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약국 더 싸던데..." 가격 경쟁에 지치는 약사

김도형 전문기자 2026. 2. 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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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전문기자] 약값 논쟁 줄이고 직능 집중할 해법 마련해야
자율약가의 역설…약사는 가격 설명 지치고, 복약지도 뒷전으로
천차만별 일반약 가격, 소비자 혼란 키우는 구조적 문제
김도형 약사 전문기자.

최근 물가 상승과 함께 일반의약품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그에 맞춰 가격을 올리려 해도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의 "옆 약국은 더 싸다"는 항의를 듣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인해 약사들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제약사의 의약품 공급가격이 올라서 어쩔 수 없음을 설명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약국마다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되며 정작 상담과 일반의약품이나 처방의약품의 투약과정에서 해야 하는 복약설명에 소홀해 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입 가격은 큰 차이가 없는데… '천차만별' 약가 구조는 여전

지금의 일반의약품 사입은 인터넷 몰 거래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 일부 한시적인 특가나 진짜 많은 양을 주문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통일된 사입가를 가지고 있다. 사입가가 일부 다르더라도 제약사의 온라인 Mall 기반이 많아지면서 많은 차이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판매 단말기에서 제공하는 3개월 평균가를 보면 최저가와 최고가, 평균가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큰 것을 볼 수 있다. 일부 의약품들은 평균가를 판매가로 설정해 카드수수료나 세금을 제외하면 거의 이익을 남기지 않는 것들도 있는데, 이마저도 일부 손님들에게 비싸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약사는 약의 전문가로서 연고하나 정제하나를 판매해도 의약품을 찾는 손님이나 환자들에게 약의 복용법, 주의사항,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설명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설명보다는 약 가격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시간과 에너지가 가격 설득에만 할애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소비자 가격이 약국마다 크게 다른 이유는 제도적으로 일반약 가격이 완전히 자유화되어 있고, 약국은 동일한 의약품일지라도 각자의 경영전략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기 때문에 평균가가 있지만 경쟁을 위해서 가격을 터무니 없게 낮은 가격을 형성해 주변 약국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미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이 와중에 의약품의 정상가격 수준이 어느정도 인지를 가늠하기 힘들고 왜곡된 가격이 시장에서 평균가격으로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수요와 공급에 의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의약품 가격도 자율적으로 맡기면 결국에는 비슷하게 되지만, 요즘 약국가에 이슈가 되고 있는 너무 높은 가격, 너무 낮은 가격을 형성하는 약국과 창고형 약국의 등장으로 공공재인 의약품이 너무 판매가에만 집착돼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이로 인해 불안 속에서 지역약국들의 의약품 가격또한 혼란을 겪고 있다.

논의 통해 기준약가 설정해 보면 어떨까?

인터넷이 이미 생활화돼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있어 약국의 의약품 가격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어 사람들은 블로그나 각종 SNS를 통해서 어떤 약국 가격이 싼지 확인하고 그 쪽으로 몰리며 다른 약국들도 점차 의약품 가격을 낮추게 되는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약사는 의약품의 올바른 사용을 이끌며 전문직으로서 할 역할이 있는데 과도한 가격경쟁이 중요한 것을 잊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 와중에 정보의 투명성이 악용되어 강제적으로 터무니없는 약 가격이 평균가를 형성하고, 점차 진행되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소비자 물가는 올라가지만, 약국의 의약품 소비자물가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된다.

약사들이 기준약가를 논의해보면 어떨까.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가격 논쟁에서 소모하는 시간을 줄이고, 본래의 직능에 쏟는 시간을 더 보장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도 더 좋은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기준이 된 약가를 통해 자신이 사려고 하는 의약품의 평균가를 알게 돼 손해본다는 느낌으로 약국을 방문하는 일이 적어질 수 있다.

아울러 논의된 기준약가가 공개되면 가이드라인이 생기는 효과가 발생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형성하지 않을 것이다. 제약사들이 약가를 너무 과도하게 올리는 것도 막는 방파제 역할도 할 수 있다. 약사들의 직능 집중과 최근 발생하는 기형적 형태의 약국 저지, 약가 방파제 역할 등 많은 기능을 할 수 있는 '기준약가제도' 도입 논의가 고려되면 좋겠다.

논의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의약품 가격이 약국마다 상이해도 약사가 일부로 더 받는 경우보다는 사입가나 규모의 차이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약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약국을 단순히 판매점이 아닌 의약품을 상담하고 구매하는 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게 자주 메시지를 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