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항소 포기도 ‘내로남불’인가

김희래 기자 2026. 2. 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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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새벽 0시 46분 소셜미디어에 “법리상 되지도 않는 사건으로 나를 엮어 보겠다고 녹취록을 변조까지 해서 증거로 내더니”라는 글을 남겼다. 4일 오후 검찰이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민간업자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직후였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비롯해 그 ‘예행연습’으로 알려진 이 사건에도 연루돼 별도로 기소된 상태다. 그런데 이 대통령 자신이 관련된 사건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자 직접 ‘당연한 결과’라는 취지의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검찰의 항소 관행을 비판해왔다. 검찰이 무죄 판결이 나오면 면책을 위해 기계적으로 항소하고, 그 과정에서 재판받는 국민만 고통받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런 이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것일까.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고, 지난 4일에는 ‘위례 사건’과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사건에 대해서도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조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달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1심 결과에 대해 항소하는 것을 ‘기계적 항소’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2심에서조차 무죄 판결이 나온 사건을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는 경우와는 달리,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1심과 같은 사실심인 2심 판단을 한번 더 구해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형사 절차이기 때문이다. 사실심이란 재판부가 검사의 공소 사실을 인정할지 여부 등을 따져보는 것을 말한다. 특히 ‘위례 사건’의 1심 재판부가 판사 한 명으로 구성된 단독 재판부였던 점을 감안하면 다른 재판부의 사실관계 판단을 추가로 구해볼 필요성이 충분했다는 법조계 의견도 많다.

민중기 특별검사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지난달 28일 무죄를 선고하자 즉각 항소했다. 또 김 여사에게 샤넬백 등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경우도 1심 재판부가 무죄 판단한 혐의에 대해선 모두 항소했다. 이 대통령 기준으로는 특검이 ‘기계적 항소’로 평가될 수 있는 관행을 되풀이한 셈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민중기 특검의 항소에는 침묵하고 있다. 자신과 여권 인사가 관련된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는 당연하다고 여기면서도, 지난 정부 관계자들을 수사한 특검의 항소는 문제 삼지 않는 것이다. 검찰의 항소 관행에 관한 이 대통령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특검이 ‘기계적 항소’를 해 국민에게 고통을 준 것은 아닌지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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