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세포마다 ‘생물학적 나이’ 다르다...‘뇌 노화 시계’ 되감는 후보 물질은?
외부 노출 섬모 많은 신경세포, 노화 더 빨라...마우스·인간서도 패턴 같아
시린직산·바녹세린 등 신경보호 후보 물질 검증...독성 화합물 식별도 가능

같은 뇌 안에서도 신경세포마다 노화 속도가 다르고, 이 차이가 신경퇴행성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특정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獨 연구진, 예쁜꼬마선충 신경세포 중 128개 분석...노화 속도 차이 최대 4배
독일 쾰른대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의 개별 신경세포에 '노화 시계(Aging Clock)'를 적용해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한 결과, 동일 연령의 개체에서도 노화 속도가 최대 4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노화가 빠른 신경세포일수록 구조적 손상이나 기능 저하가 조기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02개의 세포로 구성된 예쁜꼬마선충 신경계 중 128개의 서로 다른 신경세포 유형의 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먼저 유전자 발현을 분석해 노화 정도를 예측하는 모델인 'BitAge'를 적용한 결과, 같은 '후기 유충' 단계에서도 신경세포의 생물학적 나이가 약 98시간에서 177시간으로 분포해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노화 시계가 예측한 신경세포의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퇴행과 연결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형광현미경을 이용한 장기 추적 관찰도 수행됐다. 연구팀은 노화가 진행될수록 길이가 긴 유전자의 발현이 더 크게 줄어드는 현상에 착안해, 젊은 신경세포(I2, OLL, PHC)와 노화가 빠른 신경세포(ASI, ASJ, ASK)를 선정해 유충 4기부터 성체 7일까지 형태 변화를 지켜봤다.
그 결과, 젊은 신경세포는 초기에 10~20% 수준의 경미한 손상만 보였다. 성체 7일 차에도 35% 정도 손상됐다. 반면 노화가 빠른 신경세포는 유충 4기에서 이미 45% 이상 손상됐고, 성체 7일 차에는 최대 90%까지 퇴행했다. 특히 빠르게 늙는 신경세포들은 유충 3기에서 4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급격히 손상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형태적 손상은 실제 기능 장애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병원성 세균 회피 행동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인 'URY'와 염분 회피 학습에 관여하는 'ASE'를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 결과, URY가 손상된 개체는 '세라티아 마르세센스(Db11)' 균을 회피하던 정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ASE가 퇴행한 개체도 고염분 영역으로 이동하는 비정상적 행동을 보이면서 회피 학습에 실패했다.
외부 노출 섬모 많은 신경세포, 노화 더 빨라...마우스·인간서도 패턴 같아
노화 속도 차이는 신경세포의 위치와 기능적 특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가장 빠르게 늙는 신경세포 상위 10개 중 6개가 선충의 화학감각 기관인 '앰피드(Amphid)' 뉴런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된 섬모를 가진다. 전체 14개 앰피드 뉴런의 평균 생물학적 나이는 나머지 114개 신경세포보다 높았다.
섬모가 있는 28개 신경세포 전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섬모가 없는 나머지보다 노화 속도가 훨씬 빨랐다. 다만 섬모가 각피 내부나 초막 뒤에 있는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외부 환경 신호를 감지하고 전달하기 위한 대사 활동이 활발할수록 신경세포 노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초기에 퇴행하는 후각구와 해마방회 영역 또한 노출된 섬모 신경세포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전사체 분석을 통해 신경세포 노화와 관련한 핵심 분자 경로도 확인했다. 128개 신경세포를 생물학적 나이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단백질 번역과 리보솜 생합성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패턴이 노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노화된 그룹에서는 신경펩타이드 신호전달과 면역 반응 관련 유전자 발현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어 단백질 합성이 실제로 신경퇴행을 유발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번역 억제제인 사이클로헥시마이드를 사용했다. 단백질 번역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농도로 24시간 처리한 결과, 전체 단백질 합성이 유의한 수준으로 감소하는 동시에 생물학적으로 늙은 신경세포에서 신경돌기 손상이 현저히 줄었다. 반면 젊은 신경세포에서는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같은 효과는 기능 회복으로도 이어졌다. ASE의 경우 번역 억제 처리 후 신경돌기 수포 형성이 감소했고, 염분 회피 학습 능력도 회복됐다. 유충 4기에는 처리 24시간 만에 성체 단계까지 신경보호 효과가 유지됐다.
시린직산·바녹세린 등 신경보호 후보 물질 검증...독성 화합물 식별도 가능
선충에서 확인된 신경세포 노화 패턴이 인간과 마우스의 뇌 노화와 유사한지를 비교 분석한 결과, 뇌 노화 패턴이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반대로 젊은 혈청 주입이나 운동, 크릴오일 등 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재법은 음의 상관관계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통해 시린직산(Syringic acid), 바녹세린(Vanoxerine)을 신경보호 후보 물질로 선별해 검증했다. 시린직산은 올리브, 호두, 포도 등 식물에서 자연 발생하는 페놀 화합물이다.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인 바녹세린은 코카인 남용 치료제로도 연구된 피페라진 유도체다.
유충 4기 선충을 24시간 처리한 결과, 두 물질 모두 생물학적으로 늙은 신경세포의 손상을 유의하게 억제했다. 반면 젊은 신경세포에서는 유의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아울러 동일한 실험 방식으로 신경독성 물질도 식별해 냈다.
연구팀은 신경세포 유형별 노화 패턴을 구분하는 접근법이 향후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예방 전략과 위험 요인을 동시에 가려내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Nature Aging'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Gallrein, C., Meyer, D.H., Woitzat, Y. et al. Aging clocks delineate neuron types vulnerable or resilient to neurodegeneration and identify neuroprotective interventions. Nat Aging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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