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과일 10개 중 9개 전통시장이 더 싼데···“그래도 마트 간다”
반값에 던져도 전통시장 기피···“주차시설, 낮은 접근성 탓”

[시사저널e=김도영 인턴기자] "아니, 이걸 안 사요? 이거 진짜 싼 건데."
지난 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청량리 청과물 시장. 상인들의 "떨이요, 떨이" 외침이 시장 골목을 가득 메웠다. 빨간 바구니에는 키위 10여 개가 탑처럼 쌓여 있었다. 두 바구니에 9000원.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오자 가격은 7000원으로 내려가 있었다. 재고를 털고 장사를 마무리하려는 상인들의 '떨이 경쟁'은 밤 7시가 다 돼서도 이어졌다.

상점들의 과일 가격을 종합한 결과 ▲청송사과 6~8개 10000원 ▲신고배 5개 5000원 ▲귤 15개 5000원 ▲딸기 1kg 17000원 ▲한라봉 7개 10000원 ▲완숙 토마토 10개 6000원 ▲레드향 13개 10000원 ▲애플망고 3개 15000원 ▲체리 1kg 10000원 ▲샤인머스캣 2kg 9000원 등이었다. 이마저도 떨이 값으로 파격 할인이 들어가면 적어도 20%에서 많게는 50%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튿날 오전 11시30분, 영등포 청과 시장 앞. 시장 입구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했다. 두 점포 건너 한 곳꼴로 문이 닫혀 있었다. 사람 대신 간헐적으로 울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이곳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임아무개(65)씨는 "이 시장은 새벽과 오전이 피크인데, 그 시간 장사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근처에 거주하는 김아무개(83)씨도 "앞쪽은 소매, 안쪽은 도매라 도매 상인들은 오전에 문을 닫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 안쪽 도매 구역은 대부분 셔터가 내려진 상태였다. 시장 입구에 '영등포 청과 시장' 노란색 간판이 없었다면 시장인 줄 모르고 지나칠 정도였다. 곳곳엔 가게를 내놓은 점포들도 보였다.
소매 점포가 모여 있는 입구 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업 중인 가게는 있었지만 손님은 드물었다. 김아무개(83)씨는 "대형마트보다 과일이 5000원 정도는 싸다"면서도 "요즘은 시장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인 임아무개(65)씨 역시 "설 명절이 와도 체감되는 특수는 없다"며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이나 온누리상품권 효과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영등포 청과시장과 약 500m 떨어진 이마트 영등포점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농식품부 할인 지원 20% 추가 할인' 배너 아래 과일 코너에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직원들은 비어 있는 매대를 채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체리, 딸기, 한라봉 매대 앞에는 여러 명의 소비자가 모여 과일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 한 소비자는 딸기 향을 맡아본 뒤 바로 카트에 담았다.
가격은 전통시장보다 높았다. 카드 할인 기준으로 ▲사과 1만3980원 ▲신고배 1만2900원 ▲귤 1만1507원 ▲딸기 1만7800원 ▲토마토 1만800원 ▲체리 500g 8980원 등으로 전통시장보다 싼 품목은 한라봉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전통시장 대신 대형마트다. 위생, 주차, 접근성, 가격의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이마트에서 장을 보던 60대 A씨는 "전통시장이 더 싼 건 알지만 과일은 무조건 마트에서 산다"며 "시장은 맛이 복불복이라 실패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20대 A씨는 "정찰제가 아니고 위생적인 느낌도 덜해 시장을 기피하게 된다"고 했다.
접근성 문제도 컸다. 부산에 거주하는 20대 C씨는 "시장에 가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하는 게 번거롭다"며 "온라인이나 마트가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50대 주부 D씨는 "시장 과일이 싼 건 알지만 주차도 불편하고 공산품을 한 번에 살 수 없어 결국 마트를 간다"고 덧붙였다. 소포장이 잘 안 되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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