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코스 위의 사바나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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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뇌는 육상 동물 중 가장 크다.
코끼리는 많은 수의 신경세포를 가졌지만 인지 기능의 주요 부분인 대뇌 피질의 뉴런 수는 사람보다 적다.
무리를 이끄는 코끼리의 뇌에는 시간의 지도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골프에서도 진정한 고수는 가장 멀리 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은 것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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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코끼리 뇌는 육상 동물 중 가장 크다. 무게는 보통 5~6kg 정도로 사람 뇌(약 1.4kg)의 4배에 달한다. 뇌의 크기만으로 지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코끼리는 많은 수의 신경세포를 가졌지만 인지 기능의 주요 부분인 대뇌 피질의 뉴런 수는 사람보다 적다. 그래서 코끼리는 인간의 지능에는 못 미치지만 뛰어난 기억력과 감성, 사회성을 발휘한다.
사바나의 코끼리는 거대한 몸보다 더 큰 기억으로 살아간다. 수십 년 전 가뭄의 길, 비가 처음 내리던 계곡, 마른 강바닥 아래 숨은 물의 냄새까지도 기억해낸다. 무리를 이끄는 코끼리의 뇌에는 시간의 지도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지도 덕분에 새끼들은 굶지 않고, 노인 코끼리는 끝까지 길 위에 머문다.
골프에도 이런 기억의 리더가 있다. 코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바람이 어떻게 도는지, 어느 핀에서 욕심을 버려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는 골퍼다. 그는 장타자가 아니어도 라운드의 길을 잃지 않는다.
코끼리는 죽은 동료의 뼈를 만나면 멈춰 선다. 만지고, 냄새 맡고, 조용히 둘러서 그들 방식의 애도를 표한다. 쓸모없는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 침묵의 애도가 이 무리를 하나로 묶는다.
골프에서도 우리는 종종 잃어버린 샷, 무너진 홀, 사라진 자신을 애도할 필요가 있다. 성급히 다음 티로 달려가기보다, 한 번 멈춰 고개를 숙이는 골퍼라야 다음 홀에서 다시 온전해질 수 있다.
코끼리의 걸음은 느리지만 결코 헤매지 않는다. 그 느림 속에 수십 년의 데이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골프도 그렇다. 빠른 스윙이 아니라 잊지 않는 스윙, 그리고 어제의 실수, 지난 계절의 깨달음, 몸이 배운 모든 것을 고요히 품은 스윙이 좋은 골프를 잉태한다.
코끼리는 우아하다.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억과 배려가 있어서다. 그리고 그런 우아함이 무리를 살린다.
골프에서도 진정한 고수는 가장 멀리 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은 것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사람일 것이다. 코스의 역사, 동반자의 하루, 그리고 자기 안의 수많은 실패와 성공 등 그 모든 것을 품고 천천히 걷는 골퍼는 바로 사바나의 코끼리처럼 라운드를 살아 있는 여정으로 만든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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