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공급난에 HBM4 전쟁 점화⋯ 삼성·SK 승부처는 ‘캐파’
HBM4 판도, ‘성능’ 아닌 ‘생산역량’이 가른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양사 모두 양산 시점에 진입해 HBM4 전쟁 국면에 들어서면서 시장 판도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메모리 공급난 속에서 생산 역량(캐파)이 핵심 변수로 부상, 삼성전자가 HBM4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BM4 제품 성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메모리 가격 또한 치솟는 전례 없는 ‘메모리 쇼티지(공급부족)’ 국면에서 개별 제품의 성능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메모리 시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영향으로 공급자 위주의 HBM 시장이 펼쳐지면서 수급 밸런스가 깨졌다. 이를 놓고 업계 관계자는 “거대한 공룡이 빨아들이고 있는 양상”이라고 비유한 뒤 “지금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에서 메모리 제조사들이 제품을 생산하는대로 가져가고 있을 만큼 품귀가 심각하다”고 봤다.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며 HBM을 비롯한 AI용 메모리 생산캐파 확보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별로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D램 수요가 20% 이상, 낸드플래시 수요는 10% 후반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 전환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캐펙스(시설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매출액 대비 30% 중반 의 설비투자 원칙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역시 “선제적으로 확보해 둔 신규 팹과 클린룸을 활용해 증산 시점에 맞춰 설비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며 “D램은 1c 나노, 낸드는 V9 공정을 중심으로 캐파 확보를 지속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는 등 올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예고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공급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각 사의 생산 역량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의 HBM4가 이전 세대 대비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품 간 성능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승부의 핵심이란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양사 HBM의 성능이 비슷하다고 판단된다면 더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면서 “만약 수요가 90% 수준이라면 성능이 경쟁력을 좌우하겠지만, 수요가 120%에 이르는 국면이라면 결국 많이 만드는 기업이 더 많이 파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절대 다수의 물량을 공급하며 HBM 시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오랜 생산 경험과 인프라를 축적해온 삼성전자가 공급 능력 측면에서 SK하이닉스보다 우위에 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과거 메모리 강자로 군림하던 시절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절대적인 생산라인 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삼성의 HBM·D램 등 메모리에 좋은 신호가 들어오고 시장 상황도 폭발적인만큼 HBM4 시장에서도 삼성이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수연 기자 ssu@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