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오만’…이란의 ‘고집’에 멈춰 설 뻔한 미·이란 핵회담 [지금 중동은]

■ 장소 놓고 좌초 위기… 중동국가들 중재로 결국 무스카트 개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를 겪었습니다. 문제는 의제도, 조건도 아닌 장소였습니다. 양국은 오늘 회담 개최를 합의했지만, 장소를 놓고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미국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선호했고, 이란은 오만 무스카트를 고집했습니다.
미국의 인터넷매체 엑시오스는 중동 9개국 이상이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층에 회담을 취소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회담 성공 가능성에 매우 회의적이지만, 역내 동맹국들의 요청을 존중해 장소 변경을 수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란의 요구대로 오만에서 협상을 진행하기로 결정됐습니다. 지난해 진행된 5차례의 미-이란 회담 중 3차례가 오만에서 열렸습니다.

■ 성공의 기억
이란이 오만을 포기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성공 경험 입니다. 2013년 이란 핵 합의 (JCPOA) 체결로 이어진 미-이란 비밀 접촉이 오만 무스카트에서 시작됐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당시 협상을 "오만의 조용한 중재가 만든 외교적 돌파구"로 평가했습니다.
이란은 오만을 2015년 핵 합의를 이끌어낸 '무스카트 채널'의 상징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협상은 미사일이나 지역 분쟁이 아닌, 오직 핵과 제재 해제에 관한 것"이라는 명분을 세우려는 겁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탄도 미사일 제한과 친이란 민병대 지원 중단까지 의제에 포함시키려 합니다. 이란은 장소 선택을 통해 이러한 '포괄적 합의' 시도를 차단하려는 겁니다.

■ 종파 중립과 주변국 배제
오만이 수니파-시아파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도 결정적입니다. 오만의 다수 종파인 이바디파는 수니파도 시아파도 아닌 독립적인 이슬람 분파입니다. 국제위기그룹(ICG)은 오만이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이면서도 "아랍 집단 안보 프레임에서 거리를 둔" 유일한 국가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 입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에서 회담을 열 경우 "시아 이란이 수니 진영에 불려갔다"는 상징적 약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당초 회담 장소로 거론된 이스탄불 회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카타르 등 역내 국가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들이 옵서버로 참여해 이란에 공동 압박을 가할 것을 이란이 우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은 협상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순수 양자 회담이 되기를 원했고, 오만은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장소였습니다.

■ 정보 유출 최소화
오만은 이란과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도, 안보 공조 채널도 없는 국가입니다. 영국의 국제 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오만을 역내 분쟁에서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국가로 분류합니다. 오만은 미군 접근권을 제공하지만 대이란 공격의 전진기지 역할은 회피해왔습니다.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오만을 "이스라엘의 우려가 가장 늦게 전달되는 장소"라고 표현했습니다. 2013년 무스카트 비밀 접촉 당시 이스라엘은 사후에야 협상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이스라엘 정부가 "나쁜 합의"로 규정한 JCPOA가 체결됐습니다.
■ 오만과 이란의 특수성
양국 관계의 특수성은 50년 전 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1970년대 오만 남부 도파르 지역에서 좌익 반군이 봉기했을 때, 팔레비 왕조의 이란이 군사 지원을 제공해 오만 술탄 정권을 구했습니다. 국제위기그룹 자료에 따르면, 오만은 이 사건을 통해 이란을 "위기에서 체제를 구해준 국가"로 기억합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대부분의 걸프 국가가 이란과 거리를 뒀지만 오만은 예외였습니다. 이란-이라크 전쟁(1980-88) 기간에도 오만은 중립을 유지하며 외교 채널을 보존했습니다.
오만의 이런 태도는 이란에게 유리한 협상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란 외교부는 오만을 가장 안전하고 검증된 채널로 평가합니다. 2011년 미국인 하이커 석방부터 이란-영국, 이란-사우디 간 중재까지 오만은 일관되게 성공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국내 정치용 명분
이란이 오만을 고집한 데는 국내 정치적 계산도 작용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새로운 틀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중립적인 중재자를 통해 우리 방식대로 대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내 강경파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오만 개최는 이란이 협상 조건을 통제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장소가 곧 협상력
외교 전문가들은 튀르키예가 불리해서가 아니라 오만이 이란의 협상 전략에 최적화된 장소이기 때문에 장소를 바꿨다고 분석합니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는 오만을 이란이 "종파적 열세 없이 협상하고, 의제를 통제하며, 정보 보안 리스크가 낮은" 유일한 장소로 평가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오만이 미국, 이란 양측 모두와 "상징적 갈등을 피해온 거의 유일한 걸프 국가"라고 기술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김개형 기자 (thenews@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전기장판 화상도 100만 원”…몰라서 못 받는 보험금이 있다고요? [잇슈 머니]
- 네이버 ‘지식인’ 오류에, 연예인들 과거 답변 노출 [잇슈 컬처]
- “삼성전자, 지금 사도 안 늦었다?”…반드시 확인해야 할 3가지 변수 [잇슈 머니]
- 마트 털어 기부하는 ‘현대판 로빈후드’?…“고물가 항의 차원” [잇슈 SNS]
- 문신하려고? 3천만원짜리 금팔찌 훔쳐 달아난 10대
- 스페인, 세계 최초 ‘조력 사망자 기증’ 안면 이식 성공 [잇슈 SNS]
- 왜 하필 ‘오만’…이란의 ‘고집’에 멈춰 설 뻔한 미·이란 핵회담 [지금 중동은]
- 루브르 도난 사건 당시 파손된 외제니 왕관…, “완전 복원키로” [잇슈 SNS]
- 차가운 북서풍에 기온 뚝…다시 영하 10도 안팎 강추위
- [단독] 주가조작 대응단 한국경제 압수수색…기자 선행매매 정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