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업장에서 퇴직연금"…20여년 만에 큰 변화 생긴 퇴직연금 제도 뜯어보니
■ 20년 만에 큰 변화 맞은 퇴직연금 제도
퇴직연금 제도가 20년 만에 큰 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노동자·사용자·정부(이하 노사정)로 구성된 TF가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제도의 시작은 2005년부터였습니다.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도 제정됐습니다. 이 법에 따라, 사용자는 퇴직하는 노동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해야 합니다.

■ "왜 의무화하나요?"
비슷한 용어라 헷갈리지만, 퇴직급여는 노동자가 퇴직할 때 받는 돈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크게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구분됩니다. '퇴직금'은 회사에서 노동자가 퇴직하는 시점에 지급하면 됩니다. 그렇다 보니 노동자가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체불 사례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회사가 도산하거나, 노동자에게 나중에 주어야 할 돈을 제대로 모아두지 않고 운영 자금으로 쓰다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반면 '퇴직연금'은 기존의 퇴직금과 달리 회사가 노동자의 퇴직금을 정기적으로 회사 밖(사외) 금융기관에 미리 맡겨두는 제도입니다. '퇴직연금'을 '퇴직급여 사외적립'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더라도 직원들의 퇴직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는 지난해 10월에 발족했는데요. 이번에 TF가 “모든 사업장에서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하자”고 합의한 건, 결국 임금체불을 줄이고 퇴직급여를 받을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 의무가 아니라서 도입률도 낮았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사업장이 퇴직연금 제도를 반드시 도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퇴직금으로 주는 곳이 많았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은 43만5천곳 정도였는데요. 이 중 300인 이상 사업장은 도입률이 92.1%였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10곳 중 한 곳(10.6%)만 도입하는 데 그쳤습니다.
내부 운용 자금을 회사 밖에 적립해야 하니 영세·중소기업들엔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겠죠. 그래서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는 사업장 규모와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도입 단계와 시기는 영세·중소기업 사용자 및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결정할 계획입니다. 또 사업장들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사외적립이 의무화되더라도 노동자들의 선택권은 보장됩니다. 중도 인출, 일시금 수령 방식도 현행 퇴직연금 제도와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 '퇴직연금' 선택지도 늘린다
노사정 TF가 합의를 이뤄낸 또 다른 핵심 과제는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입니다. 기존엔 회사가 금융기관(은행, 증권사 등)과 직접 계약해 돈을 맡기는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가 있었는데요. 이제는 별도의 전문 기금을 꾸려 운영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활성화하기로 한 겁니다. 노사정 TF는 ①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 ② 연합형 기금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기금형 퇴직연금을 통해 사업장, 가입자 선택권을 넓혀 나가자는 취지입니다. 하나의 사업장에서도 계약형과 기금형을 동시에 도입할 수 있습니다.
새로 도입될 ①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은 은행, 증권, 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가 별도의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불특정 다수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금화해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② '연합형 기금'은 여러 회사가 손을 잡고 공동 수탁법인을 만들고, 해당 법인을 통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금화해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더해, 국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가입 대상도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해 선택지를 늘릴 예정입니다.

■ '퇴직연금 기금화', 안전할까?
퇴직연금은 내 노후를 위한 돈인데, 기금으로 운용되면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서 노사정 TF는 이와 관련한 방침도 따로 마련했습니다.
-수탁법인은 가입자 이익과 무관한 목적의 수단으로 기금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
-가입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탁자 책임을 법제화하고 내부 통제 기능과 이해 상충 방지 체계를 구축한다.
-운영 중 횡령·사기·파산 등의 위험으로부터 가입자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수탁법인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확립한다.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 및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에 관한 노사정 공동 선언문 中〉
■ 20년 만에 노사가 이뤄낸 합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늘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 자리에서 “제도 도입 이후 20여 년 동안 논의되어 온 사안에 대해 노사정이 처음으로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퇴직급여를 받지 못 하는 1년 미만 근로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과 의무를 강제할 방안 등 남아 있는 과제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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