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동신문 읽어봤더니…'김정은'은 글자부터 달랐다

정철운 기자 2026. 2. 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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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동정 보도 연일 1면 장식…김정은 등장하는 지면만 칼라 제작
"인민의 웃음소리 어디서나 넘쳐난다" "여러 나라 언론 찬탄의 목소리"
희망 가득한 지면 속 "범죄로 살벌한 서방나라" 해외 소식은 부정적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북한 로동신문 1월2일자 1면.

'로동신문'.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다. 전 세계 최악의 언론 탄압 국가인 북한에서 나오는 신문이다. 제호 옆에 '사회주의 조선의 강대성의 상징이시며 백전백승의 기치이신 위대한 김정은 동지 만세!'라고 적혀있는 것만 봐도 신문의 목적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언론을 '당적 언론'과 '반동적 언론'으로 구분하며 우리 언론계에서 통용되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부르주아적 객관주의'라 부르며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객관성을 담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로동신문이 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선전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올해부터 누구나 로동신문을 읽을 수 있게 되며 북한 정보를 접할 기회도 늘었다. 국회도서관에 따르면 로동신문이 북쪽에서 남쪽에 도착하기까지는 한 달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1월 초 신문이 현재 비치된 최신호다. 로동신문은 한국의 신문과 무엇이 다를까. 어떤 내용이 주로 담길까. 올해 1월1일부터 5일자 로동신문을 살펴봤다. 지면은 모두 6면에 불과했다. 1월1일 신년호의 경우 8면으로 증면했다. 로동신문 편집국엔 한국 신문과 달리 사설이 없고 광고 지면도 없다. 반면 한국 편집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회주의교양부', '리론 선전부', '당력사교양부' 같은 부서가 있다.

김정은 이름 석 자는 굵게 처리하고 그가 등장하는 지면만 컬러 제작

로동신문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김정은'이다. 모든 신문 지면에 등장하는 '김정은' 글자는 굵게 처리한다. 김정은의 얼굴이 등장하는 모든 지면은 컬러로 제작한다. 김정은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지면은 여지없이 흑백이다. 1면 톱은 김정은의 동정 보도로 채워졌다. 김정은을 소개할 때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간다. 로동신문은 “위대한 김정은 동지는 조선로동당의 절대적인 존엄과 집권력, 무비의 강대성과 백전백승의 상징”이라며 지면 곳곳에서 추앙한다.

1월1일자 1면 톱 기사는 <새해 2026년을 맞으며 경축공연 성황리에 진행>이었다. 3면에선 김정은의 신년 경축행사 연설 전문을 싣고 4~5면에선 김정은이 보낸 축전과 김정은이 받은 축전을 소개했다. 1월2일자 1면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새해 2026년에 즈음하며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으시였다>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1월3일자 1면은 김정은의 신의주 온실종합농장 건설장 방문 소식, 1월4일자 1면은 김정은의 중요 군수공장 방문 소식이었다. 1월5일자 1면은 '극초음속 미싸일 발사훈련'을 본 김정은의 평가가 담겼다. 이쯤되면 김정은 개인을 위해 신문이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로동신문 1월1일자 1면.

신문은 희망적 내용으로 가득하다. 1일자 5면에 실린 <은반우에 넘치는 희열과 랑만> 기사는 “수도의 명당자리에 특색있게 꾸려진 야외 빙상장에서 인민의 행복 넘친 웃음소리가 그칠새 없이 울려나오고 있다”며 평화롭게 스케이트를 타는 인민들 사진을 배치했다. 기사는 “은반우에는 당의 온정 속에 보다 아름답고 문명한 생활을 마중해가는 온 나라 인민들의 신심 넘친 모습이 그대로 비껴 흐르고 있었다”며 당 찬양으로 마무리했다. 실제 대다수 지면에 등장하는 사진 속 인민들은 괴이하다 싶을 정도로 다들 웃고 있다.

