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준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대공황급 고용충격 vs 무노동 고소득 시대 … AI가 부른 'K자 미래' 대비하라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6. 2. 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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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형 성장 직면한 한국

"지금 한국은 이른바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K자형 성장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K자형 성장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알파벳 'K'처럼 좋은 쪽은 더 좋아지고, 나쁜 쪽은 더 나빠져 격차가 확대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이 개념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전혀 다른 회복 경로를 밟는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K자형 경제는 고착화됐고, 최근에는 한국 역시 자산·일자리·산업·지역 전반에서 다층적인 K자 구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K자 사회는 과연 극복될 수 있을까요.

미국은 이미 전형적인 K자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상위 10% 소득계층이 전체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고, 상위 20%가 소비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구조가 고착됐습니다.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서 성장의 엔진이 소수 계층에 의존하는 구조가 된 셈입니다.

한국의 모습은 다소 다릅니다. 소비 구조는 아직 미국처럼 극단적으로 갈라지지 않았습니다. 소득 10분위별 소비지출을 보면 상위 10%의 소비 비중은 20% 안팎에 그칩니다. 현금 소득뿐 아니라 의료·교육 등 현물 이전까지 고려하면 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문제는 자산입니다. 순자산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는 수십 배로 벌어졌고, 이 간극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서울 자가'는 단순한 주거를 넘어 계층 이동의 기준이 됐고, 청년 세대는 소득보다 자산 격차에서 미래 불안을 느낍니다. 서울 공화국은 지역 간 격차와 산업 간 격차도 낳았습니다. 반도체는 호황이지만 석유화학·철강은 불황인 구조가 대표적입니다. 한국 사회 역시 전형적인 K자형 성장을 겪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 세계를 관통하는 두 개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로봇입니다.

미국과 중국, G2는 이 같은 2개 부문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향후 세계 패권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는 저 두 가지 영역에서 결판이 납니다. 이 때문에 AI를 돌리기 위한 전력 산업, 로봇을 구동하기 위한 배터리 산업 등 연관 산업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많은 외신은 "자유무역주의가 이젠 끝났고, 국가가 중심이 돼서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국가자본주의가 전면에 등장했다"고 평가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자형 경제는 더욱 고착화될 전망입니다. AI·로봇과 관련된 산업에만 돈이 흐르고, 나머지 산업은 도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죠. 당장 국내만 해도 AI 때문에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청년 일자리 20만개가 AI로 인해 사라졌다고 분석했죠.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중장년층은 노동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지만,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고 숙련을 쌓을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흐름은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국내 대표 미래학자인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AI·자동화가 확산되면 10년 후인 2035년에,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실업률(25%)과 비슷한 충격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0년 후인 2035년엔 자동화·AI 고도화로 인해 생산 및 품질관리 사무원, 전기·전자 부품 및 제품 조립원, 무역 사무원, 정보시스템 운영자, 부동산 컨설턴트 및 중개사 등이 대량 해고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전체 노동자의 23.9%, 즉 651만명이 해고 위협에 놓이게 됩니다.

물론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직업 전체가 아니라 개별 과업을 대체한다고 설명합니다. 그가 든 사례가 방사선 전문의입니다. AI가 영상 판독을 자동화하면서 방사선 전문의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로봇이 10억대 보급될 경우 이를 유지·보수하는 산업이 지구 최대의 산업이 될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인간의 탈노동을 예견합니다. 머스크는 AI와 로봇이 생산성을 무한히 끌어올리면 상품과 서비스의 한계비용이 0에 수렴하고, '부족이 아닌 풍요가 기본값인 사회'가 가능해진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른바 디플레이션 사회입니다. 머스크는 "돈이라는 것은 그저 자원 배분을 위한 데이터베이스일 뿐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서 의미는 사라질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넘어 '보편적 고소득(Universal High Income·UHI)'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두 CEO의 전망은 충돌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한국이 준비해야 할 미래는 사실 두 방향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산업 재편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인간 노동 비중이 줄어드는 사회를 감당할 분배 구조를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분기점에 놓여 있습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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