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2조 시대 네이버 "AI 수익화 물류 혁신 노린다"
네이버가 2025년 연간 매출 12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검색, 커머스, 콘텐츠 등 전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과 비용 효율화가 맞물린 결과다.

사상 최대 실적 달성, 기초 체력 증명
네이버는 2025년 연간 매출액 12조 350억원, 영업이익 2조 208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11.6% 증가한 수치로 네이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2025년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4분기 영업이익은 61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이번 실적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 내수 경기 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네이버의 핵심 사업인 서치플랫폼과 커머스가 흔들리지 않는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냈음을 의미한다.
특히 고비용 구조로 지적받던 AI 인프라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수익성을 방어한 점이 돋보인다. 네이버는 각 서비스 단위로 분산 관리되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통합 운영 플랫폼으로 일원화하고 AI 검색 서비스에 경량화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추론 비용을 기존 대비 30% 이상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최수연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의 본질인 검색 사업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핵심은 AI 브리핑과 AI 탭의 신설이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생성형 AI 경험을 반영한 AI 탭을 별도로 신설하여 출시할 예정이다.
AI 탭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요약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쇼핑, 플레이스(지도), 블로그 등 네이버가 보유한 방대한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춘다. 최 대표는 2026년 말까지 AI 브리핑의 적용 범위를 현재 수준의 2배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AI 검색의 수익화 선언이다. 최 대표는 AI 검색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AI 검색 결과에 광고를 도입하는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용자의 검색 경험을 해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정보성 답변 내에 광고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네이티브 형식을 검토 중이며 이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고민하는 AI 검색 수익화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
커머스 대전환, 쇼핑 AI 에이전트와 물류 승부수
커머스 분야에서는 초개인화된 AI 에이전트 도입과 배송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축이 제시됐다.
이달 말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쇼핑 AI 에이전트를 공개한다. 현재 클로즈 베타 테스트 단계인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모호하게 질문하더라도 AI가 최적의 상품을 찾아주고 구매와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통합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한다.
최 대표는 이를 시작으로 식당 예약, 여행 계획, 금융 상품 추천 등으로 이어지는 버티컬(특화) 에이전트를 순차적으로 출시해 네이버 앱 하나로 모든 생활 서비스가 연결되는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물류 분야에서는 쿠팡 등 경쟁사들에 대응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최 대표는 향후 수년간 커머스 사업의 최우선 과제를 배송 경쟁력 강화로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N배송(도착보장 등 네이버 배송 서비스)의 커버리지를 올해 25%, 내년 35%로 확대하고, 3년 내에 전체 물동량의 50% 이상을 소화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파트너십과 물류 인프라 전반을 재설계하고 있으며, 시장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의 배송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단순히 빠른 배송을 넘어, AI 예측을 통한 재고 관리와 물류 효율화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며 이를 기회로 삼아 신선식품 등 장보기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소버린 AI 전략과 B2B 자신감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구축 프로젝트의 2단계 사업자 선정에서 네이버가 제외된 것과 관련한 메시지도 나왔다.
최 대표는 의연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결과가 네이버의 기술 역량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네이버의 소버린 AI(주권 AI) 전략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네이버는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금융, 경제, 국방, 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형 AI 구축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번 정부 과제 탈락이 B2B 매출이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확장 전략도 구체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태국 등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비영어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소버린 AI 수출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구글이나 오픈AI가 장악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네이버의 기술력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래 기술 분야인 로보틱스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로봇 관제 및 시뮬레이션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실내 배송 로봇을 테스트해왔다면, 올해는 이를 실외 환경으로 확장해 실제 커머스 배송과 연계하는 PoC(개념 증명)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지컬 AI 시대를 대비한 포석이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의 성장이 눈에 띈다. 네이버는 치지직을 네이버 멤버십 혜택과 결합하여 이용자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등 e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며 트래픽을 늘리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에도 나설 예정이다. 최 대표는 올해 멤버십 활성 이용자를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콘텐츠와 커머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초격차 나선다
2026년 네이버의 경영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검색과 커머스라는 기존의 캐시카우에 AI라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물류와 로봇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AI 검색의 수익화 시점과 쇼핑 에이전트의 완성도는 향후 네이버 주가와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검색 시장에서의 점유율 방어와 커머스 시장에서의 배송 주도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네이버의 2026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 대표가 언급한 대로 AI가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실질적인 매출 기여도 55%를 넘어설 수 있을지, 그리고 정부 과제 탈락이라는 악재를 B2B 시장 성과로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