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트렌드를 전략으로 만드는 법 [똑똑한 장사]

2026. 2. 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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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장사-70] 트렌드는 새로운 변화다. 따라서 새로운 트렌드를 경영과 마케팅에 제대로 활용하면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매년 새로운 트렌드 이슈가 등장한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 연구진은 연말이 되면 다음 해의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한다. 어떤 트렌드는 반짝하고 사라지지만, 어떤 트렌드는 장기간 지속된다.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트렌드 중 하나가 로코노미다. 다만 수많은 기업이 로코노미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형식적인 시도에 그치거나 단기 마케팅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한 사례도 있다. 얌샘김밥의 로코노미 전략이 대표적이다.

트렌드는 기회지만 대부분은 소모된다
얌샘김밥은 2014년 10월 김밥축제에 메인 협찬사로 참여하면서 전라남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24년 12월 영암군과 완도군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로코노미 전략을 실행했다. 당시 로코노미는 주목받는 트렌드였지만, 이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필요했다.

당시 전라남도 영암군의 새청무 쌀은 소비자뿐 아니라 외식업계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품목이었다. 쌀은 김밥 프랜차이즈에서 핵심 관리 품목도 아니었다. 제휴를 하더라도 가맹점에서 얼마나 사용할지는 불확실한 상태였다.

얌샘김밥은 관리 외 품목으로 분류한 뒤, 희망하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새청무 쌀 공급을 시작했다. 전략의 핵심은 가격이었다. 핵심 품목이 아닌 쌀을 가맹점에서 많이 사용하게 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필수였다. 인터넷 최저가 이하로 가격을 책정했고, 가맹본사가 가져가던 마진도 절반 이상 줄였다.

얌샘김밥은 2014년 전남 영암군과 업무협약식을 맺고 로코노미 전략을 실행했다. <부자비즈>
그러던 중 2025년 유례없는 쌀값 폭등이 발생했다. 전국 대부분의 식당이 원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햅쌀이 나오기 전 한 달간은 양질의 쌀을 구하기조차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반면 얌샘김밥은 영암군과의 협약 덕분에 안정적인 쌀 수급이 가능했다. 인터넷 최저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던 상황에서도 1년 만에 20㎏당 쌀값이 1만원가량 오르자, 얌샘김밥은 가맹본사 마진을 아예 없애고 가맹점에 쌀을 공급했다.

이 같은 결정으로 월 12t 수준이던 쌀 공급량은 월 40t 이상으로 늘었다.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이하였고, 품질도 우수했다. 가맹점이 외면할 이유가 없었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가맹점주들 역시 국내 농민을 돕는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얌샘김밥은 대표적인 로코노미 전략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얌샘김밥은 전라남도와 협업해 500g 소포장 쌀 3000만원어치를 가맹점에 소비자 프로모션용으로 무상 배포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브랜드와 전라남도 지자체를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2025년에는 완도 전복을 활용한 김밥과 메뉴 개발에서도 성과를 거뒀고, 전라남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로코노미 성공 사례 특강까지 진행했다.

트렌드에 편승해 실패하는 구조
반면 로코노미 트렌드에 편승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A사는 지자체의 로코노미 지원금을 받아 메뉴를 개발했지만, 애초에 지속적인 협업 의지가 부족했다. 지원금은 내부 인건비로 사용됐고, 메뉴는 형식적으로 시즌에 맞춰 출시됐다. 해당 메뉴는 한 시즌 잠시 판매된 뒤 사라졌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금을 제공하는 이유는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협업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반짝 시즌 메뉴로 끝나면 지자체에도, 농어민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로코노미를 명분 삼아 생색만 낸 셈이 됐다. 가맹점 반응도 미미했다. 가격 경쟁력도 없고, 메뉴 차별성도 부족했으며, 후속 프로모션도 없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판매할 이유가 없었다.

카페인중독 두바이 초콜릿 와플. <부자비즈>
유행이나 트렌드를 잘 활용하면 브랜드에 새로움과 호기심을 더할 수 있다. 두바이 초콜릿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유행은 브랜드가 노후화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카페인중독은 두바이 초콜릿 유행을 빠르게 반영해 두바이 초콜릿 와플을 출시했고, 오픈런 효과를 거뒀다. 이후 신세계백화점 팝업스토어 입점이라는 예상치 못한 성과로 이어졌다.