1월3일자 <새해를 맞이한 인민의 웃음소리 어디서나 넘쳐난다> 기사에선 특파기자들이 함경북도와 삼지연시 등에 거주하는 인민들 일상을 묘사했는데 역시나 행복이 가득했다. “정말이지 인민들의 기쁨은 철의 도시 그 어디서나 넘치고 있었다”, “경애하는 총비서동지를 그리며 부르는 학생소년들의 열렬한 흠모의 노래소리가 새해의 이 아침에 랑랑히 울려퍼지였다”, “희망찬 새해를 맞이한 자강도 인민들의 기쁨은 강계스키장에도 차넘치고 있다” 따위의 문장들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신문 통신 방송, 찬탄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체제 선동 방식은 다양했다. 1월2일자 6면에 실린 <조선은 기적의 나라이다> 기사 부제는 '국제사회에서 울려 나온 찬탄의 목소리'였다. 로동신문은 “지난해 세계 여러 나라의 신문 통신 방송들은 우리 공화국의 비약적인 발전상을 직관해주는 희한한 창조물들이 전국도처에 련이어 일떠선데 대해 찬탄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고 썼다. 신문은 '조선은 한번 결심하면 무조건 해내고야마는 명백하고 단호한 나라', '조선에서 건설한 농촌살림집을 보면서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같은 문장을 인용한 뒤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여러 나라 인터네트 가입자들의 격찬”이라고 했다. 실제 존재하는지 알 수도 없는 출처 불명의 목소리다.

로동신문은 “여러 나라의 언론들은 인민을 위함이라면 기어이 실천해내는 것이 조선이다, 조선에서는 어려워도 인민적 시책들이 변함없이 실시되고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사업들이 련이어 전개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현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열화같은 인민사랑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고 보도하였다”고 썼다. 그러나 어느 나라 언론 보도인지 언급이 없어 해외 언론을 자유롭게 접할 수 없는 북한 독자 입장에서 사실확인은 불가능하다. 그냥 믿어야 한다.

▲1월2일자 6면 기사.

이 신문은 “적대세력들이 가해오는 압살책동이 극도에 이른 속에서도 주체무기들을 마음먹은대로 만들어내며 나날이 강대해지는 우리 군사력에 대해 어느 한 나라의 군사전문가는 '조선미싸일의 정확도, 고도화속도가 놀랍다'고 말하였다”고 전했으나 역시 출처는 없다. 이어 “언론들은 조선의 군사력에 대해서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으며 서방은 조선의 군사력 앞에 벌벌 떨고 있다고 전하였다”고 강조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언론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해외 언론이라는 '권위'를 이용해 체제 정당성을 강화하는 시도여서 눈에 띄었다.

강금성 기자가 쓴 1월5일자 4면 기사 <위대한 인민, 이 부름에 떳떳이 지닐수 있게 살고 있는가>는 칼럼에 가까웠다. 강 기자는 “위대한 인민이 있어 불패하는 우리 당이 있고 륭성하는 우리의 사회주의가 있다고 하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그 말씀을 가슴깊이 간직하자”면서 “위대한 인민이라는 부름 앞에 떳떳이 산다는 것은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어깨우에 실린 중하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이 나라 공민된 본분과 도리를 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말에 복종하라는 말을 길게 써놓은 셈이다.

이날 6면에선 AI 관련 기사도 눈에 띄었다. 로동신문은 김일성종합대학 인공지능학부 인공지능기술연구소를 소개하며 “2025년 10대 최우수정보기술기업으로 선정된 연구소는 지능형 손전화기용 통역프로그람 '룡마'를 개발보급하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생성형인공지능기술, 지능로보트기술을 핵심기술로 틀어쥐고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 나가고 있다”고 홍보했다. 지면 귀퉁이에는 상식 코너도 있었다. '한 다리를 다른 다리우에 올려놓아야 편안한 감이 느껴질 때에는 골반이 이미 비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식이다.

우리로 치면 국제부 아이템도 있다. <범죄로 살벌한 서방나라들의 설풍경> 단신 기사 메시지는 분명했다. “약육강식의 법칙, 쟝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서방세계에서는 피비린 살육과 폭력범죄로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시작되고 있다”고 썼다. 1월2일자 단신 기사에서는 캐나다에서 무장괴한 총기 범죄가 발생해 사람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국내 소식은 긍정적으로만 쓰고, 국외 소식은 부정적 내용 위주로 배치해 국외 이탈을 막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 걸리면 처벌을 피하려 뇌물을 주게 다반사인 북한 사회에서 이러한 전략이 먹힐 것 같진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로동신문 기사 바이라인은 '본사 기자', '본사 기자 ○○○', '특파기자 ○○○'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고 바이라인이 아예 없는 기사도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연합뉴스 같은 '조선중앙통신' 바이라인도 있었다. 1면은 '본사 정치보도반' 바이라인이 많았다. 각 지면에 등장하는 기사 제목 폰트는 매우 불규칙적이다. '평양시 강동군과 평안북도 구성시에 병원이 개원한다'는 식의 건설 보도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이었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부터 로동신문 인터넷판을 해외에 공급하고 있다. 향후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로동신문을 종이신문이 아닌 인터넷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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