온 이론들이 모두 그랬다. 그러다가 1950년대에 새뮤얼슨이 ‘공공재’라는 것을 처음 정의하면서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서도 경제학의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뷰캐넌이 보기에 사용재와 공공재는 둘 다 너무 극단적이었다. 완전히 혼자 쓰는 사용재의 반대쪽 끝에 모든 사람이 함께 쓰는 공공재가 있다면, 그 중간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경제이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잘 따져보면 이렇게 ‘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함께 쓰는’ 것들이 나 혼자 쓰는 것보다 더 많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이 대표적인 사례고, 앞에서 언급한 피트니스 센터, 휴가철에 놀러가는 호텔, 콘도나 골프장, 회사의 회의실과 화장실, 구내식당,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사우나, 사람을 만나는 카페 공간, 하다못해 관공서 서류 쓰는 데 놓여진 볼펜까지. 우리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대부분이 이렇게 남들과 함께 쓰거나 번갈아 사용하는 것들이다. 가장 사적인 공간이라 여겨지는 집조차도 대부분 2명 이상의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사는 곳이고, 친구나 친척들이 종종 놀러 오기도 한다. (완전히 “내꺼!”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먹는 밥을 제외하면 속옷이랑 칫솔 정도가 아닐까.) 뷰캐넌이 보기에 경제학이 이렇게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연구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었고, 클럽의 이론은 여기서 출발했다. 뷰캐넌의 1965년 논문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순수 사용재와 순수 공공재 사이에서, 소유권과 사용권이 몇 사람까지 공유되는지 설명하는 ‘클럽의 이론’이라는 연결고리가 빠져있다.”

이제 이 클럽의 이론에 따라 피트니스 클럽의 적정 회원 수를 찾아보자. 대부분의 경제이론이 그렇듯이 클럽의 이론을 적용하는 첫 단계도 비용과 편익의 분석이다. 즉 피트니스 클럽의 비용과 편익을 회원 1명의 관점에서 따져보아야 한다. 먼저 클럽의 규모가 일정하다고 하고 이 클럽이 회원을 몇 명이나 모집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클럽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전체 비용을 회원들이 나눠서 낸다면, 회원 한 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회원 수가 많아질수록 줄어든다. 이런 측면을 보면 회원을 많이 모집할수록 좋을 것 같다. 그런데 회원이 너무 많아지면 클럽이 혼잡해지고 운동할 때 불쾌감이 커진다. 즉 회원들이 운동하면서 느끼는 편익은 회원 수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많아지면 점점 낮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비용과 편익을 각각 산출했다면 이제 가장 적당한 회원 수를 찾아야 하는데, 이 최적 회원 수는 ‘1인당 순편익’이 가장 커지게 만드는 회원 수다. 회원 한 명 한 명이 클럽의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느낄 때, 즉 내가 운동을 해서 얻는 즐거움이 매달 내는 회비와 비교해 가장 커졌다고 느낄 때, 그때의 회원 수가 정답이라는 얘기다. 1인당 비용은 회원 수에 따라 빠르게 낮아지는데 1인당 편익은 회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을 때부터 천천히 내려간다면, 이 두 값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곳에서 회원 수를 정하면 된다. 〈그래프 참조〉

클럽의 이론은 반대 방향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 즉 회원 수를 미리 정해놓고 클럽의 최적 규모를 찾아도 된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든가, 친구 몇 명이 모여 공동으로 사용할 주말농장을 분양받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때 클럽이나 농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용부터 따져보면, 클럽의 규모가 커질수록 임대료나 기타 운영비를 포함한 총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회원 수가 고정되어 있으니 각자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클럽 규모와 함께 늘어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클럽이 커지면 편익도 분명히 어느 정도는 커진다. 운동할 때 넓은 공간에 더 많은 기구를 갖춰놓으면 더 편리할 것이고, 주말농장도 면적이 넓어지면 더 많은 작물을 기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클럽이 아주 작을 때는 규모가 커지는 데 따라 편익이 먼저 빠르게 늘어날 것인데, 규모가 상당히 커진 뒤에는 추가로 얻어지는 편익이 좀 작아질 것이니(주말농장에서 한 사람이 수천 평을 경작할 수 있을까) 비용의 증가가 더 문제가 될 것이다. 이렇게 클럽의 크기를 바꿔가면서 그에 따라 달라지는 편익과 비용을 따져보다가 1인당 순편익이 가장 커지는 수준으로 클럽 규모를 정하면 된다.

반대로 회원 수 정한 뒤 최적 규모 산정 가능
우리가 남들과 함께 쓰는 재화와 서비스가 많은 만큼 클럽의 이론에서 제시하는 사고방식은 우리 생활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어느 대학에서 챗GPT를 사용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된 일이 있었는데, 부정행위 자체도 문제였지만 그 수업을 듣는 학생이 600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이슈가 되었다. 한 강의의 수강생이 10명은 너무 적고 600명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다면, 1인당 등록금이라는 비용과 수업의 질이라는 편익을 따져보고 있다면 이미 클럽의 이론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출근길에 미어터지는 지하철에서 시달리다 보면 지하철 서비스의 최적 규모가 얼마일지, 요금을 조금 높이더라도 열차 운행 횟수를 더 늘리면 어떨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은 공유경제가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 예를 들어 사무공간이나 자동차·공방·부엌 등을 회원제로 함께 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바로 지금 한국의 핫이슈 중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의 통합 문제인데, 지방정부의 주요 기능은 주민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유주방이든 지방자치단체든, 그 최적 규모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반드시, 필요하다.

이태환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와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하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한국경제의 다양한 측면을 연구했다. 주변의 사회문화 현상을 경제학으로 해석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SERICEO에서 5년 간 ‘세상만사 경제학’ 강의를 맡기도 했다.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