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려 할수록 도망가는 집값,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

김현수 수습기자 2026. 2.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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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분양가 역대 최고치 경신
지방 청약자 수 반토막, 시장 침체 심화
광주 미분양 적체, 경기 회복 불투명
대출 규제 속 서민들 고금리 대출 의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과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정부가 집값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부동산 규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민들 입장에선 부동산 규제보다 높은 분양가와 금리가 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5269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권의 고가 단지 영향이 있지만 서울 전반의 분양가 상승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방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2021년 1186만원에서 2025년 1985만원까지 상승해 연평균 약 200만원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인건비 상승, 원자재 가격 부담 등이 겹치며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광역시의 분양 경기도 얼어붙었다. 극심한 분양 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3.3㎡당 분양가가 약 1797만원으로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으나 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그동안 치솟았던 분양가에 이미 서민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아져서다.

광주지역 분양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선 지난해 적체된 1000여세대의 미분양 물량 소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지역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금리 인하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미분양 분에 대한 소화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높은 금리로 대출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4대 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15~6.69% 수준을 유지 중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등의 시장금리도 상승세를 보이며 금리 인하 사이클은 점차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 악화 속 청약에 대한 수요 변화도 뚜렷하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금리 상승 위험을 미리 반영해 대출 한도를 깎는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된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지방 청약 시장은 반토막이 났다. 규제 시행 전 4개월(5~8월)간 19만명이 넘었던 지방 청약자 수는 규제 이후 9만6000명 선으로 50.4%나 급감했다.

전세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월세로 살겠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 거래는 77만2605건으로 전년 대비 8.6% 줄었지만, 월세 거래는 89만8898건으로 6.1% 늘었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겨냥한 규제가 무주택자에게도 일괄 적용돼 일부 세입자가 월세로 떠밀리게 된 것이다. 이 경우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다각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규제로 과열됐던 가계대출 지표는 하락했다. 지난달 14일 한국은행의 '2025년 1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2조2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중 규제가 집중된 주택담보대출도 34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며 7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시장의 안정화보다 실수요자들의 어쩔 수 없는 이탈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은행 대출이 막힌 서민들이 연 금리 14% 내외의 카드론으로 급전을 융통하는 사례도 늘었다. 여신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9개 카드사의 지난해 11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529억원으로 전월 대비 증가율(1.28%)이 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 잔액도 지난해 9월부터 두 달 연속 증가했다.

한편 정부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6월27일과 10월15일에 대책을 발표해 주거 시장의 안정화를 노리고 있다. 6·27 대책 주요 내용으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다주택자 대출 전면 금지 △실거주 의무 부과 등 7가지, 10·15 대책은 △서울 전체·경기도 주요 12개 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초고가 아파트 대출 제한 △세제와 거래 규제 강화 등 5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