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이주노동자 5배 급증…“기능인력 비자, 저임금 노동력 확보 수단 돼”

박다해 기자 2026. 2. 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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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울산 동구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조선업 이주노동자 규모가 3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지만, 저임금 구조와 민간 중심의 불투명한 이주 과정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기능인력(E-7-3) 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속노조는 6일 국회에서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금속노조와 강민형 고려대 교수(사회학), 이태정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진행했다. 연구팀은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대형 조선소 근무자 504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노동자 및 활동가 24명의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강 교수는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기능인력(E-7-3) 비자를 활용한 조선업 숙련기능인력 도입 정책은 저임금 노동력 확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오히려 비전문인력(E-9)보다 처우가 열악한 점이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2021년 약 4500명 수준이던 조선업 이주노동자는 2024년 12월 기준 2만2824명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정부가 2022년 이후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특정활동(E-7) 비자의 쿼터제를 폐지하고, 기업별 이주노동자 고용 허용 한도를 30%로 상향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 결과다.

기능인력 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 규모는 늘었지만 처우는 열악했다. 강 교수는 “기능인력(E-7-3) 비자 소지자가 조사 응답자의 49.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66.2%가 월평균 250만원 미만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전문취업(E-9) 비자 소지자 중 250만원 미만 수령자 비중(38.1%)보다 높은 수치다.

기능인력인데도 저임금을 받는 배경엔 법무부의 통상임금 규정 위반과 제도 개악이 자리한다. 당초 법무부는 ‘내국인 노동자 보호’를 명목으로 기능인력(E-7-3) 비자의 통상임금을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 이상(중소기업은 70% 이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중계약 관행이 존재했다. 강 교수는 “입국 전에는 통상임금 규정에 따라 계약했다가 입국 후에는 최저시급 기준으로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연장·야간 근로 등 장시간 노동을 통해 임금을 늘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형식상 GNI 규정에 맞춘 계약서를 작성한 뒤 과도한 숙소비나 식비를 갈취하는 방식으로 실제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아예 GNI 규정을 폐지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기준을 낮췄다”고 말했다.

한국 입국 과정에 민간이 개입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기능인력(E-7-3) 비자 노동자 10명 중 6명(58.6%)은 본국 브로커(중개인)에게 1천만원 이상 고액 수수료를 지불하고 입국했다. 한국 이주는 현지 송출업체가 인력을 모집하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채용 인력을 현지에서 선발하면 이후 법무부의 비자발급, 조선업체 사용자의 채용 등의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 과정에 다양한 브로커가 존재하는데 이주노동자들은 각종 서류비용과 수수료, 사업장 이탈방지 명목으로 지불하는 ‘이탈방지 보증금’, 기술훈련비 등을 브로커에게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자로 나선 김현주 울산이주민센터 대표는 “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고용추천서 없이는 한국에 올 수 없고 이 과정을 노동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워 브로커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민간 네트워크에 위임한 도입 경로가 이주노동자를 장기간 채무상태에 묶어두고 노동 제공을 강제하는 구조로 작용한다”고 비판했다.

연구진은 실태 개선을 위해 이주노동자 도입기구를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일원화하고, 선발 위원회에 노조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할 것을 제언했다. 또 법무부 산하 외국인정책위원회에 노동계 대표 비율을 확대하고, 노조 차원에서 열악한 처우를 고발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운영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는 “산업계 요구를 반영해 비자 정책이 양적인 확대 위주로 운영된 측면이 있다”며 “(이주노동 관련) 전 과정이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보기에 힘든 점도 있어 불합리한 부분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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