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특구 지어달라" "저긴 산단" 민원성 조항만 11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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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속도]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통합법안 전수 분석
“결국 특례를 누가 가장 많이 가져가느냐의 싸움이다.”
통합을 위해선 인센티브 제공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실질화하려면 중앙정부의 재정과 행정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6·3 지방선거 전 통합을 목표로 여야가 지난달 30일 일제히 발의한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안엔 그래서 ‘특례’가 많다. 하지만 법안에 담긴 300여 개 조항 대부분이 기존 제도의 틀을 벗어난 예외·우대·완화 규정이어서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설령 법안대로 통과되더라도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앙SUNDAY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3개 법안(부칙 제외) 총 1035개 조항을 전수 분석한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수치로 보여준다. 분석에 따르면 중앙부처의 각종 인허가 권한을 통합특별시장에게 광범위하게 넘기도록 한 조항(465개, 44.9%)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통합특별시에 재정·절차적 특혜를 부여한 조항(286개, 27.6%), 대규모 특구 지정이나 산업·연구단지 조성을 명시한 지역민원성 조항(119개, 11.5%)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165개, 15.9%)는 행정통합을 위한 단순 절차를 규정하는 항목이다.
3개 통합안 모두 기존에 각 부처 장관이 행사하던 각종 사업 승인·지정·결정 권한을 통합시장에게 넘기도록 한 조항의 비중이 가장 컸다. 특히 통합시장이 개발 계획을 승인하면 건축법·농지법·하천법 등 현행 44개 개별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도록 한 조항은 모든 법안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특례 조항으로 꼽힌다. 개별 규제의 심사 절차를 사실상 한 번에 무력화하는 ‘만능키’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세부 법률 항목에선 차이가 있지만 충남·대전(79조), 전남·광주(94조), 대구·경북(105조) 통합안 모두 이 조항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합시장에게 각종 규제 권한을 일괄 위임하는 방식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광주 통합안은 500만㎡(약 151만2500평) 미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협의 없이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만으로도 해제(286조)가 가능하도록 했다.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린벨트 개발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경실련 주관 간담회에서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맡아왔던 역할을 초광역정부가 모든 권한과 재원을 쥐고 수행하겠다는 것인데, 지방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분권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중앙집권화”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광주시ㆍ전남도의회가 4일 행정통합 의회 동의 안건을 동시에 의결하자 6일 광주 지역 교육사회단체들은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졸속으로 통과시켰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지난해 7월 행정통합 협의체에 참석한 김태흠 충남지사(왼쪽 셋째)와 이장우 대전시장(왼쪽 넷째).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9/joongangsunday/20260209163434291uuak.jpg)
통합시의 역점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예타 면제 조항이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전남 신안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전남·광주의 통합안은 해상풍력 지원시설 건설 시 예타를 면제(109조)하도록 했다. 중앙정부의 복잡한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다른 지자체보다 사업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나아가 전남·광주안은 해상풍력 발전 수익을 국고로 귀속하지 않고 ‘바다연금’이라는 주민 이익공유기금으로 조성(247조)하도록 했다.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환원하겠다는 취지지만 중앙정부 통제에서 벗어난 별도 기금인 만큼 투명성과 관리·감독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김영록 전남지사(앞줄 왼쪽 둘째)와 강기정 광주시장이 대통합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9/joongangsunday/20260209163434617qyle.jpg)
대구·경북도 통합신공항 건설과 및 이전 사업과 관련해 국고 보조금을 인상하고, 대구 군공항 이전에 따른 기존 부지 개발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10년)하도록 명시했다. 앞서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예타를 면제했지만 수익성이 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사업의 상징성보다 실제 수요와 경제성을 보다 엄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 지역별 통합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조항이 바로 선심성·지역민원 성격의 항목이다. 통합안에 담긴 각종 클러스터, 특구, 산업단지, 연구단지 조성 요구만 해도 충남·대전과 대구·경북은 20여 개, 전남·광주는 40여 개에 이른다. 특히 전남·광주 통합안은 인공지능(AI)메가클러스터 조성, AI 데이터 규제프리 메가샌드박스 지정(128조) 등 AI 관련 항목만 5개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새로 구축되는 국가데이터센터 등의 운영비와 전력 비용 등은 전액 국비로 부담하도록 했다.
“무분별한 권한 이양, 정부 기본안 마련해야”
명칭과 표현은 다르지만 3개 통합안 모두 유사한 산업단지를 각자 지역에 유치해 달라는 요구도 반복됐다. 미래 모빌리티 거점이나 푸드테크 혁신클러스터 지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푸드테크 클러스터는 제주도가 지난해 말 부지 매입을 마치고 2030년까지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총 870억원을 투입하는 건립 계획을 발표한 상태여서 사업 중복에 따른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
![이철우 경북지사(오른쪽)와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이 지난달 통합 관련 회의를 했다.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9/joongangsunday/20260209163434874kwgc.jpg)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추진되는 행정통합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돼 산업적 타당성이나 지역 간 역할 분담, 협력 구조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각종 사업이 현실화하거나 기업·인재 유치 등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3개 통합안 분석 작업을 진행한 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현재 발의된 통합안은 국가가 조정·관리해야 할 권한까지 무분별하게 통합시장에게 넘기고 있어, 자칫 국가 재정과 행정 시스템 전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체 구조와 원칙을 명확히 제시하는 기본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민·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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