얌샘김밥의 로코노미 전략처럼 지역 상생을 동반한 트렌드는 사회적 의미와 함께 국내산 원재료 사용에 따른 가격 프리미엄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유행과 트렌드를 도입해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의 차이는 분명하다. 트렌드를 기업 가치와 연결하지 못하고 유행 자체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휘둘리는 조직의 내부 풍경
최근 기업의 회의 풍경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화이트보드에는 AI, ESG, 로코노미, 구독, 커뮤니티, 숏폼, Z세대 같은 키워드가 가득하다. 팬데믹 시기에는 메타버스였고, 그 전에는 NFT, 그 이전에는 O2O와 플랫폼이 있었다. 트렌드는 점점 더 빠르게 바뀌고, 기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인다. 이 불안은 곧 전략으로 포장된다. 이 지점에서 기업은 유행에 휘둘리기 시작한다.

기업이 유행에 휘둘릴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신호는 전략 회의의 빈도와 방향성이 반비례한다는 점이다. 회의는 늘어나지만 결론은 흐릿해진다. 요즘 뜨는 것을 반영해야 한다는 말은 반복되지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라진다. AI 도입을 말하지만 조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명확하지 않고, ESG를 외치지만 투자·인사·평가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트렌드는 언어로 소비되고, 전략으로 번역되지 않는다.

사과농장 전경. <부자비즈>
두 번째 신호는 기업의 메시지가 잦게 바뀐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혁신을 말하던 기업이 올해는 사람 중심을 강조하고, 내년에는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겉으로는 민첩해 보이지만, 고객의 기억 속에서는 정체성이 흐려진다. 브랜드는 일관된 약속이 시간 속에서 축적된 결과물이다. 유행을 좇는 기업은 약속을 쌓지 못하고 계속 덮어쓴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브랜드는 약해진다.

세 번째 신호는 성공 사례를 맥락 없이 복제하려는 시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의 새로운 사업 모델이 주목받으면 구조와 조건을 분석하기보다 형식부터 따라 한다. 음성 기반 SNS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당시, 많은 기업이 커뮤니티 전략을 급격히 수정했다. 그러나 성장 배경과 사용자 구조를 분석하지 못한 채 따라간 전략은 실행 비용과 조직 피로만 남겼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반복된다. Meta는 메타버스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기술 선점 자체는 전략적 선택이었지만, 시장 성숙도와 사용자 경험 간 간극은 예상보다 컸다. 트렌드를 선점하려는 결정이 핵심 사업과 충분히 연결되지 않으면 그 부담은 리스크로 돌아온다.

전략의 기준이 사라질 때 나타나는 마지막 신호
네 번째 신호는 조직 내부의 태도 변화다.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할 때마다 구성원들이 기대보다 냉소를 먼저 보인다. 이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방향이 바뀐 경험의 결과다. 트렌드 중심 의사결정은 장기적으로 조직 신뢰를 잠식한다.

다섯 번째 신호는 본질적인 질문이 회의에서 사라진다는 점이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어떤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지보다 요즘 잘 먹히는 키워드가 논의의 중심이 된다. 이때 기업은 트렌드를 활용하는 주체가 아니라, 트렌드에 반응하는 객체가 된다.

여섯 번째 신호는 의사결정 속도의 왜곡이다. 결정은 빨라 보이지만 실행은 느려진다. 방향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전략의 수명이 짧아질수록 조직은 학습하지 못하고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트렌드 전략이 실패하는 이유는 트렌드를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느냐, 참고 자료로 삼느냐의 차이다. 유행은 방향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방향이 명확한 기업만이 유행을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구글은 수많은 기술 트렌드 속에서도 검색과 정보 접근이라는 본질을 유지했다. 새로운 기술은 이 본질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흡수됐다. 얌샘김밥 역시 로코노미를 도입했지만 가맹점과 가맹본부의 상생이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았다. 가맹본사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원가 관리와 고품질 공급에 집중한 결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기업이 유행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빠른 트렌드 포착이 아니라, 더 단단한 기준이다. 이 기준은 문구가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의 필터로 작동해야 한다.

시류는 항상 변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속도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가장 빠른 기업이 아니라, 가장 자기다운 기업이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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