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틴 숨진 그날 밤, 아무도 없었다더니…“감방 앞에 오렌지색 형체”

윤연정 기자 2026. 2. 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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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와 법무부 감찰관실 해석 엇갈려
미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틴 파일’에 포함된 문서들이 지난달 2일 촬영됐다. AP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틴 문건’에서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 사망 당일 밤 감방 구역 출입과 관련된 새로운 영상 관찰 기록이 확인됐다. 기존 공식 발표와 달리 “오렌지색 섬광이 엡스틴 감방 구역 계단을 올라갔다”는 기록이 포함돼, 사건 경위에 대한 의문이 7년 만에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각)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은 미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엡스틴 문건’에서 엡스틴 사망 원인에 대해 기존 공식 발표와 다른 증거 기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엡스틴은 공식적으로 2019년 8월10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정 센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뉴욕시 검시국은 그의 사망 원인을 자살로 결론 내렸다. 당시 그는 성범죄 및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러나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 감시 영상 관찰 기록에는 당국이 이전에 보고하지 않았던 정황이 담겼다. 공개된 문서를 살펴보면 엡스틴이 숨진 날 밤인 2019년 8월9일 수사관들이 감시카메라 영상을 검토하던 중 오후 10시39분께 오렌지색 물체가 계단을 올라가 엡스틴의 감방이 있던 격리된 잠금 수용 구역(티어)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해당 보고에는 “오렌지색 섬광이 엘(L) 구역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보임. 해당 구역으로 호송되는 수감자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미 교도소 수감자들은 오렌지색 수감복을 입는다.

미국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I)이 영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엡스틴의 독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흐릿한 주황색 이미지가 “수감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묘사했다. 시비에스(CBS) 갈무리

또 연방수사국(FBI) 메모에 따르면 같은 영상을 검토한 연방수사국과 법무부 감찰관실(OIG) 조사팀이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수사국 기록은 흐릿한 영상 속 형체를 “수감자일 가능성”이라고 적었다. 반면, 법무부 감찰관실은 이를 오렌지색 ‘침구 또는 침대 용품’을 들고 있는 교도관으로 기록했고, 최종 보고서에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교정관”이라고 적었다. 감찰관실 최종 보고서에는 “오후 10시39분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교정관이 엘 구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 포착됐고, 오후 10시41분께 다시 카메라 시야 안에 나타났다”고 적혔다.

시비에스가 앞서 독립 영상 분석가들에게 계단 위 인물에 대해 자문한 결과 전문가들은 해당 움직임이 교도관보다는 수감자의 움직임과 더 일치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교도소 직원들은 시비에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시간대에 수감자를 호송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시비에스는 해당 장면이 엡스틴 추정 사망 시각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대인 만큼 ‘오렌지색 인물’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사건 재구성에 핵심이 될 수 있었다고 풀이했다.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엡스틴 문서 보면 엡스틴이 살아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2019년 8월9일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의 시간대에 대한 추가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기록과 인터뷰에 따르면 엡스틴이 수감됐던 특별수용구역 내부는 대체로 조용했다. 여러 수감자는 조사관들에게 자신들이 감방 안에서 마약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그곳에 배치된 교도관 2명 중 한명은 연속 근무를 여러 차례 해왔고 당시 오후 10시부터 자정 사이 일정 시간 근무 중 잠을 잤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법무부 감사관실의 영상 분석 기록에는 엡스타인의 감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흐릿한 주황색 이미지를 “누군가가 수감자 침구나 침구를 계단 위로 옮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묘사돼 있다. 시비에스(CBS) 갈무리

더 나아가 공개된 문서에 조사관들이 침구 또는 수감자 의류를 들고 구역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언급된 것과 달리, 해당 교도관은 침구 배포는 자신의 업무가 아니며 해당 업무는 “이전 근무조에서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숨진 엡스틴을 처음 발견한 교도관은 엡스틴 목에 끈이 매어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엡스틴이 목숨을 끊는 데 사용했다고 알려진 ‘끈’은 지금껏 제대로 확인된 적이 없다.

엡스틴 사망 관련 공식 보고서들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시신은 오전 6시30분 이전에 아침 식사를 전달하러 갔던 교도관에 의해 발견됐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공식 사망 시각은 적시되지 않았다. 또한, 공식 보고서들은 ‘오렌지색 인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당시 법무장관 등 당국도 “그날 밤 엡스틴의 수용 구역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당시 뉴욕시 검시국은 엡스틴의 사망 6일 뒤 교도소 감시영상을 검토했지만 영상이 너무 흐려 어떤 개인도 식별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후 몇 시간 뒤 검시국은 엡스틴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자살”이라고 판정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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