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처럼 '투명 망토' 쓰고 개미굴 잠입하는 딱정벌레

임정우 기자 2026. 2. 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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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냄새를 지우고 개미의 냄새를 훔쳐 개미 사회에서 '투명 망토'를 쓴 듯 들키지 않는 딱정벌레의 위장 메커니즘이 드러났다.

조셉 파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 연구팀은 반날개딱정벌레 '셉토비우스'가 개미 사회에 잠입하는 '생물학적 스텔스 장치'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연구결과를 5일 국제학술지 '셀'에 공개했다.

셉토비우스는 돌연변이로 왁스 코팅을 만드는 유전자가 다시 켜지면 고유의 냄새가 드러나 개미에게 발각돼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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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코팅 훔쳐서 냄새 위장…벗으면 하루 만에 탈수 사망
셉토비우스 반날개딱정벌레가 개미 등 위에 올라타 그루밍하고 있다. 딱정벌레는 이 과정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왁스 코팅을 개미에게서 가져온다. 파커 연구실, 캘리포니아공과대 제공.

자신의 냄새를 지우고 개미의 냄새를 훔쳐 개미 사회에서 '투명 망토'를 쓴 듯 들키지 않는 딱정벌레의 위장 메커니즘이 드러났다.

조셉 파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 연구팀은 반날개딱정벌레 '셉토비우스'가 개미 사회에 잠입하는 '생물학적 스텔스 장치'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연구결과를 5일 국제학술지 '셀'에 공개했다.

대부분의 곤충은 몸 표면에 탄화수소라는 왁스 성분을 만들어 코팅한다. 코팅은 수분 증발을 막는 보호막인 동시에 동료를 알아보는 냄새 신호다. 개미는 이 냄새로 침입자를 구별하며 낯선 냄새가 감지되면 즉시 공격한다. 개미 집에 들어가려면 개미와 같은 냄새를 풍겨야 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셉토비우스의 왁스 코팅에 포함된 탄소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셉토비우스의 코팅은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개미에게서 가져온 것이었다.

셉토비우스는 개미 등 위에 올라타 앞다리로 개미의 몸을 문지르며 개미의 왁스 코팅을 자기 몸으로 옮긴다.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이 행위에 쓸 정도로 공을 들인다.

셉토비우스는 성충이 되어 개미 집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왁스 코팅을 만드는 유전자 발현을 차단한다. 유전자 발현 억제로 몸 표면이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상태가 되고 개미에게서 훔친 왁스 코팅만 남아 완벽한 위장이 완성된다. 개미 입장에서는 셉토비우스가 '투명 망토'를 쓴 것처럼 보이지 않게 된다.

셉토비우스는 돌연변이로 왁스 코팅을 만드는 유전자가 다시 켜지면 고유의 냄새가 드러나 개미에게 발각돼 죽는다. 반대로 개미한테 왁스 코팅을 보충할 수 없게 되면 탈수로 죽는다. 연구팀은 이처럼 공생 관계가 깨질 경우 한쪽은 반드시 죽게 돼 공생 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구조임을 확인했다. 공생 관계가 깨져 다시 개별적으로 살아가는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공생 생물이 숙주에 대한 의존에서 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설명한다"며 "자연계에서 공생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doi/10.1016/j.cell.2025.12.041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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