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25년…“성과 축적됐지만 ‘블록버스터’ 아직”
연구진 “글로벌 임상 파트너십·후기개발 투자 없이 도약 어려워”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지난 25년간 국내 신약개발은 의미 있는 성과를 축적했지만,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최근 발간된 '국내 신약 25년의 이정표와 블록버스터의 탄생' 보고서(연구 책임자 바이오헬스정책연구센터 정혜윤 책임연구원, 제약바이오산업단 정순규 책임연구원·오수인 연구원)는 국산 신약 개발의 역사와 현황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999년 첫 국산 신약 허가 이후 2024년 말 기준 총 38개 신약을 개발하며 지속성과 경험을 축적했지만, 투자 확대와 산업 성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수준의 질적 도약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연구진은 국내 신약개발 역량이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은 자체 개발 신약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20여 개 국가 중 하나로 초기 경험 부족 단계에서 벗어나 다수 기업이 자체 파이프라인과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등 산업 기반이 강화됐다.
또한 보건의료 측면에서 국산 신약이 의료비 절감 및 치료 접근성 향상에도 기여했으며, 국산 신약은 1000억 원을 돌파하고 2000억 원 달성이 전망되는 케이캡정을 포함한 11개가 연 처방액 100억 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렉라자 역시 적응증 확대 이후 처방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일부 제품은 상업적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연구진은 반대로 판매 중단 또는 허가 취소된 국산 신약도 10개에 이르며, 연 처방액 1억 원 미만 품목도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하며 신약 성공 여부는 상업화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연구진은 "신약 성공 여부는 시장 진입 전략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 단순한 약효를 넘어 글로벌 허가·보험 등재·마케팅·적응증 확장 등이 결합돼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 국산 신약 평균 개발기간은 약 10.7년, 평균 개발비는 약 423억 원으로 나타나 후기 임상 단계에서 자금 부담이 구조적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을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 의약품으로 정의하며, 국내 개발 신약 중 이러한 기준을 충족한 사례가 없는 것은 △글로벌 임상 경험 부족 △사업화 역량 한계 △시장 규모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로 봤다.
글로벌 시장 진출, 신약 성공 핵심
특히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상업화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산 신약들은 미국 FDA 허가(6개), 유럽 EMA 허가(4개)를 받았으며 일부 제품은 해외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팜의 솔리암페톨은 미·유럽 동시 허가를 획득했고, 렉라자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후기 임상과 허가를 완료하며 국내 항암제 최초 글로벌 허가 성과를 냈다
아울러 연구진은 향후 블록버스터 창출 전략으로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질환 집중 △글로벌 임상 역량 강화 △파트너십 및 라이선스 전략 활용 △대규모 투자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보고서는 국내 기업이 단독으로 글로벌 상업화를 완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후기 임상과 허가 단계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파트너십 완주 전략'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후기 임상지원·규제 혁신 등 정책 필요
한편 연구진은 정부 정책 방향으로 후기 임상 지원 확대, 규제혁신, 글로벌 임상 경험 공유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임상 2·3상 지원과 정책금융 확대를 통해 기업이 조기 기술수출에 의존하지 않고 상업화까지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또한 규제 혁신과 심사 역량 강화, 글로벌 임상 경험 공유 네트워크 구축 등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라고 제언했다.
이어 연구진은 "블록버스터 신약은 단순한 기술 성과가 아니라 전주기 전략의 결과"라며 "국내 신약개발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상업화 완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