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이주노동자 3년 새 5배 증가, 처우는 ‘나 몰라라’

조선업 이주노동자 10명 중 6명이 입국 과정에서 1천만원 이상의 브로커 비용을 부담하고도 저임금과 단기계약에 묶인 채 사업장 이동조차 제한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숙련 외국인의 장기 체류를 전제한 E-7(특정활동) 비자를 확대했지만, 실제로는 값싼 인력으로 조선업 인력난만 해소하고 쫓아내는 구조적 착취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속노조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E-7 비자 정책이 양적 확대로 이어졌을지 몰라도 질적인 고용환경 개선에는 실패했다"며 "사업장 이동 자유화와 송출입 절차의 공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2022년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E-7 비자 할당제를 폐지하고 내국인 대비 고용 허용 비율을 20%로 확대했다. 그 결과 조선업 이주노동자는 2021년 말 4천500여명에서 2024년 12월 2만2천824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빚지고 들어왔는데 계약은 1년, 이직도 막혀
브로커 비용에 기술훈련비 내고 사업장 이탈금지 각서까지
노조와 강민형 고려대 교수(사회학) 등 연구진이 지난해 8~9월 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한화오션 등 조선소 이주노동자 5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E-7-3(일반기능인력) 비자 소지자의 66.2%가 250만원 미만을 수령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1.4%는 주 6일 이상 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기에 앞서 입국 과정에서 막대한 빚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4%는 본국 중개인에게 1천만원 이상의 브로커 비용을 냈다고 답했으며 E-7-3 노동자는 그 비율이 60%에 달했다. E-7-3 노동자 절반 이상(50.8%)은 입국 전 기술훈련비를 부담했는데, 그중 15%는 300만원 이상의 값을 치렀다. 또 E-7-3 노동자의 41.8%는 본국 송출업체 등에 사업장 이탈금지 각서를 제출했다고 답했다.
강 교수는 "기술훈련비는 변형된 브로커 비용일 수 있다"며 "이주노동자가 중개 단계에서 비용과 위험을 떠안는 상황은 공적 관리의 부재 속에서 형성된 민간 네트워크의 구조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현지 송출업체뿐 아니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법무부, 국내 조선사, 행정사로 이어지는 이주 절차 곳곳에 브로커가 개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직률도 낮았는데, 사업장 변경을 포기하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응답자 17.1%만 이주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E-7-3 비자 소지자의 이직률은 7%에 불과했다. 이직 의향은 2023년 63.7%에서 2025년 39.1%로 대폭 감소했다. 응답자 33.1%는 다른 업종으로 변경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15%는 회사가 이직을 거부했다고 답했다. 평균 근속기간은 2023년 28개월에서 지난해 21개월로 줄었다.
강 교수는 "E-7 비자를 소지한 조선업 이주노동자의 이직이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직을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업 하청업체 계약 기간은 통상 1~2년에 불과하고, 이직하려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협회가 주요 조선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회사 동의 없이는 이직이 어렵다. 계약이 종료되면 2억원 남짓한 빚을 갖고 귀국하거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남게 된다.
이주노동계 "송출입 정부가 관리해야"
법무부 "사업장 변경 자유화부터 검토"
토론자들은 E-7 비자가 체류기간 제한도 없고 정주를 염두에 둔 설계이지만 현실에서는 불안정 고용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조선업 E-7-3 노동자 고용 확대는 처음부터 하청 저임금 구조를 굳건하게 유지하겠다는 정부와 자본의 확고한 의지에 따른다"며 "조선업 미래를 위해선 하청·이주노동자 대규모 조직화와 원·하청 노사관계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울산이주민센터 대표는 "조선업은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으로 굴러가고 있지만, 외국인력 통합지원 TF에서 이들의 처우는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며 "사업장 변경을 자유화하고 송출입 절차를 민간이 아닌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도 제도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김진겸 법무부 체류관리과 사무관은 "그동안 산업 수요에 맞춰 양적 확대에만 집중한 측면이 있었다"며 "조선업 이주노동자 저임금 문제와 이주 절차의 공정성 논란을 인지하고 있으며, 특히 사업장 변경 제한부터 빠르게 검토해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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