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찾는 죽, 정말 회복에 좋은 걸까

장준홍 2026. 2. 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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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프면 죽부터 먹어라." 우리나라에서 너무도 익숙한 말이다. 소화 잘 되고, 부드럽고, 위에 부담이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침묵의 염증(chronic low-grade inflammation)'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조언은 절반만 맞다. 어떤 죽은 회복을 돕지만, 어떤 죽은 오히려 염증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1. 전통적인 '흰죽'의 한계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흰죽은 쌀과 물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조합이 거의 탄수화물뿐이라는 점이다. 아플 때 우리 몸은 이미 스트레스 상태다. 이때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인슐린 분비를 크게 자극하고, 이는 염증성 신호물질 합성으로 기울 가능성을 높인다. 즉, 소화는 편할지 몰라도, 염증 면에서는 불리하다. "아플 때는 잘 먹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아플 때는 탄수화물만 먹어도 된다"라는 뜻은 아니다.

2. 아플 때 몸이 진짜로 원하는 것

회복기 신체는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요구한다. (1) 염증을 키우지 않을 것 (2) 조직 회복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할 것 (3) 혈당과 호르몬 변동을 최소화할 것 등이다.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하려면, 죽도 달라져야 한다. 그 핵심은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은 늘리고, 지방은 '종류'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3. 아플 때 먹어도 되는 '항염 죽'의 원칙

먼저 쌀의 양은 줄이고, 덜 정제한 곡류를 선택한다. 흰쌀만 가득한 죽은 피한다. 가능하다면 현미를 소량 섞거나, 쌀의 양 자체를 줄인다. 죽의 목적은 '배 채우기'가 아니라 회복 지원이다.

둘째, 반드시 단백질을 넣는다. 아플 때 단백질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반대다. 단백질이 없으면 회복도 없다.

추천 식자재:

- 닭가슴살: 잘게 찢어 충분히 끓이면 소화 부담이 크지 않다.

- 흰 살 생선(대구, 명태 등): 지방은 적고 아미노산 밀도는 높다.

- 두부: 식물성 단백질 중 가장 부담이 적다.

- 달걀: 회복기엔 흰자 위주로 추천.

죽 한 그릇에 단백질이 '보인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는 되어야 한다.

셋째, 지방은 적게, 그러나 방향은 분명히. 오메가-6가 많은 식용유는 피하고, 소량의 들기름이나 생선 자체의 지방을 활용한다. 지방의 목적은 열량 보충이 아니라, 염증 신호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넷째, 채소는 '섬유질'보다 '기능성' 위주로 섭취하자. 아플 때 생채소나 거친 섬유질은 부담이 된다. 하지만 애호박, 무, 마늘, 생강(아주 소량), 파 흰 부분은 소량이라도 도움이 된다. 충분히 익혀 부드럽게 조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4. 예시: 아플 때 권할 수 있는 죽 조합

- 닭가슴살 두부죽: 쌀 소량 + 닭가슴살 + 두부 + 애호박

- 대구 살코기 죽: 쌀 소량 + 대구 + 무 + 파

- 달걀 들깨죽(소량): 쌀 소량 + 달걀 + 들깨 아주 소량

이런 죽은 '소화 잘 되는 음식'이면서 동시에 염증을 자극하지 않는 회복식이다.

5. 결론: 아플 때 죽은 '종류'가 중요하다

아플 때 죽을 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 죽이나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 흰죽 = 편하지만, 회복에는 부족

- 단백질 없는 죽 = 배는 채워도 몸은 굶는다

- 탄수화물 위주의 죽 = 침묵의 염증을 키울 수 있다

아플 때 먹는 죽은 위를 위한 음식이 아니라, 면역과 회복을 위한 음식이어야 한다. 따라서 "아프면 죽 먹어"라는 말을 듣는다면, 이렇게 한마디 덧붙여도 좋겠다. "단백질 들어간 죽으로요." 이 작은 차이가 회복 속도를 바꾼다.

장준홍 원장 (doctorzo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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