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자”vs“팔자” 금값 등락에 중국 金백화점 북새통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2026. 2. 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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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국제금값, 급락 직후 급등
中 최대 金백화점 차이바이 가보니
1층은 구매, 3층은 판매 인파로 가득
지난 5일 오후 3시30분쯤(현지시각) 차이바이에서 방문객들이 금을 팔기 위해 줄을 서서 무게와 판매증서 등을 확인받고 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지난 5일 오후 3시(현지시각) 베이징 시청구 차이스커우 백화점(菜市口百货·이하 차이바이) 본점. 1층 정문으로 들어서자, 영하에 육박하는 추위가 무색할 만큼 내부는 열기로 가득했다. 통상적인 평일 낮 백화점 1층의 나른하고 여유로운 풍경이 아닌, 마치 상설할인매장에 온 듯 시끌벅적했다. 방문객들은 바쁘게 대화하며 진열대를 주시했고 매장 직원들은 제품을 꺼내 보이느라 분주했다. 어느 백화점 1층에서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모두 금을 사기 위한 방문객이었다. 1층 곳곳엔 금 시세 안내가 띄워져 있었고, 안내 데스크는 쏟아지는 문의에 수화기를 내려놓을 새 없었다. 연일 상승하던 금값이 최근 급락했고 최대 명절인 춘제(春节·중국 설)를 앞두고 금 매수 수요가 증가하자, 베이징 최대 금 백화점이 북새통을 이루게 된 것이다.

지난 5일 오후 3시쯤(현지시각) 베이징 최대 금 백화점 차이바이 1층. 금 악세서리를 사려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아이에게 선물할 10돈짜리 펜던트를 구경하던 일가족은 “아이 생일 선물과 명절 선물을 겸해 금 펜던트를 사주려고 한다. 지금 금값이 비싸긴 하지만 앞으로는 더 비쌀거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얼마 전 급락해 잠시 금값이 내린 것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산한 2층 진주, 다이아몬드 주얼리 매장을 지나 3층에 이르자 1층만큼 붐비는 인파를 목격했다. 루비, 수정 등 기타 주얼리를 파는 매대는 한산했지만 고객 응대 카운터에 100여명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금 보상판매를 기다리는 줄이었다. 지난달 말 금값이 급락했으나, 며칠 만에 또다시 급등하면서 ‘더 내리기 전에 팔자’는 심리가 발동한 보유자들이 금 매도에 나선 것이다.

카운터 10개도 채 되지 않는 이곳은 금 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공간이 아니라, 주얼리 각인, 가공, 수리, 세척 등의 서비스와 더불어 자사 주얼리 구매 고객에 한해 주얼리 보상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금을 판매하려는 방문객들로 가득했다. 보상판매를 하려면 키오스크로 번호표를 뽑아 순번을 대기해야 하지만, 인파가 지나치게 몰리면서 키오스크는 무용지물이 된 모습이었다. 현장엔 질서 유지 요원이 여러 명 배치됐고, 이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막 올라온 방문객들을 줄 맨끝으로 보내기 바빴다. 한 손에 금 주얼리, 한손엔 신분증 사본과 결제카드를 쥔 채 차례를 기다리는 방문객들은 기대감 가득한 얼굴이었다.

지난 5일 오후 3시30분쯤(현지시각) 차이바이 3층에 방문객 100여명이 금을 팔기 위해 줄을 선 모습.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현장 직원에게 몇 시쯤에 와야 사람이 적은지 묻자, 직원은 “하루 종일 이렇게 많다. 줄을 설 수 있을 때 서라”며 재촉했다. 이 직원은 “백화점이 하루 300kg까지만 매입하기 때문에 줄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 지금부터 기다리려면 1시간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대기해도 소용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서 금을 팔려면 차이바이에서 구매한 것이어야 하고 판매보증증서를 필수로 지참해야 한다. 순금 팔찌 한 개를 들고 온 43세 여성 장모씨는 “영수증은 진작에 없고 판매보증증서도 지금은 없다. 집에 돌아가서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판매보증증서를 가지고 와야만 매입해준다는 걸 알았으면 헛걸음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2월 5일 오후 3시쯤(현지시각) 베이징 금 백화점 차이바이에 금목걸이가 진열돼 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이른바 ‘차이바이’라고 불리는 이 백화점은 베이징 대표 금·주얼리 백화점으로 중국 상무부가 인증한 전통 브랜드 기업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차이바이는 단일 매장 기준으로 중국 내 귀금속 매출 1위를 다투는 곳이다. 시청구 본점은 중국 민간의 금 수요를 나타내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최근 금값이 폭락한 뒤 잠시 반등하자, 현장에선 강력한 매수세와 매도세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미 동부시각 기준) 국제 금 현물 종가는 트로이온스당 4894.23달러로, 전장 대비 9% 급락했다. 2013년 4월 15일 이후 하루 최대 하락이다. 다음 거래일이었던 이달 2일에도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에 대해 중국 투자자들이 급값 하락을 유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금값 상승세가 꺾일 것을 우려한 중국 투기 자본이 매도에 나선 결과라는 것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츠에서 원자재 책임자를 지냈던 알렉산더 캠벨은 외신에 “중국이 팔았고, 이제 우리는 그 후폭풍을 겪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하루 만인 3일, 금값은 5% 이상 급등하며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후 급값은 또 내려 이날 한국 시간 11시 기준 트로이온스당 4772.1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급등세가 꺾이고 조정기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주요 은행들은 금값이 등락 끝에 우상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소시에테제네랄, JP모건 등은 올해 안에 금값 6000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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