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막고 노후소득 강화”…사업장 규모·적용시기는 빠져
‘쥐꼬리 수익’에 체불도 급증하자
65년만에 퇴직금 제도 전면 개편
자금난 빠진 영세업장은 부담 커
실태조사 이후 재정 지원 등 검토
이해관계 달라 시행까지 난항 예고

퇴직급여의 사외 적립이 의무화되면 중소기업의 임금체불 사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두게 된다면 근로자의 노후 보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경영계·정부가 퇴직연금 의무화에 대해 합의를 이룬 것은 이 같은 기존 퇴직금 관련 제도의 한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자의 반발이 예상되고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실제 적용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가 6일 발표한 합의안에 따르면 퇴직연금 의무화 도입 시점부터 의무 도입에 해당되는 사업장은 퇴직연금을 통해 퇴직금을 관리해야 한다. 사내에 이전부터 쌓아둔 퇴직금까지 퇴직연금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다만 노사정은 근로자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옮기게 한 뒤 퇴직연금에 기금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만들지는 않았지만 의무화는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기로 하고 금융기관 개방형과 복수 사업자가 별도 수탁 법인을 설립하는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다양한 방식의 기금형 퇴직연금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역시 공공기관 개방형으로 참여할 수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확정기여(DC)형에만 허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는 전 사업장 의무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퇴직연금 도입 21년, 국내에서 퇴직금 제도가 의무화된 1961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변화다. 사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 사업장의 퇴직연금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퇴직연금은 2012년 신설 법인에 대해 의무 도입한 후로는 확산되지 못했다.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처벌 조항이 없는 탓이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은 대상 기업 164만 6000곳 중 43만 5000곳으로 3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퇴직연금을 의무화하려는 것은 우선 경영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퇴직금 체불 문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임금체불액은 1조 7845억 원인데 이 중 38%(6838억 원)가 퇴직금 체불이다. 이로 인해 임금체불액은 2024년과 2025년 2조 원을 넘기면서 역대 최고치를 재갱신했다.
또 퇴직금을 사내에 적립만 해놓을 경우 막대한 자금이 묶여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KCGI자산운용에 따르면 은퇴 후 적정 연금 수령액이 부부 기준 349만 원이지만 실제 예상 수령액은 221만 원에 불과했다. 목돈인 퇴직연금을 운용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면 은퇴자들의 노후 생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정부가 관리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의 경우 3년 누적 수익률이 약 27%에 달한다.
다만 의무화가 시행되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세 사업장의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노사정은 의무화 로드맵도 합의하지 못했다. 노사정도 이 상황을 고려해 서로 부담될 사안은 정하지 않는 식으로 합의 수준을 낮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정부의 제도 의무화 방식인 과태료, 이행 강제금은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대신 정부가 실태 조사를 통해 현장 수용성을 고려해 적용 방식을 정하도록 했다. 의무화 방식을 정하기 위해 다시 노사정이 모여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의무화 시기, 규모를 정할 때 다시 노사정 TF를 구성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외 적립이 의무화되더라도 퇴직금 중도 인출과 일시금 수령 등에 대한 근로자의 선택권은 기존과 같이 보장한다. 근로자가 원하면 그동안 쌓았던 퇴직금을 수령해 앞으로의 임금에 대해서만 퇴직연금을 쌓을 수 있고 기존 퇴직금 전체를 퇴직연금으로 바꿀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는 노사정 합의처럼 사업장의 퇴직연금 운영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가입자는 전문적인 금융 교육을, 소규모 사업장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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