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247)

knnews 2026. 2. 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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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인자 지레 지름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도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마지막에 있는 갈말(술어) 보기틀 ‘ㅈ’에 갈무리 되어 있는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넷째 줄에 ‘줄인자’가 있습니다. ‘줄인자’ 옆 손톱묶음(소괄호) 안에 ‘축척(縮尺)’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축척’과 뜻이 같은 토박이말이 ‘줄인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줄인자’를 찾으면 ‘지도에서의 거리와 지표에서의 실제 거리와의 비율’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말로 ‘축척’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축척’을 찾아봐도 똑같이 풀이하고 있으며, 비슷한 말로 ‘줄인자’가 있다고 합니다.

‘축척(縮尺)’은 ‘줄일 축(縮)’과 ‘자 척(尺)’으로 이루어진 한자말입니다. 한자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줄인 자’가 되어 토박이말 ‘줄인자’와 그 뜻이 딱 들어맞습니다. 아시다시피 ‘줄인자’는 ‘줄이다’의 매김꼴(관형형)인 ‘줄인’에 ‘자’를 더한 말입니다. 이처럼 짜임이 쉽고 뜻이 분명한 말이기에 옛 배움책에서는 ‘축척’이 아닌 ‘줄인자’를 썼을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 배움책에서는 ‘줄인자’는 사라지고 어려운 한자말 ‘축척’만 쓰고 있으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일곱째 줄에 ‘지레’가 있습니다. ‘지레’ 옆 손톱묶음(소괄호) 안에 ‘정자(挺子)’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정자’를 다듬은 말이 ‘지레’임을 알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지레’를 찾으면 ‘지렛대’의 준말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와 짝을 이루는 한자말 ‘정자(挺子)’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빼어날 정(挺)’에 ‘아들 자(子)’를 쓰는 이 한자말은 뜻풀이를 해봐도 도무지 ‘지레’와 연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마도 옛 배움책을 만들 당시에는 지레를 뜻하는 한자말로 ‘정자’나 ‘정자봉’을 썼던 모양이나, 지금은 쓰지 않는 말이 되었습니다. 어려운 한자말은 사라지고, 우리 입에 익숙한 토박이말 ‘지레’와 ‘지렛대’가 요즘 배움책에서도 당당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스럽습니다.

아홉째 줄에 ‘지름’이 있습니다. ‘지름’ 옆 손톱묶음(소괄호) 안에 ‘직경(直徑)’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직경’을 다듬은 말이 ‘지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름’은 원이나 구의 중심을 지나 그 둘레 위의 두 점을 잇는 선분을 뜻합니다. 한자말로는 ‘곧을 직(直)’에 ‘지름길 경(徑)’을 써서 ‘직경’이라고 합니다. ‘직경’이라는 말도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수학 배움책에서는 ‘지름’이 으뜸가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줄인자’처럼 잊힌 말도 있지만, ‘지름’처럼 굳건하게 살아남아 우리 아이들의 배움을 돕는 토박이말을 볼 때면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축척’ 대신 썼던 쉬운 말 ‘줄인자’는 잊히고, 정작 사전에 있지도 않은 어려운 한자말 ‘정자’ 대신 ‘지레’가 살아남은 것을 보며 말의 운명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바라건대, ‘지레’나 ‘지름’처럼 살아남은 토박이말뿐만 아니라, ‘줄인자’처럼 알기 쉽고 아름다운 말들도 다시금 배움책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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