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미국 내 분위기 안 좋다”…조현 “투자 입법 지연 고의 아냐”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국의 통상 공약 이행과 관련해 미국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한국 정부의 이행 의지는 확실하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지난 3일 만난 루비오 장관이 “한·미 관계가 나쁜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솔직히 공유하겠다”는 말을 회담 시작에 앞서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분위기가 한·미 관계 전반에 확산하지 않도록 외교 당국 간 더욱 긴밀히 소통하면서 상황을 관리해 나가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에게 “한국 정부의 통상 합의 이행 의지는 확고하며, 일부러 법안 처리 속도를 늦춘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면서 “아울러 통상 측면 이슈로 인해 안보 등 여타 분야의 협력이 저해돼서는 안될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특히 원자력·핵잠수함·조선업은 핵심 합의사항이 충분히 이행될 수 있도록 독려해달라고 루비오 장관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루비오 장관 역시 통상 분야이든 안보 분야이든 한·미 간 합의 이행에 지연이 생기는 것은 미 측도 원치 않는다고 공감을 표했다”면서 “루비오 장관이 미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챙겨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아울러 전날 미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만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관세 재인상이 초래할 수 있는 파장을 이해하지만 한국이 (대미) 투자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관련 사안에서도 진전된 입장을 조속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비관세 장벽 해소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미국의 관세 인상 시점은 파악되지 않았다. 한·미 관세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도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관세 인상 발표를 해버리면 투자에 필요한 조처를 해나가는 데 오히려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미국 측이 일부러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시점은 언제인가’라는 질의에 “나는 그것(관세 인상)에 대한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미 연방 하원이 조사에 나서며 논란이 된 ‘쿠팡 이슈’에 대해선 “로비에 의해 빚어진 사안으로 외교 문제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연방 하원이 쿠팡 측을 불러 증언을 청취하는 것도 “쿠팡 측의 로비를 받은 의회가 사안을 그렇게 다뤄가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미국 정부와 협의해 나가면서, 쿠팡은 개별 사안으로 분리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핵추진 잠수함 분야에서 구체적인 진전을 만들자는 한·미 간 공감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선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리스트’(SCL)에 한국을 등재한 것을 해제하는 데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트 장관은 조 장관에게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했고, 그런 것(지정 해제)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는 중”이라고 답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설명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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