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전문배우 아니야?…가수로도 화가로도 ‘범접불가 아우라’ 백현진
산뜻한 색채·여백 두드러진 신작
어어부프로젝트로 음악계 흔들고
‘모범택시’ 악역으로 얼굴 알려



전시 제목 ‘서울 신텍스’는 ‘서울식’을 영어로 옮긴 표현이다. 지난해 발표한 솔로 앨범 제목 역시 ‘서울식’이었다. 수십 년간 변모해 온 서울 풍경처럼 작가가 자신도 변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지난 3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미술, 음악, 연기를 모두 본업으로 두고 같은 비중으로 대한다고 밝혔다. 배우와 음악가로 쌓은 경험이 그림을 그릴 때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는 “여러 일을 하다 보니 뱃심이 생겼다”며 “연기를 하면서 생긴 수입 덕분에 미술 시장 눈치를 보지 않고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으로 수입이 생기면 음악으로 돈을 못 벌고 있는 시기에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었다”며 “운도 따라줬지만 지금은 정말 내가 보고 싶은 그림,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을 작업으로는 그림을 꼽았다. “나중에 노인이 돼 몸이 쇠약해질 때는 화가로 그림을 그리는 일을 가장 마지막까지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배우로 출연하는 작품이 늘면서 미술 작업 시간이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1년에 배우로 현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40~60일 정도”라며 “모임을 다니는 편도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고 답했다.
예능 ‘직장인들’의 백 부장 팬들이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어렵게 느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와주셔서 고맙고, 동시에 죄송하다고 말할 것 같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먹어본 사람들이 맛있는 것을 알게 되듯, 그림을 많이 본 분들이 재미있게 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현진은 대학 입학 전부터 예술가들과의 교류 속에서 활동 반경을 넓혔다. 홍익대 미대생이던 누나의 영향으로 이불 작가, 최정화 작가, 안무가 안은미 등과 자연스럽게 교류했다. 스물두 살에 94학번으로 홍익대 조소과에 입학했지만 학교 수업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껴 1997년 중퇴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학교에 입학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안 맞는다고 느꼈다”며 “이불, 최정화, 안은미 같은 형·누나들이 예술가처럼 보였고, 학교는 시시하게 보였다”고 회상했다.
1995년 백현진은 장영규와 어어부프로젝트를 결성하며 음악 활동을 본격화했고, 1996년에는 첫 그룹전에 참여하며 미술 작업도 병행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드라마 ‘모범택시’ ‘무빙’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5년에는 영화 ‘라디오스타’ ‘베테랑’의 음악감독인 고(故) 방준석과 프로젝트 듀오 방백을 결성했다.
어어부프로젝트는 실험적인 사운드로 한국 인디음악계에 충격을 줬다. 박찬욱 감독은 어어부프로젝트의 백현진과 장영규를 한국에서 주저 없이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두 사람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들의 음악은 홍상수의 ‘강원도의 힘’과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등에 쓰였다.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아트센터선재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 씨네21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일하는 방식은 당시에도 자유로웠다. 그는 “아트센터선재는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면 됐다”며 “혼자 일하려고 오후 5시 넘어 출근했다. 조금 일찍 출근하던 날에는 센터에 있던 영화관에서 허우샤오시엔 특별전을 보고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에야 일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음악 작업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동시에 밴드 ‘백현진씨(C)’를 이끌고 있다. 밴드 구성원들 다수가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경력을 지닌 연주자들이다. 실력파 밴드 까데호, 색소포니스트 김오키 등이 세션으로 참여한다. 인디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 밴드 실리카겔의 김한주가 코러스로 참여한 바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는 13일에는 홍대 라이브 클럽 채널 1969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EP 발매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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