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줄서기 사라진 자리, ‘반값 떨이’ 딱지만…7개월 천하로 끝난 두바이 열풍 [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2026. 2. 6. 06:2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픈런 사라진 자리 ‘50% 할인’ 딱지…재고 처분 전쟁
피스타치오 대신 애호박·브로콜리 섞어…‘두쫀쿠’의 민낯
식약처, 소면 튀겨넣은 가짜 적발…‘7개월 천하’로 시든 유행

5일 오후, MZ세대의 디저트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의 한 유명 제과점 앞.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새벽부터 텐트를 치고 ‘오픈런’을 하던 인파는 온데간데없었다. 가게 유리창에는 ‘두바이 초콜릿 1+1’, ‘쫀득쿠키 마감 세일’이라는 다급한 손글씨만 붙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소한 버터 향 대신 썰렁한 냉기가 감돌았다. 진열대 한편에는 한때 ‘없어서 못 판다’던 두바이 쫀득쿠키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오픈런이 일상이었던 유행 초기와 달리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정가 대비 50% 이상 할인된 ‘반값 제품’들도 심심치 않게 포착된다. SNS 캡처
점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반년 전엔 1인당 구매 제한을 둬도 서로 싸우며 사갔는데, 지금은 원가 이하로 내놔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유행이 이렇게 무섭게 꺼질 줄은 몰랐다.” 화려했던 두바이 디저트 열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생각보다 더 참혹했다.

◆“반값 떨이에도 안 팔려”…싸늘하게 식은 열기

품절 대란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두바이 디저트의 위상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한때 없어서 못 팔던 열기는 온데간데없고, 차갑게 식어버린 소비자의 시선은 숫자로 고스란히 증명되고 있다.

물론 에이블리 등 주요 커머스 플랫폼이 기획한 ‘두바이 디저트 연합전’에서 정가 대비 50%가 넘는 파격 할인을 내걸어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 전반의 상승 기세가 이미 꺾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빅데이터 분석 기업 바이브컴퍼니 등의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이번 하락세는 전례 없이 가파르다. 1년 가까이 성업하며 인프라를 구축했던 ‘탕후루’와 비교했을 때, 두바이 변형 디저트(쿠키, 푸딩 등)는 출시 7개월 만에 재고 누적 단계로 진입했다.

이는 검색량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실제 구매 전환율이 훨씬 더 빠르게 바닥을 쳤음을 의미한다. 호기심에 한 번은 사 먹었지만, 두 번은 찾지 않는다는 뜻이다.

◆“피스타치오라며 애호박을?”…선 넘은 상술에 분노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는 단순히 유행이 지나서가 아니다. 일부 판매자들의 비양심적인 상술이 드러나면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들불처럼 번졌다. 한 소비자는 “개당 7000원이나 주고 산 쿠키에서 풋내가 나서 확인해보니, 피스타치오 대신 애호박이나 브로콜리를 갈아 넣은 것 같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공개된 사진 속 쿠키 단면에는 피스타치오 특유의 고소한 녹색이 아닌, 정체불명의 채소 조각들이 섞여 있었다. 원가 절감을 위해 값비싼 피스타치오 페이스트 대신 저렴한 채소로 색만 흉내 낸 기망행위였다. 이 게시물에는 “나도 쉰 냄새가 나서 버렸다”, “비싼 돈 내고 음식물 쓰레기를 샀다”는 피해 증언이 잇따랐다.

◆소면 튀겨넣고 ‘카다이프’ 둔갑…식약처 철퇴

이러한 ‘짝퉁’ 논란은 결국 당국의 제재로 이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말, 두바이 초콜릿 유행에 편승한 불법 행위를 집중 단속해 총 19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단속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중동의 얇은 면인 ‘카다이프’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시중에서 파는 국수 소면을 기름에 튀겨 넣고 버젓이 두바이 초콜릿으로 속여 판 사례가 확인됐다. 중고거래 플랫폼과 비전문 매장에서의 무허가 판매(7건)와 위생 불량(7건)이 다수 적발됐다.

가정집 주방이나 비위생적인 창고에서 곰팡이가 핀 도구로 반죽을 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섞어 파는 등 기본적인 ‘먹거리 안전’마저 무시된 현장이었다.

유사 제품의 범람과 품질 논란이 겹치면서, 희소성에 열광하던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모습은 기형적 유행의 짧은 유통기한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SNS 캡처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과 ‘한탕주의’ 공급자가 만나 빚어낸 기형적 시장 실패”라며 “맛과 품질보다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인증샷’이 중요했던 소비 심리와, 이를 악용해 저질 제품을 고가에 팔아치운 상술이 맞물려 결국 시장 전체의 공멸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한 20대 대학생은 “남들이 다 먹으니까 안 먹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 비싼 돈을 주고 샀지만, 솔직히 그 가격의 가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우리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본질인 ‘맛’을 잃어버린 디저트는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애호박을 갈아 넣은 쿠키와 소면을 튀겨 넣은 초콜릿은 소비자를 향한 명백한 조롱이었다. 이제 유행의 거품이 꺼진 자리에서, 우리는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쫓은 것은 달콤한 디저트였을까,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얄팍한 과시욕이었을까.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